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접했던 고전 문학, 아니 근대 문학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일제 시대 이후 해방 시기까지의 문학 작품들이니까- 혹은 그에 관한 평론들을 보면 ‘인텔리’라는 말이 나온다. ‘Intelligence’라는 말을 우리 식으로 줄여 표현한 것으로 쉽게 얘기하자면 ‘배운 사람’ 또는 ‘그들의 집단’을 뜻하는 말이다.
대중 사회에서 그들의 역할은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적 흐름에 대해 다양한 지식을 활용하여 여론을 주도 혹은 형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편협 되지 않고 넓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그들의 주장은 대부분 반(反) 정부적인 것이어서 권력층에서 봤을 때는 거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바로 ‘인텔리’ 계층일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권력층이란 그 특성상 지속적이고 세속적인 권력 유지를 위해선 대중, 즉 국민을 무식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지식인이라는 계층은 그러한 정부가 의도하는 바를 알고 대중을 선동하니 어떻게든 없애고자 하는 존재가 돼버리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일 수 밖에.
그렇기 때문에 인텔리 계층의 가장 무서운 점이 바로 권력에 매수되는 경우인데, 일제 시대 친일파로 변절한 문인(文人)들, 3·1운동을 주도만 해 놓고 현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말로만’ 독립 투사였던 사람들, 정권의 앞잡이가 되어서 똥오줌 못 가리는 최근의 소설가까지 권력에 붙어서 기생하는 인텔리들은 그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대중들로 하여금 잘못된 여론을 형성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도록 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공산주의가 사실상 붕괴되면서 세계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사실상 지구를 통치하게 되는 1강 체제를 맞이하게 된다. 그 이후 미국은 본격적으로 세계 각국에 ‘인권 보호’라는 이름으로 남의 집에 감 놔라 배 놔라 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의 양손 에는 ‘금융’과 ‘전쟁’이라는 무기가 각각 들려 있었다.
심지어 명분과 근거조차 희박한 상태에서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자신들 마음대로 결정하고 시작한 나라가 아니던가.
이러한 미국의 행동 하나하나에 노암 촘스키라는 지식인은 속된 우리 말로 ‘딴지’를 건다. 미국의 정책, 행동의 뒤에 깔려 있는 그들만의 논리와 명분을 파악하고 대중과 여론이 그것에 흔들리지 않도록 반(反) 정부적인 글을 서슴없이 발표하는 인텔리로써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노암 촘스키’라는 사람은 MIT의 언어학 교수면서 지식인으로써의 정치 투쟁을 끊임없이 해 온 ‘미국의 양심’이라고 불리우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끊임없는 정치 투쟁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일까. 1966년 뉴욕 타임즈에 기고한 ‘지식인의 책무’라는 글에서 그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지식인은 정부의 거짓말을 세상에 알려야 하며, 정부의 명분과 동기 이면에 감추어진 의도를 파악하고 비판해야 한다’.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은 사람은 누구나 느끼게 될 것이다. 현재 (2008년 11월 기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마치 예견이나 한 듯한 그의 생각을. 이미 수년 전, 아니 수십 년 전부터 그가 생각해 왔고 주장해 왔던 바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누구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그의 탁월한 식견과 지식, 그리고 그에 따른 몰랐던 사실에 충격적인 발견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우리 나라에 노암 촘스키 같은 인텔리가 있었다면, 또 그들이 권력의 시녀가 아닌 지식인의 책무를 다 했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대한민국에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에는 이런 지식인이 필요하다. 영화 평론에나 매달리면서-영화 평론은 영화 평론가의 몫이다- 정작 정부와 권력에는 한 마디 못하는 반신불수의 지식인이 아닌 그 책무를 다하는 지식인 말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쪽발이 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이 말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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