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의 첫 사랑은 로잘리안이다. 로미오는 로잘리안을 짝사랑하면서 죽을 것처럼 괴로워했는데, 줄리엣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로잘리안은 잊버리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줄리엣만 알고 로잘리안은 모른다. 거기에 대해 누군가 얘기한다.
'로잘리안은 두 사람 사이의 엑스트라거든. 그냥 지나가는 첫 사랑이라고. 로미오, 네 사랑은 어쩜 그렇게 쉽게 변하니'.
하지만 사랑이 잃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지 못해서 흐릿해지는 것이라면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첫 사랑은 그저 아련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어쩌면 현재 진행중이었던, 그리고 우리의 심금을 울리게 했던 비극적인 주인공 줄리엣을 더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젊은 시절의 사랑은 이처럼 변화무쌍하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양함 속에서 오색 찬란한 빛을 내 뿜으며 마치 영화로 만든다면 총 천연색 컬러 영화가 되지 않을 듯 싶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이런 컬러 영화는 담담한 흑백 영화가 되어 버린다.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자기 소개하고, 어디 사세요 하고, 또 추억을 만들기 위해 어딘가를 가야하고 또 같이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늘어서일까.
아니면 연애란 것이 사람만 바뀔 뿐 크게 변화될 게 없어서 ‘그래, 그냥 이정도 사람하고 결혼해서 살면 될 것 같애’하는 감정이 생기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슬픈 현실인 것만은 사실이다.
몇 년 전 이 책을 만났다.
2권부터 먼저 접하게 된 책. 오랜만에 말랑말랑한 연애 담론을 읽은 느낌이랄까.
아니 그보다 어떤 특정한 상황을 놓고 남녀가 일기를 쓰듯 다른 생각과 행동을 부담스럽거나 무리하지
않게 써 내려간 내용이 꽤 만족스럽고 읽는 내내 ‘그렇지’하며 무릎을 치거나 고개를 주억거리며 옛사
랑이 잠시 기억을 스쳐가기도 한 것을 보면 글쓴이의 경험(?)이 꽤 풍부한 것 같았다.
물론 이런 류의 책은 많다.
작년에 나왔던 ‘고마워요 소울메이트’란 책도 있는데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소울 메이트 작가가
쓴 책으로 잠시 화제가 됐었으나 내용이 너무 신파적이고 지루한 감이 있어서 크게 회자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세상의 책은 많고, 읽어야 할 책도 많다.
그 중에서 때로는 이렇게 말랑말랑한 연애 담론을 읽어보는 것도 꽤 괜찮은 것 같다.
적어도 옛 추억을 잠시 더듬어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흑백 영화가 될 뻔한 사랑
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정이 컬러 영화로 뒤바뀔 수도 있으니까.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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