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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

가을이 오면

by Robin-Kim 2009.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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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문세 아저씨 노래를 참 좋아한다. 요즘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열광적인 그 나이 또래의 팬들만큼은 아니지만 들을때마다 무언가 감상을 한다는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노래들이란 생각이 들어 이따금씩 그 분의 노래를 찾아 듣곤 한다.

특히 요즈음이면-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가을이 오면'이라는 노래를 들을 때 왠지 가을의 한 가운데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 있는 느낌이 들곤한다.

 

그래, 가을은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계절인듯 하다. 어떻게 보면 가을은 '봄'만큼이나, 아니 '봄'보다 더 많은 얘기를 간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봄과 여름에 있었던 수 많은 이야기를 꼭 끌어 안고 겨울이 오기 전에 빨갛게 그리고 노랗게 형형색색의 찬란한 색으로 내뿜다가 산화하여 떨어지는 낙엽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낙엽을 밟으면 꼭 안고 있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바스락'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흩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우울하게도 색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단풍잎을 보고 빨갛다고 하고, 은행잎을 보고 노랗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가 보는 것은 반사된 빛, 즉 그 물체에 흡수되지 않은 빛깔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단풍잎은 빨간 색만 없고, 은행 잎은 노란 색만 없다니 안타깝고 아쉬운 일임에 틀림없는 일인 것 같다.

 

가을이 되니 그런 생각이 든다. 나의 색은 어떤가 하고 말이다.

형형색색의 색들이 사실은 그 실체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사된 색이라면 나의 반사된 색과 실체의 색은 어떠한가 하는 그런 것 말이다.

은희경 소설 '새의 선물'의 어린 주인공인 진희는 '남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로 스스로를 이원화하여 살아가는데, 사실 우리네 실제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인간 관계를 위해서, 사회 생활을 위해서 원치 않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내가 보는 나'는 그대로 둔채 '남이 보는 나'라는 그림자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자는 슬프다. 그리고 외롭다. 나 혼자만이 보듬어줄 수 있고 안아줄 수 있어 그림자는 슬프고 외롭다. 그래서 법정 스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나보다. 혼자 사는 사람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고. 누구나 자기 그림자를 이끌고 살아가고 있으며, 자기 그림자를 되돌아보면 다 외롭기 마련이라고.

 

 

형형색색의 가을, 찬란한 가을에 센치해져도 모자를 판에 이런 우울한 생각을 하게 되어 가을에 미안하다. 아직까지, 아니 어쩌면 정 반대로 이제는 가을이라는 계절이 무작정 낭만적으로 다가오지만은 않은 나이가 되어서일까. 그냥 슬프고 외로운 내 그림자를 이번 가을에는 많이 보듬어주고 쓰다듬어 주련다. 이번 가을은 그렇게 보내야 할 듯 하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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