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역할 모델 (Roll Model)이 있다.
어렸을 때는 ‘에디슨처럼 훌륭한 과학자가 될꺼야’ 라던지 ‘나이팅게일처럼 아픈 사람들을 돌봐주는 간호사가 될꺼야’ 같은 소위 위인들의 직업과 관련된 역할 모델을 ‘강요’에 의해 선택하곤 한다.
내가 ‘강요’에 의해 선택했다고 한 점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강요에 의한 것이었고, 단 한 번도 스스로 선택한 적은 없었다. 바로 어른들이 이미 맞춰 놓은 교육 과정의 하나로 그것을 선택하도록 했기 때문에, 부모님의 희망에 대해 작게나마 보답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어린 시절 우리의 역할 모델은 항상 ‘직업’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런 어린 시절을 추억으로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우리들. 지금의 우리들은 과연 역할 모델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직업인’으로써의 역할 모델이 아닌 성인으로써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인간 본성에 대한 역할 모델이라면 도대체 어디서 찾아야 할까.
감히 추천한다. 삼국지라면 찾을 수 있을거라고.
너무나 잘 알겠지만 삼국지는 송나라 때 나관중이 썼던 삼국지 연의가 모태가 되는 책으로써 몽고족인 원나라로부터 주권을 회복한 한(漢) 족이 그 정통성을 살리기 이해 한나라의 후예인 유비 및 촉나라를 미화한 측면이 높긴 하지만 그런 배경은 차지하고서라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인물들-유비, 관우, 장비, 조조, 순책, 손권, 제갈량, 방통, 주유, 사마의, 원소, 여포, 동탁, 조자룡, 위연 등-간의 관계 속에서 난무하는 권모술수, 병법과 책략 등이 너무도 드라마틱하게 잘 드러나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작가가 쓴 삼국지를 모두 예 닐곱번 정도 읽으면서 위에 열거한 수 없이 많은 인물들 중에 두 명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는데, 바로 조조와 제갈량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군주, 즉 왕의 될 수 있는 충분한 실력과 자질을 갖췄다는 점이고 다른 점은 한 사람은 본인의 그런 능력을 발휘하여 결국에는 한 국가를 건설하여 왕의 자리에 올랐고, 다른 한 사람은 끝까지 왕을 보필하는 2인자의 위치에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비슷한 능력과 자질을 갖고도 살아가는 방식이 극명하게 달랐던 두 사람의 삶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내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즉 역할 모델을 누구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즐거운 고민을 던져 주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 과연 나는 그러한 능력을 갖고 있는가, 역할 모델처럼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과 자아 성찰의 시간을 주었다.
성인이다. 아이가 아닌 어른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한 번쯤은 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 면에서 단순히 직업과 위인에 관련된 어린 시절 역할 모델이 아닌,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상을 가슴 한 켠에 담고 살아간다면 훨씬 힘이 나지 않을까.
사는 게 조금 힘들더라도, 인생이 좀 팍팍하더라도 그래도 다시 한 번 힘 나게 하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들이 비록 조조나 제갈량은 아니더라도.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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