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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꼭 읽어야 할 책들

카스테라 - 캐비닛과 한 번 비교해볼까

by Robin-Kim 2009.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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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는 캐비닛을 닮았다. 아니 그 보다는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닮았다.

아니다, 두 작품 모두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닮았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만약 두 사람-박민규와 김언수-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루키의 단편 소설은 상상력의 끝을 보여준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 정말 유치 찬란하다고 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양날의 칼처럼 극단적인 두 가지 표현이 모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물개가 사람처럼 걸어 다니면서 사람과 대화를 하는가 하면 몸 안에서 무언가가 계속 자라거나 짐승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캐비닛과 카스테라가 꼭 그렇다.

 

사실 박민규라는 작가는 삼미 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책으로 먼저 접했었는데 그 책과 카스테라에서 보여지는 단편 소설들이 주는 느낌은 180도 다르다고 할 정도로 완전히 낯설다. 장편이냐 단편이나 하는 길이에서 주는 차이도 있겠지만 무언가 하나의 주제로 몰고 가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전작이었다면, 단편 소설 모음은 심할 정도로 전혀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혹시나 삼미 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을 생각하고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사실 단편 소설들 중에 가장 최고로 기억되는 것은 90년대 후반-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상우내 마음의 옥탑방과 여성 작가 중 가장 좋아했던-현재는 아니란 얘기다!-은희경타인에게 말 걸기라는 두 작품이다. 두 작품의 문체랄까, 글에서 느껴지는 강약과 세밀함은 남녀의 특성을 반영한 듯 다르지만 주인공의 탁월한 심리묘사는 참 괜찮은 소설이라는 생각을 들게끔 하는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단편 소설은 말 그대로 단편이라는 분량의 한계로 인해 자칫 이야기가 뒤죽박죽이 되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보이지 않거나 흐지부지되어 재미 없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그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하루키는 전혀 새로운 형식의 단편 소설들을 선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박민규라는 작가가 카스테라라는 단편집을 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카스테라는 소설 (내용) 그 자체보다는 박민규라는 작가에 초점을 맞춰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래야 그의 180도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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