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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

영화 페임 (Fame)을 보고-어느 것이 정답인지 아무도 모른다

by Robin-Kim 2009.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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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페임 포스터. 출처는 다음 영화 섹션.

 

왜 패임이냐는 질문이 가장 먼저였다.

추석 연휴 끝자락 영화나 한 편 보자고 후배를 불러내며 '페임'을 강요하자 돌아온 질문은 이렇게 볼만한 영화가 많은데 왜 굳이 페임이냐는 것이었다.

아주 오래전 영화의 리메이크 버전이라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데다  뮤지컬 영화가 재미 있을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꼭 페임이어야 하냐고 물었다.

그래, 그래서 페임이어야 한다고 했다.

페임을 선택한 이유보다 페임을 보고 난 이후의 감정이 더 격해지고 흥분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가. 

 

20년전 원작처럼 뉴욕 42번가를 누비며 거리를 휩쓸고 다니는 군중 씬은 없다. 오히려 힙합과 랩, R&B가 등장하고 TV와 최신 뮤지컬들이 등장한다.

21세기 페임은 그렇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영혼들을 '예술'이라는 장르로 격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하고 싶어하는 것에 온 열정을 불사르는 젊음을 담아내고 있다.

 

 

언뜻 생각해보면 페임의 주인공들이 그렇게 열정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감동을 받고, 자극을 받고,

그래서 보다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되는 것이 영화를 본 이후의 당연한 감정 변이의 순서인지도 모른다.

그래, 의미없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은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하는 하루였다고도 하지 않는가.

그런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감정 변이의 마지막 과정에 대해 난 진심으로 할 말이 많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정말 많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과연 내가 살아가고 있는 방식이 제대론 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곤한다.

특히 요즈음에 와서 부쩍 드는 생각은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서 나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치열하게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과연 내가 그렇게 하고 싶고 열정을 다바쳐 이루고 싶어하는 그런 것이었나.

아니면 남들 다 치열하게 살아간다고 하니까, 거기서 뒤떨아지면 낙오되니까 그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 그토록 구질구질하게 살아온 것은 아니었나.

끊이지 않고 들어오는 월급,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작은 전세집 그런 것에 목 매인 것은 아니었던가.

 

사실 우리는 단 한 번도 그리고 그 누구도 꿈을 꾸고 간직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준 적이 없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애써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 주위를 보면 늘 꿈을 이루지 못해 안타까워하기만 하거나 늦게라고 꿈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들 뿐이다.

운 좋게 자기의 꿈을 열정적으로 가꾸어나간 사람들은 모두 TV 안에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페임을 보고 집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탭 슈즈를 꺼내 본 것이었다.

사실 내가 탭 댄스로 성공을 할꺼야라는 꿈을 꾸었다던가, 희망을 가져본 일은 단연코 한 번도 없다.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 긴 시간을 함께한 취미라는 것, 그만큼 나에겐 소중하다는 것, 그런 것이 나에게 탭 댄스가 갖는 의미다. 

 

지금은 허리가 아프고 그 여파로 무릎이 좋지 않아 1년 넘게 쉬고 있던 탭 슈즈를 갑작스럽게 꺼내 본 이유에 대해선 나도 할 말이 없다.

향기로운 재즈 음악에 탭 댄스 리듬을 다시 한 번 태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어찌 됐든 이제 다시 취미로라도 시작해야 할 듯하다. 가슴 속에서 그 리듬이 살아 움직이는데 억지로 죽일 필요까지야 없지 않겠는가.

판넬을 구입하는 것부터 다시 발을 푸는 것부터 그리고 또각또각 리듬을 살려내는 것부터 다시 한 번 시작해봐야 할 듯하다.

 

그래서 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 열정적으로 가슴에 묻고 살아갈 취미하는 있으니, 나중에 늙어서도 간작할 수 있는 열정이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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