얼마 전 아이팟에 들어 있는 음악을 싹 정리했다.정리했다기보다는 노래들을 다른 노래들로 바꿨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 듯하다. 상당 기간동안 음악을 바꾸지 않은데다 기본적으로 들어 있는 노래들이 오래된 노래들이다보니 싫증이 날 때가 되서 벼르고 벼르다가 싹 바꿔버렸다.
사실 좋은 노래는 싫증이 나지 않는 노래라는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주장이다.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익'이나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심수봉의 '그 때 그사람' 외 몇몇 노래는 몇 번의 선곡작업에서 살아 남은 나에겐 참 소중하고도 괜찮은 노래들이다. 들을 때마다 그 노래의 느낌이 푹 빠져들 수 있는 노래들.
주변 사람들은 그런 노래를 아직도 듣고 있냐며 잔소리들을 하지만 오래된 노래중에는 정말 보석 같은 노래들이 많음을 들어본 사람들은 안다.
그렇게 오랫만에 선곡 작업을 마쳤다. 이번 작업 이후 또 언제 새로운 노래들로 바꿀지는 귀찮음과의 싸움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는 생각에 혼자 웃어본다.
그리고 어느 날. 퇴근 길 버스안에서 음악을 듣다가 이어폰을 통해 귀를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온 몸에 전율이 찌릿찌릿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1990년대 최고 여가수를 뽑으라면 여러가지 의견과 또 그 의견만큼 다양한 가수들의 이름이 불려질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소라를 손꼽고 싶다.
한국의 Billy Hollyday. 감히 그녀를 그렇게 불렀고, 아직도 그렇게 부르고 싶은 이유는 그녀가 Billy Hollyday의 모창을 잘한다던지, 목소리가 비슷하다던지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소라만큼 Billy Hollyday가 주는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내 의식속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개인 첫 데뷔곡인 '처음 느낌 그대로'를 들었을 때 그 목소리로부터 전해오던 전율은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어쩌면 이런 목소리로, 이런 느낌으로 노래할 수 있을까.
외모가 중요하고 보여지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졌던 90년대 가요시장이라 그녀의 노래와 활동은 군계일학처럼 돋보일 수 밖에 없었다. 최근에 신보가 나왔다고 하니 더욱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계절을 느끼는 방법에는 여러가지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 하나 추천하는 방법으로는 그 계절에 가장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의 노래를 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 계절, 난 이소라를 추억하고, 그녀의 노래를 듣는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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