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정치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그 치열했던 80년대 학생 운동 시절 대학교를 다니지도 않았을 뿐더러 입으로는 ‘국민’을 얘기하며 뒤로는 허구한 날 밥그릇 싸움만 해대는 그네들의 꼴도 보기 싫어 관심조차 없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정치란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아는 정치란 그저 국민들이 편안하게 걱정없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인줄로만 알고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아니하니 그저 화만 날 뿐이다. 그래서 내 블로그에는 가급적 정치 얘기를 안 하려고 노력해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지만 작금의 사태가 너무도 안타까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치 얘기를 한 번 해볼까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두 가지 교묘하고도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에서의 이념적 줄타기와 부자를 욕하면서 부자 되기 열풍에 동참하는 심리적 줄타기가 바로 그것인데,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닌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 숨어 있는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민주주의란 말 그대로 백성이 주인이 되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이념으로 국민의 뜻을 대변할 사람을 뽑아 나라의 운영을 맡기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부터 교묘한 줄타기가 시작된다. 대체 ‘국민의 뜻’에서 국민은 누구일까? 작년 대선에서 선출 된 사람은 과연 국민의 뜻으로 선출 된 것일까? 최근 인터넷 뉴스에 딸린 댓글이나 정치관련 글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의 총선에서도 대통령이 속한 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것을 보면 또 국민의 뜻인 것도 같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진정한 뜻은 무엇일까?
자본주의란 기본적으로 ‘자본’, 즉 돈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이유는 ‘부자 정권’이란 데서 기인한 것이다. 인수위 시절부터 ‘
그러나 그런 기사가 난 바로 옆에는 ‘부자 만들기’ 혹은 ‘부자 되기’에 대한 책 광고가 버젓이 자리 잡고 있고, 베스트 셀러에는 항상 부자 관련 서적이 자리를 차지고 있으며, 부자 관련 인터넷 카페는 그 수가 엄청나게 많으며 모두들 부자기 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결국 손가락과 입으로는 정부의 정책을 욕하면서도 뒤로는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것을 보면 이번 총선 결과가 전혀 의외는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앞서의 내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바로 여기서 첫 번째 줄타기와 두 번째 줄타기가 교묘히 교차하면서 진정한 ‘국민의 뜻’은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잃은 것이다.
‘도덕불감증’이란 말이 있다. 비도덕적인 일을 하고도 내가 나쁜 짓을 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증상을 의미한다.
현재 대통령이 현재의 자기를 있게 해 준 삼촌 같은
재산이 수 억 원이 되면서 의료보험을 적게 내기 위해 갖은 꽁수를 부리다가 적발된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서는 의료보험 민영화라는 기도 안 차는 정책을 밀고 나가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문화재 파괴고 역사 의식도 없이 그저
국민의 건강은 상관없이 그저 소고기 개방시켜 놓으면 알아서 고기 값이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아니 어쩌면, 선거자금으로 대형 건설사에서 뒷돈을 받아 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하 사업을 계속 해야 하며, 모 민영 의료 기관으로부터 정치 자금을 받았기 때문에 국민의 모든 정보를 넘기면서까지 의료 보험 민영화를 시행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부자 정권 때문도 아니고, 단지 의료 보험 민영화를 시행하려고 해서 국민들이 현 정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바로 이런 ‘도덕 불감증’에 걸린 사람들-부자가 되는 과정이 깨끗하지 못하고 투기와 비리로 얼룩진-이 정권을 잡은 것에 대해 못마땅한 것이 바로 국민의 뜻이 아닐까 한다.
대운하가 필요하면, 의료보험 민영화가 필요하면 왜 필요한지 설득을 해야 한다. 논리적으로 설득 되지도 않고, 반대하는 논리가 오히려 타당성이 있는데 선거자금이나 정치자금을 대형 건설사나 민영 의료기관으로부터 받지 않았다면 시행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닐까. 의료보험 민영화가 필요하다면 왜 대통령은 의료보험을 안 내려고 그렇게 발버둥을 쳤을까.
세상이 어수선하니 날은 따뜻한데 마음은 아직 겨울이다.
새로운 세상이 왔음에도 벌써 차가워진 마음을 가진 건 나 뿐이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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