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사람을 몰입하게 하고 몰두하게 만드는 것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무엇일까? 아마 호기심이 아닐까? ‘데어봐야 난로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어른들 말씀처럼 무엇인가에 대한 호기심은 마치 마약처럼 알 수 없는 힘으로 우리를 무언가에 몰입하도록 자극한다.
특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궁금증 유발을 통한 호기심 자극은 본인도 모르게 스펀지에 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천천히 빨려 들어간다.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것은 진실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보는 현대 대중들의 특성으로 인해 스스로의 해석에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에 열광하거나 또는 실망한다. 오로지 자기의 해석 기준에 맞춰서.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때론 거짓에 열광하고 진실에 실망하기도 하는 것일 게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 뒤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갈증과 그것을 보고 싶어하는 관음증은 항상 우리를 자극하고 몰입하게 한다.
최종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이나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가 가진 재미는 내용 그 자체가 아니라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이 추리를 하듯 궁금증을 자극하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우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세종대왕 그리고 한글 창제.
이 두 가지에 관련된 미스터리 추리 소설인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을 살인과 비밀, 그리고 치열한 두뇌게임과 수수께끼를 음양오행의 조화와 마방진 등 너무나도 동양적인, 아니 한국적인 소재를 활용하여 레고를 하나씩 끼워 마치듯이 풀어나가는 솜씨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싶을 정도로 탁월하다.
물론 이 책이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내용을 전개하기 위한 허구도 다분히 섞여 있겠지만 그 허구를 무시하고서라도 이 책에 몰입하게 되는 데에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즉 우리 스스로의 잣대에 의해 해석하고 결론을 내 버린 사실을 그 뒤에 숨겨져 있던 비밀들에 대한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기 때문인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 그것을 알고 싶다면 호기심을 자극해보자.
그리고 그렇게 자극된 호기심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몰입하게 될 것이다. 진실을 하게 될 때까지 말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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