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대한 낯선 체험이 가슴 설레어서이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사고 방식을 공유하고 그들의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하에서 만났던 캐나다에서 온 20살 어린 친구들, 폴란드에서 소매치기 당한 나를 도와주었던 22살의 예쁜 여대생, 슬로바키아 기차역에서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뜬금없이 영어로 대화를 요구했던 한 직장인 아가씨.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찍는 것 외에 그들과 나누었던 대화와 그들과 잠깐이나마 공유했던 시간들을 추억할 수 있어서, 그것이 좋아서 난 여행을 한다.
그렇게 동남아시아와 유럽과 미국과 중국을 돌아다니면서 단 한 번도 여행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남들과 공유하기보다는 그저 혼자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이 좋다라는 생각이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귀찮아서였을까. 그러다가 뉴욕을 다녀오고는 기어이 일을 냈다.
‘직장인을 위한 뉴욕 5일만에 정복하기’라는 여행 관련 책 (eBook)을 낸 적이 있는데, 여행기라기 보다는 여행 정보 책에 가까웠다. 서점에 깔린 수 없이 많은 여행 정보 책자들이 내가 원하는 내용과 구성으로 되어 있지 않아서 뉴욕 여행을 준비할 때 어려웠던 점에 착안하여, 여행 후에 경험했던 내용과 정보를 중심으로 발간했었더랬다.
그런데 어느 날 ‘1만 시간 동안의 남미’라는 책을 접했다.
유쾌하다. 일단 이 책은 ‘여행기도 이렇게 유쾌하게 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해줄 만큼 유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1만 시간 동안의 남미’를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뭐랄까, ‘이렇게 책을 한 번 써봐도 좋을 뻔 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할만큼 재미있는 여행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멕시코 음식이 먹고 싶어 인터넷에서 멕시코 식당을 찾아 직접 가서는 맛있는 타코를 음미하기도 했으니까.
여행이란 것은-서두에서 얘기했던 것처럼-내가 현재 살고 있고, 살아왔던 환경과 문화와는 완전히 다른 또 다른 세계를 ‘탐험’하는 매력도 있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교류 역시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일 것이다.
박민우라는 작가는 가식이나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담백하면서 유쾌하게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수 년 전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전 KBS 아나운서 손미나 씨의 여행기랄까, 체류기랄까 하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받은 적이 있었다. 결국 현재는 모 출판사에서 사장직을 의뢰 받고는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보험회사의 광고모델까지 하고 있는데, 사실 그녀의 책은 여행기도 아니고, 체류기도 아니고 그저 자기 독백 형식의 일기장 수준이어서 몇 장 읽다가 덮어버린 책이었는데 역시 사람은 유명하고 볼일인가 보다.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특히 남미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고 가길 권한다. 마치 오스트리아 찰스부르크에 가기 전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꼭 봐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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