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장에서 가까운 금붕어 시장은 조금 특이한 곳이다.
우리나라도 수족관이 몰려 있는 거리나 동네가 있지만, 말 그대로 수족관에 있는 관상용 물고기를 파는 것인데 여기는 진열부터가 특이하다.
[ 금붕어 시장 가는 법 ]
① 몽콕 역 B3출구와 연결된 육교를 올라가 우회전한 뒤 왼쪽에 보이는 첫번쨰 계단으로 내려가면 20m 앞에 있다
② 프린스 에드워드 역 B2출구로 나와 직진, 오른쪽에 사사 (SASA)가 나올 때까지 직진하다 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좌회전
꽃시장은 프린스 에드워드 역에서 가까우므로 ② 번 방법을 택하면 된다
프린스 에드워드 역에서 금붕어 시장으로 가는 어스름 초저녁 거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얼추 퇴근 시간하고 겹치다 보니 퇴근하는 사람들까지 합세해 금방 거리는 복작복작 해졌다.
그렇게 사람과 거리 구경을 하며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금붕어 시장에 도착했다.
홍콩 사람들은 금붕어를 키우면 복이 온다고 믿는데, 물고기를 뜻하는 한자 ‘魚’와 부유함을 뜻하는 한자 ‘裕’의 중국어 발음이 비슷해서 그렇다고 한다. 원래는 귀족층의 전유물이었으나 송대에 이르러 서민층에 보급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월요일 저녁이었음에도 금붕어를 사러 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금붕어 시장 거리의 모습을 동영상으로도 담아 봤다.
금붕어 시장을 둘러보며 느낀 건, 홍콩에서는 어쩌면 '우물 안 개구리'라는 표현보다 '투명 비닐 봉투 안의 금붕어'라는 표현을 쓰는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작디 작은 비밀 봉투 안에 든 금붕어는 그 곳이 세상의 모든 곳이겠지.
금붕어 시장을 둘러 보고는 파윤 거리로 향했다. 파윤 거리는 꽤나 규모가 큰 재래 시장인데, 프린스 에드워드 역과 몽콕 사이의 거리를 말한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이번 홍콩 여행은 의도치 않게 '시장 투어'가 됐는데, 구룡반도와 홍콩섬의 시장이란 시장은 다 가본 것 같다. 그러면서 내가 느낀 건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여인가 (레이디스 마켓) 보다 더 크고 북적거리는 시장이 많으니 꼭 여인가가 아닌 다른 시장을 가보는 걸 추천한다.
참고로 파윤 거리는 구글지도에서 '파윤거리-마켓'으로 검색하면 나아며 금붕어 시장 거리 바로 옆에 붙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둘러 보면 좋다.
파윤 거리 시장을 둘러 보고는 숙소 근처에 있는 스타의 거리로 향했다.
지난 번에 왔을 때 이미 심포니 오브 라이트 (Sympony Of Lights)를 보긴 했는데, 마지막 홍콩 여행이라고 생각하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싶어져서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미리 다운 받아 온 구글 오프라인 지도를 아무리 봐도 몽콕 역을 못 찾겠다.
지도만 보면 못 찾는 곳이 없는 내가 이상하게도 파윤 거리 시장에서 몽콕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보고 저렇게 보며 이리저리 움직여 봐도 지도에 표시된 몽콕 역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곰곰이 생각해보건데, 나는 종이 지도에 익숙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종이 지도는 펼쳐서 보면 현재 내가 어디에 있고 목적지는 어디에 있는지 한 눈에 볼 수가 있다. 그래서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면 되는지를 찾기가 쉽다.
그런데 핸드폰 지도는 화면이 작아서 한 눈에 내가 있는 곳과 목적지를 찾기가 어렵고, 화면을 키웠다 줄였다 해가면서 봐야 하다 보니 여기가 저긴가 저기가 거긴가 싶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난 아날로그 체질인가 보다.
그렇게 한참을 구글 지도와 싸우다 마침내 몽콕 역을 찾아 지하철 MTR을 타고 침사추이역에 내려 야경을 느끼며 천천히 걸었다. 지하철 역에서 가까워 그리 오래지 않아 도착한 그 곳은 의외로 한산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이 복작거리긴 했는데 예전만큼은 아니고, 꽃 시장이나 금붕어 시장에 모인 정도의 사람들만 있었다. 그런데 심포니 오프 라이트를 하기 전까진 아직 30분 정도가 남아서 시원한 바닷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삭채도 하고 도착하자마자 계속 돌아다니느라 피곤한 다리를 쉬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뒤 시작된 심포니 오프 라이트.
그런데 이상하게 예전만큼 화려하지도 않고 멋있지도 않고 별다른 감흥도 없다. 내가 바뀐 건지,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약해진 건지. 둘 중의 하나는 바뀐 건데 어떤 것이 바겼는지는 잘 모르겠다.
