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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마카오 완전 정복/홍콩 여행 시즌 3

[홍콩 여행 시즌 3] 2일차 (1) 유덕화를 만날 수 있을까 - 삼수이포, 스페이스 오디오, 셩완, 만와레인, 건어물 거리, 본햄스트랜드

by Robin-Kim 2023.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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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홍콩 여행 2일차의 아침이 밝았다.

 

여행할 때 늘 그래왔듯이 아침 7시에 맞춰 놓은 알람 소리를 듣고는 잠에서 깼다. 잠자러 여행 온 건 아니니까. 늦잠은 집에서 자도 된다.

 

잠시 숨을 돌리고는 아침을 먹기 위해 숙소가 있는 청킹맨션을 나섰다. 오늘 아침은 완탕면.

 

2015년에 왔을 때 우연히 발견하고는 홍콩 여행 올 때마다 일부러라도 들러서 꼭 최소 한 끼는 먹는 나만의 완탕면 식당,  용기 (龍記). 주변 사람들한테도 안 열려줬던 침사추이의 작은 그 곳.

 

홍콩의 아침은 고요하다. 거의 24시간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여행객들로 붐비는 침사추이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요하다. 식당으로 가는 동안 아침을 청소하는 청소차와 자동차 몇 대만 골목을 오갈 뿐이었다. 

 

홍콩 침사추이의 아침 풍경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하트 애비뉴에 있는 용기 식당으로 향했다. 무려 6년만에 다시 먹게 되는 완탕면 생각에 기분이 저절로 좋아졌지만, 이런 나의 즐거운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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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식당이 없어진 것이다! 바로 근처에 있던 운남 쌀국수 식당은 아직 있는데, 용기 식당의 자리는 세븐일레븐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둘 중의 하나다. 코로나 불경기를 견디지 못해 폐업했던지 건물주가 임대료를 엄청 올려 다른 곳으로 이전했던지. 어떤 이유든간에 내가 좋아하던 비밀 식당이 사라진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다른 식당을 찾아봤는데 아침에 문 연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상했다. 원래 홍콩은 아침 일찍 문 연 식당이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아침을 해결하곤 했는데 오전 7시가 넘었는데도 문을 연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진 것이다.

 

대체 밤에는 일찍 문 닫으면서 왜 아침에 일찍 문 연 식당은 없어진 걸까? 몇 년 사이에 홍콩의 문화가 또 다시 바뀐 듯하다. 시간이란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꿔 놓는 존재란 걸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발길을 돌려 숙소 맞은편 길 건너로 향했다.  청킹맨션을 나올 때 보니 식당 같은 곳에서 불을 환하게 켜고 누군가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설마 거기서는 아침을 먹을 수 있겠지.

 

역시 천천히 걸어 목표한 곳에 도착하니 문을 연 식당이 맞았다. 여러가지 음식을 해 놓고 있는데 뭘 먹어야 고민하다 일단 어묵처럼 보이는 것을 달라고 했다.

 

그릇에 담아준 어묵 요리.

 

딱히 먹을 곳도 없고 해서 가게 앞 길거리에서 맛을 봤다. 카레를 섞었는지 카레 맛이 살짝 나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슴슴하니 괜찮다. 다만 양이 너무 적었다.

 

그 때 다른 현지 아저씨가 면을 포장해 가는 걸 보고는 나도 하나 달라고 했다. 볶음면이었다. 가격은 HKD 25인데 의외로 양이 많았다. 포장을 해서 숙소로 돌아와 볶음면을 처묵처묵 했는데 생각보다 좀 짰다. 그렇다고 못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홍콩 음식이 대체적으로 좀 짠 편인데, 아무래도 습하고 더운 기온이 계속되다 보니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염분 보충 목적으로 그런 듯하다.

 

숙소에서 먹은 볶음면. 짠 것 빼고는 가성비가 좋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는 씻고, 9시에 숙소를 나섰다.

 

여행할 때 나의 철칙 중 하나가 현지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9시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출근하기 때문에 지하철도 붐비고, 여러모로 불편할 텐데 나까지 더해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항상 나의 여행 시작은 아침 9시다.

