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한민국이 강력한 폭풍이 한 차례 불었다. 바로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이 사건은 일파만파로 2008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번지며 ‘대한민국 vs 외국계 헤지펀드’라는 초유의 대결로 치달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탈세 혐의 등으로 엄청난 세금을 부과하려고 했고 론스타는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세우며 끝까지 맞섰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웃긴,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으니, 론스타의 법정 대리인과 대한민국 정부의 법정 대리인이 같은 회사라는 사실이었다.
이보다 한참 전인 2003년쯤, 국내 굴지의 그룹인 SK는 역시 외국계 자본인 소버린에 대항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해야 했다. 이때 SK의 법률 자문단과 소버린의 법률 자문단의 누구인지 아는가.
원고와 피고, 가해자와 피해자 쌍방을 동시에 대리할 수 있는 유일한 법률 집단이며,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옴짝달싹 못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파워집단, 바로 김앤장 법률 사무소다.
그렇다면 김앤장의 이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대표적으로
김앤장의 힘은 바로 이런 ‘회전문 인사’시스템을 활용하는데 있다. 정부 요직에 있던 고위 공무원을 스카우트하거나 퇴직한 공무원을 스카우트하여 고문 등의 자리를 주고 엄청난 급여를 제공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대리인-일반적으로는 대기업-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현직 공무원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고 문제를 풀기 위해 스카우트한 고문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현직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퇴직 후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되고, 선배의 사탕발림에 일을 쉽게 해결하려고 할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실제로 국세청 팀장으로 있던 사람이 모 기업을 상대로 탈세 혐의에 따른 세금 부과 사건을 진행하다가 김앤장으로 스카우트 된 적이 있었다. 그 후 그 사건은 어떻게 되었을까. 스카우트된 팀장은 칼 끝은 다시 정부로 향하고 이미 자신이 속속들이 파악한 정보의 허점을 활용하여 기업의 이득이 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진로의 파산과 외국 자본의 침투, SK와 소버린의 경영권 문제, 론스타와 외환은행의 관계에 모두 김앤장이 연결되어 있음은 대한민국에서 김앤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높은가를 알 수 있으며, 그것이 긍정적인 선 순환이 아니라 시장과 국가에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있는 자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김앤장을 더욱 활용할 것이며, 김앤장을 그런 기회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다시 고위 공무원 출신들을 영입 할 것이고, 이런 것들이 그들만의 철의 장막을 점점 더 굳건하게 만들어 내는 과정에 실제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역시 문제는 돈일까? 은퇴 후의 안락한 삶을 위해 사회의 정의와 안녕 따위는 무시해도 된다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회전문 인사에 겁먹은 공무원들의 ‘알아서 기는’ 그런 모습 때문일까?
문제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에서 정의로운, 국익을 위한 법 집행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사익을 위한 법 집행만이 남게 될 것이다. 어차피 국익이나 정의롭다는 것은, 즉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관련된다는 것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있는 자들. 기득권자들에게는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는 것이니까.
이것은 비단 투표를 열심히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을 바꾸고 안 바꾸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 요직에 있는 실체들이 그 누구든 간에 김앤장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든다.
이 놈의 물질 만능주의가 뭔지. 돈이 도대체 뭔지. 무언가를 생산해 내지 않은 채 돈을 불려 나가는 해괴한 금융 자본은 또 뭔지.
그리고 그런 상황을 가장 잘 이용해 나가고 있는 김앤장을 또 뭔지. 과연 김앤장이라는 고양이 목에 방울들 달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지.
그런 생각들 말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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