속절 없이 흘러버린 시간만큼 무언가는 바뀌었고, 그 바뀐만큼 감흥은 떨어졌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1881 헤리티지에 들렀다. 지난 번 여행할 때 뭔가 굉장히 고풍스러워 보였던 것이 기억남아 자료를 찾아봤더니 '빅토리아 양식+신 고전주의 양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빅토리아 양식은 뭐가 신 고전주의 양식하고는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
일단 뭔가 고풍스러워 보이니까 들어가보자 싶었다.
1881 헤리티지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자면 다음과 같다.
1881~19996년 홍콩 해경본부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뉴얼해서 만든 곳. 소방서, 소방서 기숙사, 해경본부, 마구간, 시계탑의 5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중앙 광장 오른쪽에는 소방서와 소방서 기숙사가 있는데, 1920년에 붉은 벽돌로 지어 ‘빨간 집’이라는 애칭으로 통한다고 한다.
가장 중앙의 큰 건물은 해경 본부 (Main Building of the Former Marine Police HQ)인데, 1880년대에 2층으로 지은 작은 건물이었으나 1920년대에 증축을 거듭해 지금의 모습 되었다.
계단을 올라가면 건물 정면에 대포 2문이 보이는데 1961년까지 눈데이 건으로 사용되던 것이라고 한다. 눈 데이 건은 정오 (낮 12시)에 대포를 쏘아 시간을 알리는 행사 (?)로 홍콩 섬에서는 아직까지도 진행한다.
그럼 이런 내용들을 일부 사진으로 만나보자. 왜 '닐부'냐면 내가 방문했던 시간은 퇴근 시간 이후 저녁 때라 뭘 물어볼 사람이나 안내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뭐가 어딘지 알 수 없어서 그냥 일부만 사진으로 담아 왔다.
위 사진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대포를 볼 수 있는데, 그 대포가 위에서 설명한 예전에 눈데이건으로 사용했던 대포다. 그런데 밤이어서 어두운데다 대포까지 어두우니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아 포기.
대신 대포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보며 아래 쪽에 있는 광장 (이라고 쓰고 앞마당이라고 해야 할 정도의 작은 규모)을 사진에 담았다.
1881 헤리티지를 보고는 숙소로 돌아갔다. 1층과 건물 입구에 가득한 인도인들을 뚫고 가면 만날 수 있는 청킹맨션에 위치했던 숙소.
도착하자마자 바로 돌아다니기 시작해서였는지 다리도 아프고 많이 피곤했다. 그래서 그냥 까무룩 잠이 들 뻔 했으나, 먹으려다가 못 먹은 18 도기스 누들이 계속 머릿 속에 맴 돌았다.
그렇게 '귀차니즘'과 '먹고 싶음'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일단 먹으러 다시 숙소를 나섰다. 오늘 안 먹으면 자칫 내일 일정이 꼬일까 싶어서였다. 다만 다리가 아파서 걸어서는 못 가기 힘들어 버스를 탔다. 지하철 조던 역 지나서 바로니까 버스를 타니 금방 도착했다.
큰 길에서 구글 지도를 보며 골목으로 접어들었는데 사람이 굉장히 많이 몰려 있는 식당이 눈에 들어 왔다. 엄청 많은 사람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몰려 있어서 무엇을 파는 식당인지 굉장히 굼금했다.
하지만 간판부터 가게 앞 유리에 붙어 있는 메뉴까지 전부 중국어로만 써 있어서 도저히 무엇을 파는 곳인지 알 길이 없었다.
나중에서야 구글 지도에서 우연히 알게 된 이 식당은 '카이 카이 디저트 (Kai Kai Dessert)'라는 곳으로, 전통 디저트를 파는 곳이었다. 그런데 얼마나 맛있길래 디저트를 이렇게 기다리면서까지 먹는지 모르겠다. 영어 메뉴는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카이카이 디저트를 뒤로 하고는 원래 목적지였던 18 도기스 누들로 향했다. 카이 카이 디저트가 있는 건물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있다.
메뉴는 그냥 '도기스 누들'이다. 그런데 주문을 하고 나니 젊은 청년이 뭔가 작은 통을 보여주며 이걸 넣어도 되는지 물어 봤다. 그래서 뭔가하고 자세히 보니 쪽파 썰어 놓은 것이었다. 쪽파는 당연히 넣어야지!
난 고수인 줄 알았는데 다행이었다.
그리고는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주문한 도기스 누들이 나왔는데, 그 맛은, 그 맛은...너무 맛있었다.
얼마나 맛있냐면 홍콩 여행을 통틀어서 먹었던 모든 음식 중에 제밀 맛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맛있었다. 아주 살짝 전분기 있는 국물은 진햇고, 면의 식감은 뭔가 독특했다. 그리고 면과 국물의 조화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렇게 뚝딱 한 그릇을 비우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가게를 나왔는데, 카이 카이 디저트에는 아짂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봐야 디저튼데 이렇게까지 기다리면서 먹어야 할 이유가 있나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세 번째 홍콩 여행의 첫 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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