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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꼭 읽어야 할 책들

새의 선물 - 숨어 있는 또 다른 나의 발견

by Robin-Kim 2008.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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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밤에 다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우리는 몇 번이나 거울을 보게 될까.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그리고 남, 녀에 따라 틀리겠지만-여자가 남자보다 거울을 보는 횟수가 많은 것은 굳이 통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모두 공감하겠지- 누구든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보게 되는 거울. 그 거울 속에 익히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이 서 있다면 공포감을 느끼게 될까, 아니면 호기심을 느끼게 될까.

 

새의 선물.

 

이 책은 거울 앞에 선 나의 모습과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소설적 표현을 빌리면 남이 보는 나내가 보는 나라는, 나를 보는 두 가지 시선을 교묘히 배치하여- 사람을 보는 시선에 따라 그 사람이 얼마나 달라 보일 수 있는지를 은희경 식으로 표현한 그런 작품이다.

 

사실 우리는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지 않던가. 보이는 것 뒤의 진실은 외면한 채 눈 앞에 펼쳐진 현상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버리지 않던가.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장미가 아름다운 것은 장미 때문이 아니라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으리라 생각된다.

 

마치 보는 것만으로도 웅장한 느낌을 주는 나무 뒤에 숨어 있는 나의 모습을, 그렇게 숨겨져 있던 나의 진실을 과감하게 끄집어 내지 못하고 나무 뒤에 계속 숨어서 나는 그렇지 않은데라고 생각하며 주변 사람들과의 억지스런 교감을 만들어가듯, 이 책은 그렇게 보여지는 나를 통한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의 관계를 이끌어간다. 물론 그 배후에는 내가 보는 나가 존재하지만.

 

사실 은희경이란 작가는 내게 특별한 작가였다. 였다라는 과거 형을 쓴 이유는 물론 지금은 아니란 얘기다. 은희경 작가가 내게 특별했던 이유는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여성 작가가 쓴 문학 소설인 이 책, 새의 선물을 집필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은희경 작가의 첫 단편집 타인에게 말걸기-사실은 새의 선물이 늦게 출간 되었다-를 읽고는 은희경이란 작가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하루끼와는 또 다른 어떤 염세주의 적인 느낌과 등장인물에 대한 다양한 심리 묘사는 은희경 만의 탁월한 매력이었다.

 

그러나 새의 선물의 속편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에서 은희경 작가는 철저한 실패를 하게 된다. 책을 읽고 나서야 새의 선물의 후속편 정도구나, 새의 선물 주인공이 성장해서 느껴가는 것들에 대한 얘기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된 이 책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새의 선물에서 한 걸음도 더 나가지 못했고, 오히려 퇴보했다는 실망감만을 안겨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책, 새의 선물이 마음에 든다.

바로 살아가는 매 순간, 어떤 모습의 라는 존재가 거울-실제 거울이 아닌 내가 비춰지는 모든 무엇들- 안에 비춰지는지 궁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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