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휴대 전화기가 문자 메시지가 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깜빡이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폴더를 열고 문자 메시지를 보니 대출, 대리 운전, 060과 더불어 스팸 문자의 4대 천황 중 하나인 도박 사이트 문자 메시지.
근데 광고 문구-전문 용어로는 ‘카피’라고 한다-가 더 가관이다. ‘물 반, 고기 반’이라며 확실히 딸 수 있다고 하니 어이가 없어도 한참 없다. 누구를 바보로 아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바다 이야기 이후 도박 관련 산업 자체가 된 서리를 맞은 지 이제 불과 2년 남짓 지났는데 다시 또 활기를 치니 도박 산업이라는 게 없어질래야 없어질 수 없는 산업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도박 얘기가 나왔으니, 개인적으로 도박이라는 것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올인’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도박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타짜’나 청소년기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영화 지존무상 (유덕화·알란탐 주연)도 도박을 소재로 다루었지만 도박 그 자체에 접근했다기 보단 주인공의 직업이 도박사였을 뿐이었다.
반면에 실제 인물 차민수 씨를 소재로 만든 올인은 ‘확률’이라는 것을 활용하여 카드 게임-포커, 바카라, 블랙 잭 등-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왜 카지노는 딜러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얘기를 해주면서 도박 그 자체에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어디 그뿐인가. 능청스런 임현식 아저씨의 타짜 연기까지 더해져 화투와 카드라는 동서양 도박의 만남까지 이루었으니 꽤 괜찮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싶다.
확률. 카드 게임의 속성인 확률을 활용하여 우리의 돈을 긁어가는 것이 있으니 바로 ‘로또’ 되시겠다. 1등 당첨 확률이 8백만분의 일이라고 하니 8백만장을 사면 1등에 당첨된다는 얘긴데, 로또 일등 당첨되기는 정말 힘든 것 같다. 다시 말하면 로또 역시 확률 싸움에서 질 수 밖에 없게 만든 ‘도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1994년, 세계 최대의 카지노라는 라스베가스에 이상한 일당이 등장한다. 플레이어가 아무리 잘해봐야 49%를 넘기지 않는 승률을 가진 게임인-쉽게 얘기하면 딜러가 돈을 딸 수 밖에 없게 고안된 게임- 블랙잭에서 1998년까지 불과 약 5년 사이에 몇 백만 불을 휩쓸어간 일당이 등장한 것이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일까. 고니가 친구들을 모아 화투에서 카드로 전업한 후 라스베가스로 날아간 것도 아닐테고.
각종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드러난 이들의 정체는 바로 세계 최고의 대학 중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MIT의 학생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방법을 통해 잃을 수 밖에 없도록 고안된 게임에서 승률을 가져올 수 있었을까.
비결은 바로 ‘카드 카운팅’에 있다. 카운팅이란 미리 나온 패들을 머리 속에 입력하고 앞으로 나올 패들을 예측하는 방법으로 총 6벌의 카드 (312장)의 순서를 기억하고 앞을 예측하기란 무척이나 힘들다. 하지만 이들은 은퇴한 미키 교수의 지도로 수 없이 많은 반복적인 훈련과 실전 경험을 통해 몸에 익숙하게 밴 후 라스베가스를 뒤흔들어 버린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것으로 ‘MIT 수학 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는 이 사건을 다룬 논픽션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논픽션 소설인 만큼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의 긴장감과 뜻하지 않은 반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구성은 단순히 도박 관련 소설이라고 하기보단 스릴러 소설 쪽에 더 가까울 만큼 재미를 준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읽어보시길!)
사실 이들의 행동이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으나 결국 ‘영원한 승자는 없다’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앞서 얘기했지만 카드 게임은 화투와 달리 철저히 확률 게임이다. 아무리 문자 메시지가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해도 확률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이기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확률이 반반인 동전 던지기를 좋아하는 하비 덴트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의 검사/본명: 아론 에크하트)조차 결정적일 땐 자기가 유리한 데로 결과를 바꾸지 않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러한 확률의 공식을 깨버리고 카지노를, 그것도 세계 최대라고 하는 라스베가스를 손에 들었다 놨다 했다는 점에서 마치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처럼 약자의 입장에 철저한 준비와 연습을 통해 거대한 강자를 이겼다고나 할까.
오늘 하루도 우리는 혼자 중얼거리거나 밥 먹으러 가면서 동행한 사람에게 얘기한다.
‘내가 로또만 당첨되면 말이야…’
우선 로또부터 사고 얘기하자. 아무리 확률이 낮은 도박이라도 소액으로 하면 일주일이 든든하니까.
참, 로또 당첨 확률 두 배 높이는 법을 아시는가? 두 장 사면 된다고 누가 그러더라.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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