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상태는 전쟁의 상태다. 평화 역시 전쟁이 잠시 쉬고 있는 순간일 뿐이다
-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했다. 그래서 부작용이 심한 것이다.
- 정경 유착이란 건 원래 좋은 것이다. 정치가 끌어주고 경제가 받쳐주는 그만큼 그 나라는 잘 살게 되는 나라가 아니겠는가. 문제는 그것을 나쁘게 이용하는 것이 문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라는 문을 들어섰다.
주입식 교육과 짜여진 틀에 얽매여 살아가던 시간들이 단 몇 시간의 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자 무한대의 자유로 탈바꿈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는 술을 마신다. 미팅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게 된다. 어줍지 않게 시위도 해보지만 몸만 힘들어서 대충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이내 그만둔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이라는 대학 생활에서 우리가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지적 허영. 지적 사치.
조금 배웠다라는 사람치고 이런 지적인 언어의 유희를 즐기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치 ‘난 너와는 달라’라고 얘기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대학교. 그리고 대학생.
상아탑이라는 교육 최고의 무대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이라고는 술 마시고 노래하고 취업을 위한 준비 밖에는 없는 요즘, 그것이 좋던 나쁘던, 아니 혹은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더라도 지적 허영과 사치를 누리고 즐겨볼 만 하지 않을까. 그래도 대학생인데 말이다.
이런 지적 허영과 사치는 결국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한껏 누릴 수 있는 것인데, 문제는 상대방 역시 그런 준비가 되어 있어야 나도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대화라는 것은 결국 두 사람, 혹은 여러 사람간의 교감을 언어로 표현한 것인데, 컴퓨터 게임과 자극적인 영상, TV와 인터넷에 빠져 그들만의 특권인 '지적 사치와 허영’은 버려둔 채 오로지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것에만 매달리는 요즘 대학생들은 과연 진정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일까.
김우중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그 때, 그와 도올이라는 사상의 대가가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궁금증과 어떤 지적 사치를 누리는 대화를 했는지 호기심이 이 책을 펼치게 만들었다.
이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으로 대한민국에서 대기업 총수의 책 집필 바람을 일으켰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그와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에 대한 해박을 지식을 갖춘 도올 김용옥 교수가 김우중 회장의 출장 비행기에서 상식을 뛰어 넘는 대화 수준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들의 대화는 중구난방 식의 아무 의미 없는 대화라기보다는 서로가 느끼는 문제와 모순에 대해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지적 사치를 마음껏 누렸다는 점에서 책을 덮을 때까지 궁금증과 호기심을 잃지 않게 했다.
마치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 여러 수를 미리 염두에 두고, 즉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생각해 놓고 한 수씩 풀어가듯이 이 두 사람의 대화는 정말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적 사치를 마음껏 뽐내고 있다.
술 집에서, 찻집에서, 그리고 밥 집에서 우리는 수 없이 많은 시끄러운 얘기들이 오가고 있는 것을 안다. 서로가 목소리를 높여 얘기를 하면서도 결국 일방적인 배설에의 쾌감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이러한 소리의 공해, 그 안에서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진정한 대화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가십과 감각적인 얘기는 접어두고 조금은 지적 사치를 부리는 대화를 한 번쯤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되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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