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다. 밤이 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밤이 주는 고즈넉한 느낌 때문일까.
비가 오는 밤이면 그 느낌은 더하다.
'쏴'하고 쏟아지는 빗줄기 소리나 '똑똑똑'하고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주는 느낌은 밤이라는 고즈넉한 느낌과 함께 센치해지는 감정의 기복을 더욱 심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렇게 비 오는 밤에 혼자 방에서 이리저리 뒹굴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그것이 야들야들한 연애 소설이나 쉽게 몰입감을 가져주는 책이라면 더 좋을 것이고, 그 옆에 기호에 맞는 커피 혹은 차가 곁들여진다면 그렇게 책을 읽다 스르르 잠이 들어도 좋을 만큼 행복한 순간이다.
사실 비 오는 날 돌아다니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지극히 싫어한다. 비에 신발도 바지도 다 젖어버리고 우산 이라는 것을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이동에도 불편함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오는 것이 좋은 것은 故 김현식 씨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부르며 성장했던 그 시절의 기억이나, '비 오는 날 수채화'같은 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기 때문은 아니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비 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라는 노래처럼 추억 속에 남는 아름다운 로맨스가 있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비가 내리는 소리가 좋고, 그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 수가 있어서 좋고, 그 옆에 좋아하는 茶가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보다도 비 오고 난 뒤의 산책길에서 느껴지는 상쾌한 내음, 비의 것인지 땅의 것인지 모를 그런 향극한 내음과 어쩌면 볼 수도 있다는 희망에 부풀게 하는 무지개 때문일지도 모른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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