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좋은 점 하나. 등장 인물이 거의 없다. 서로 메일을 주고 받는 두 남녀 외에 여자의 남편과 친구, 남자의 여자 친구가 아주 가끔 등장할 뿐 90% 이상이 주인공 두 명에 의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좋다.
사실 외국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은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 때문에 ‘이 사람이 누구였더라?’하면서 다시 앞을 뒤적거려보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럴 일이 없어서 좋다.
둘. 쉬워서 좋다. 복잡한 스토리나 수 많은 복선을 배제한 채 단순히 주인공 두 사람의 이야기가 ‘메일’이라는 형식을 통해 아주 쉽게 전개 되기 때문에 대략 3시간이면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다. 물론 멋진 문장들은 기분 좋은 덤이고.
그렇다. 이 책은 애 딸린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 생활을 하고 있던 여자가 실수로 잘못 보낸 메일 한 통으로 다른 남자와 사랑을 하게 되는, 지극히 통속적인 연애 소설의 하나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메일 형식을 빌어 전개되는 이 소설을 마치 인터넷 초기 채팅이나 이메일 펜팔을 통해 낯선 이성과 호기심 어린 연애를 했었던 우리네 지난 시절과 다를 바 없다.
보이지 않는 상대와 주고 받는 전자 메일과 채팅을 할 때마다 느꼈던 두근거림과 설레임을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꽤 쉽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이처럼 자칫 쉬워 보일 수 있는 이야기 전개에 두 가지 복선을 설치해 놓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예의상 여기서 얘기하지는 않으려 한다.
사실 사람의 호기심이란 것은 끝이 없어서 모르는 사람과 얼굴도 보지 않은 채 대화를 하고 메일을 보내고 사랑을 느끼게 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얼마나 자극적인지는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다양한 상상은 흡사 오래 전 영화 ‘접속’에서처럼 언제나 로맨틱할 수는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무료한 일상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충분한 소재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아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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