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난 알았다.
우리가 얼마나 헛된, 그리고 잘못된 역사를 배워왔고, 또 배우고 있으며 앞으로도 배울 것이라는 것을.
해방 이후 식민주의 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학자들이 학계의 원로가 되고 또 그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학계에서 배척을 당하기 때문에 역시 2세대, 3세대 사학자들도 똑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을.
진시황은 왜 분서갱유를 했을까. 왜 아방궁을 지어 그토록 많은 궁녀를 소유했을까.
한 번쯤 궁금하지 않은가.
진시황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 역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이라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리고 우리의 단군 신화에는 왜 곰과 범이 나올까?
한 (漢)을 세운 유방과 항우의 싸움이 漢족 (더 정확하게는 지나 족)과 배달 민족의 싸움이라는 것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가.
고대 단군 조선과 주 나라의 멸망, 그리고 진시황이 통일한 진나라와 단군 조선의 관계 속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들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며 난 분노했고, 몰두했으며, 머리 한 구석이 뻥 뚫리는 느낌과 함께 가슴 한 켠이 답답해 옴을 느꼈다. 정신적 아노미 현상을 동시다발적으로 겪으며 책을 덮는 순간에는 마치 지식의 알갱이를 씹어 먹은 감정이 들었다. 이 책이 분명 지식 전달을 위한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동북아 공정이 진행되고, 일본은 한글의 시초가 자신들의 고대 신의 문자라고까지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또 의무가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그 누가 나를 사랑해 주겠는가.
우리는 이토록 중요한 우리의 역사를 철저한 식민사관과 몇 권 안 되는 사료들로 채워서 자꾸만 작게 가르칠 뿐 아니라 빗살무늬 토기가 청동기 시대의 것인지 신석기 시대의 것인지를 외워서 찍는 그런 역사만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 한심하기 그지 없다.
족보가 없으면, 시조를 모르면 ‘뼈대 없는 집’이라고 욕하면서도, 정작 더 중요하게 알아야
할 우리의 역사는 마치 남의 집 얘기하듯이, 불 난 집 불 구경하듯이 그렇게 바라만 보고 있는지
안타깝다.
터키는 왜 우리를 형제의 나라라고 하면서 6.25때 자진해서 출병을 했을까. 그들은 바로 우리와 같은 배달 겨레 (민족) 중 하나인 배달 범족인 돌궐의 후예이기 때문이다. 게르만 족이 대 이동을 하게 만들고 로마 제국까지 위협했던 훈족 (흉노) 역시 같은 핏줄인 배달 범족으로, 현재 헝가리의 기원이 되며 그렇기 때문에 헝가리 음식이 우리의 음식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도대체 우리는 언제나 되야 학교에서 배우게 될 것인가.
책을 읽고 난 소감을 써야 하는데, 글을 정리하다 보니 역사관과 한국의 역사 교육에 대한
내용으로 흘러버렸다.
그만큼 이 책은 이 책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 관련 책과 소설에 대해 뜻하지 않은 관심을 갖게 해준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적 상식이 얼마나 무지하고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깨우쳐 주었다는 점에서 난 이 책을 최고의 책이라고 추천해 마지 않는다.
(원래 책 제목은 '짐은 이것을 역사라 부르리라' 였지만 지금은 '시황제'로 바뀌었다. 한겨레 출판사/김현기 저)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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