 

오늘의 목적지는 삼수이포. 2018년부터 '다음 홍콩 여행은 무조건 여기다'라고 찍어둔 곳. 그러다 2019년에는 민주화 시위 때문에, 그 뒤로는 코로 때문에 못 가봤던 곳을 가보기로 했다. 아예 하루를 삼소이포에서 보내기로 했다.

 

삼수이포의 첫 번째 목적지는 Sace Audio (스페이스 오디오). 이곳이 어떤 곳인지는 뒤에서 얘기해 보려 한다.

 

삼수이포 역에서 내려 처음 찍은 사진. 홍콩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모습.

 

 

삼수이포 역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천천히 걸어가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원래 삼수이포 역 주변은 엄청난 규모의 재래시장이 있는 곳인데 문을 연 곳이 거의 없다! 아니, 오전 9시 반이 다 돼가는데 어떻게 문을 연 곳이 이렇게 적을 수가. 밤 늦게까지 장사를 하는 건가...

 

조용하고 고요한 삼수이포의 재래 시장. 10월 마지막 주라 할로윈 관련 상품들이 눈에 띈다.

 

미리 다운 받아 온 구글 오프라인 지도를 보며 열심히 하지만 천천히 걷는다.

 

차를 타면 자전거를 탈 때 볼 수 있는 것을 못보고, 자전거를 타면 걸어갈 때 볼 수 있는 것을 못 본다. 그래서 너무 먼 거리가 아닌 이상 웬만하면 걸어서 돌아다니는 것이 내가 여행하는 방식이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눈에 들어온 삼수이포 거리의 모습. 주상복합 형태의 서민 아파트들이 상당히 많다.

 

그렇게 걸어서 드디어 압리우 스트리트에 도착했다. 스페이스 오디오는 압리우 스트리트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압리우 스트리트임을 알리는 표지판

 

목적지 스페이스 오디오가 있음을 알리는 현수막.

 

스페이스 오디를 빠르게 찾아내고는 건물 입구의 좁고 어두운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좁은 계단 옆 벽면에 붙은 스페이스 오디오 광고 포스터. 유덕화가 인상적이다.

 

그렇다. 스페이스 오디오는 영화 느와르 영화 '무간도'의 촬영 장소다. 그것도 내가 가장 명장면으로 꼽는 양조위와 유덕화가 처음 만나는 곳.

 

각자의 신분을 속인 채 서로 반대되는 목적을 향해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오디오 상점, 스페이스 오디오. 그런 두 사람이 다정하게 함께 앉아 음악을 감상했던 그곳.

 

그렇게 한 층을 올라갔는데...이런.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출입문 앞에 붙어 있는 안내문에 영업 시작은 12시부터라고 써 있는 게 아닌가.

 

'아니 무슨 오디오 가게 영업을 한 낮인 12시부터 시작한다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다가 하긴 아침 9시 30분부터 오디오를 보러 오는 사람은 없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문제는 스페이스 오디오가 아직 개점을 하지 않은 상태라 오늘 일정이 완전히 다 꼬였다는 것이었다. 여기서부터 모든 동선을 다 잡아 놨는데..그렇다고 12시까지 기다리기도 뭐하고. 빠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래서 바로 홍콩 섬으로 가기로 했다. 원래 홍콩 섬은 다음 날 갈 계획이었는데 그냥 오늘 가고 대신 내일 삼수이포 여행을 다시 하면 되니까. 그래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홍콩 섬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MTR (지하철) 셩완 역.

 

셩완 역 주변은 다양한 '특화 거리'가 있어서 둘러볼만하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로 가볼 곳은 도장 가게들이 모여 있어 이른바 '도장 골목'이라고 불리는 만와 레인 (Manwa Lane). 

 

홍콩 섬은 이렇게 주요 여행지들의 방향을 친절한 안내판이 있어서 좋다.

