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고 했다. 그것이 한 장의 사진으로 기억되는 것이든 한 줄의 일기로 떠오르는 것이든.
어제 찍은 사진도 오늘 보면 촌스럽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 사진을 보며 웃을 수 있는 건 바로 그 때의 추억이 우리들 가슴에 남아 있기 때문일게다.
성인이 되고 나면, 특히 학창 시절보다 더욱 치열한 사회에 몸담고 살아가다 보면 이따금씩 생각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
그렇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있다. 특히 내 또래의 남자들은 어린 시절-아직 자동차가 지금처럼 골목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지 않았던 그런 시절- 온 동네 골목을 누비면서 가슴 켠켠이 쌓여있는 그런 추억들이 많을 것이다. 망 까기, 구슬 치기, 딱지치기는 물론 자치기와 말뚝 박기 등 컴퓨터 게임과 닌텐도로 대변되는 요즘 아이들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 추억들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제제는 어린 시절의 우리들처럼 특별한 놀이가 없이 라임 오렌지 나무가 가장 친한 친구다. 흔한 말로 유복하지 않은 집안에서 성장한 제제는 부모님께 꾸중을 들을 때나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여 호기심이 가득 할 때면 나무에 올라타 나무와 대화를 하고, 나무에 감정 이입을 하면서 많은 상상을 하며 스스로를 달래고 성장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사실 우리는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를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고정관념은 다른 나라의 어린이들도 우리와는 무언가 다른 생각과 사고 방식을 지닌 채 성장하는 것 같지만, 제제를 알고부터는 그런 것들이 얼마나 편협한 편견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어린 아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점점 더 속물이 되어 가고, 나누기보다는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한 어른이 되는 것이 싫었던 피터팬은 어쩌면 그래서 영원히 아이로 남아 있기를 바랐는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의 삶을 살아가기란 참으로 힘들다.
오로지 앞으로만 나아가기를 강요 받는 요즈음 같은 세상 속에서 가끔씩 침대에 누워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것은, 아니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작은 행복이 아닐까.
당신에겐 제제에게 라임 오렌지 나무 같은, 그런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면 같이 생각나는 그런 친구가 있는지. 아니면 혹시 있었는데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지.
이 책을 읽으며 오래 전 어렸을 때, 그 때를 한 번 돌이켜 보며 추억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왕이면 차를 한 잔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따사로운 햇볕이 드는 창가의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햇살의 움직임에 따라 책장을 넘기고픈 그런 책이라고.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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