 


※ 만와 레인 (Manwa Lane, 文華里)

 

- 조그만 도장 가게들이 모여 있는 작은 골목)

- 셩완역 A2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도보 1분도 안 걸린다


 

셩완 역 A2 출구로 나와 바로 만와 레인을 찾았다. 전날 갔었던 꽃 시장이나 금붕어 시장 혹은 파이윤 거리 재래시장 정도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규모지만 그래도 나름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

 

만와 거리를 알리는 표지판

 

도장 골목 (만와 레인) 입구의 한 상점. 이른 아침부터 상담을 하는 손님이 있다.

 

만와 거리의 어린 저런 상점들의 모습.

 

다양한 재료로 된 도장들을 볼 수 있다. 얘기하면 즉석에서 도장을 파 준다.

 

상점들을 천천히 둘러보는데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장미 색을 띤 수정으로 된 재료들도 보인다. 그런데 가격이 꽤 비싸다. 물러보니 도장 하나 만드는데 HKD 200 내외였다.

 

그래도 상점 주인 분들이 친절해서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해서 간단하게나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가볍게 도장 골목을 둘러보고는 건어물 거리로 향했다. 


건어물 거리: 본햄 스트랜드 ( Bonham Strand. 文咸東街)

 

-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300m 남짓한 건어물 상점가. ‘인삼과 제비집의 거리’란 애칭으로 통한다고 한다

 

- 영국인이 홍콩에 첫 발을 디딘 지 10년째 되던 1851년 생성되었는데 당시에는 중국의 인삼, 녹용 해산물 그리고 동남아에서 수입한 코코넛, 향신료, 고무 등이 주로 거래됐기 때문에 ‘동남아 (南)와 중국(北)의 상품을 거래하는 무역회사가 모인 거리’란 뜻의 남빡흥까이 (南北行街)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 셩완역 A2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10m쯤 가면 세븐일레븐이 있는데, 그 앞의 힐리어 스트리트 (Hillier Street)를 따라 30m쯤 가면 된다.


일단 본햄 스트랜드를 찾으면 이리저리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거리와 상점의 모습을 보며 둘러보는 맛이 있는 곳이 건어물 거리이자 본햄 스트랜드다.

 

 

건어물 거리의 이런 저런 모습들

 

이 거리의 상점들은 단순히 우리가 아는 건어물만 파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약재부터 생선 부레 말린 것부터 제비집까지 우리가 잘 보기 힘든 다양한 식품들을 판매한다. 가게 안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면 사장님들께 민폐가 될 것 같아 밖에서만 카메라에 담아 봤다.

 

그렇게 거리를 따라 가며 구경하다 보면 웨스턴 마켓이 보이는 큰 거리가 나온다.

 

큰 길에서 만난 다양한 건어물 가게의 모습들

 

간판에 제비 연 (燕) 글자가 써 있듯이 제비집을 파는 곳도 꽤 많은 곳이다.

 

역시나 이런 저런 건어물 상점들의 모습들.

 

거리를 둘러 보고는 웨스턴 마켓으로 향한다.

 

2015년에 왔을 때 본 적이 있긴 한데, 그 때는 안에 들어가보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 번엔 실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쐴 겸.

 

웨스턴 마켓의 보습

 


웨스턴 마켓

 

- 에드워드 양식의 건물. 홍콩 最古의 역사를 가진 실내 시장으로 원래 식료품을 팔던 곳

- 1858년과 1906년에 세운 남, 북쪽 건물 두 동으로 구성되었으나 1980년 남쪽 건물이 철거되고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된 북쪽 건물만 있다

- 셩완역 C 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도보 2분


 

 

1층 (Ground Floor)에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모습. 꽃집도 있고 카페도 있다.

 

천천히 둘러 보는데 규모도 작고 딱히 볼 것도 없다.

 

이름은 '마켓'인데 뭔가 마켓다운 모습은 보이지 않다. 층별 안내를 보니 각 층별로 어떤 상점들이 모여 있는지 펴시가 되어 있긴 한데, 아침 11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문을 열지 않은 상점들이 거의 대부분이고 그나마도 빈 곳들이 많았다.

 

층별 안내 표지판

 

위에서 내려다 본 1층 (Ground Floor)의 모습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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