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다. 재미있게.] 시리즈가 공식 출간되었습니다. 총 3권의 시리즈가 출간되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인생은 우연일까, 계획일까
인생은 우연이 만들어가는 것일까요, 아니면 정확한 계획하에 진행되는 것일까요?
우리의 삶은 무심코 지나갈 수 있었던 우연이 반전을 만드는 것일까요, 아니면 자로 잰 듯이 설계한 계획이 우연을 지워버리는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의 삶은 우연이 있어서 아름다울 수 있지만 마냥 우연만 기대하면서 산다는 건 어려운 것이 또한 우리의 인생일 것입니다.
흔히들 하는 말로 ‘될 놈은 어떻게 해도 되고 안 될 놈은 어떻게 해도 안 된다’라는 얘기가 있는데요, 조금만 생각해 보면 결국 ‘운명’을 얘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 ‘운명’이라는 것은 앞에서 얘기한 우연과 계획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될 놈은 그 어떤 우연이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지만 안 될 놈은 계획한 것들이 꼬이며 원치 않는 쪽으로 삶이 흘러갈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우연과 치밀한 계획, 두 가지 운명의 요소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있는데요, 바로 [미스 슬로운]입니다.
그녀는 왜 이직을 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린다 김’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알려졌지만 여전히 낯선 직업인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슬로운 (제시카 차스테인).
승률 100%, 그러니까 원하는 목표를 언제나 달성해 온 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중소 로비스트 회사의 대표 슈미트 (마크 스트롱)를 만나고는 그 회사로 이직하게 됩니다.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로비스트 회사에서도 초 고액 연봉을 받으며 근무하던 그녀가 슈미트의 제안에 바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총기 규제 제한을 강화하려는 ‘히튼 해리슨 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
히튼 해리슨 법이란 총기 구매에서 자유로운 나라인 미국에서-물론 주(州) 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각종 총기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심지어 학교에서도 총기 난사로 많은 학생들이 숨지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총기를 소지하기 위해서는 신분 확인 절차 등 까다로운 조건을 통해야만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입니다.
하지만 이 법안의 통과가 불투명한 이유는 미국 총기 회사들의 엄청난 돈을 들여 국회의원들에게 로비를 하기 때문인데요, 슬로운이 몸담고 있던 회사 역시 총기 회사의 회장 편에 서서 법안 통과를 반대하려는 쪽인 데다 그 중책을 슬로운에게 맡기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즉 법안 통과를 저지시키는 로비 활동의 책임을 슬로운에게 맡기려는 것이죠.
하지만 슬로운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그러니까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쪽인 슈미트의 회사로 스카우트됩니다.
사실 이것을 온전히 ‘우연한’ 만남이라고 하긴 어려운 것이 슈미트가 그녀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인데요 어쨌든 슬로운은 그 기회를 잡아 이직을 합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 하나.
슬로운이 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회사를 사직하고 중소규모의 회사로 이직하게 된 것은 그녀의 계획일까요, 아니면 우연처럼 다가온 운명일까요?
모든 게 계획적이었다
슬로운은 영화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합니다.
“로비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 말처럼 그녀는 영화 내내 철두철미하게 준비된 행동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반대 세력, 그러니까 원래 일하던 회사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모든 계획을 준비한 후 때가 되면 그 계획을 하나씩 실천하는 것인데요 이 영화는 바로 이 부분이 최고의 몰입감을 주는 포인트입니다.
자신의 팀에 스파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슬로운은 아무도 모르게 거짓 정보를 흘리고 역으로 자신이 고용한 정보원을 통해 스파이를 밝혀 내고는 퇴사시켜 버립니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한 것이죠.
또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사설 정보 수집팀까지 운영합니다. 천재 과학자들로 구성된 이 팀은 파리나 바퀴벌레 모양의 초소형 로봇을 만들어 도청을 하고 녹화를 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슈미트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당장 중단하라고 하지만 슬로운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상해 미래를 예측해야 하니까요.
또한 회사 대표인 슈미트도 모르게 여성 CEO 협회나 페미니스트 단체를 만나며 300만 명에게 무려 1,5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의 기부금을 받아냅니다.
캠페인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했고 슬로운은 총기로부터 자식들을 보호하려는 모성 본능이 있는 여성들을 공략한 것이죠.
모든 계획에는 희생양이 있다
이처럼 철두철미하게 모든 것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그녀의 행동에 있어 화룡점정은 애즈미 (구구 바샤로) 와의 사건입니다.
이직 첫날, 팀원인 애즈미와 간단한 저녁을 먹으며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듯한 대화를 합니다. 사실 애즈미는 고등학생 시절 다니던 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에서 살아난 생존자로 총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인데요 그래서 ‘히튼 해리스’ 법안 찬성 쪽에서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사실을 알아챈 슬로운은 어느 날 상대방 회사 (그러니까 원래 일하던 회사)의 팻 (마이클 스틸버그)과 TV 토론을 하던 중 결정적인 순간에 애즈미를 등장시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물론 그전에 애즈미가 미디어에 익숙해지도록 자주 노출되게 하는 장치를 마련해 두었고요.
이처럼 철두철미하게 자신이 계획한 장기판에서 말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오로지 자신만이 아는 계획에 의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제하고 움직이다 보면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희생을 하게 되거나 가슴에 상처를 박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세워 놓은 계획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그 희생양의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방금 얘기한 슬로운의 팀원 애즈미입니다.
팀원까지 희생양으로 만든 그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느닷없이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된 애즈미는 슬로운에게 실망하고 가슴에 상처를 받게 됩니다.
트라우마가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슬로운의 목적달성을 위해 희생양이 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총기 규제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던 애즈미는 더욱 열심히 언론에 노출되며 총기 규제에 대해 강력하게 찬성하는 얘기를 하고 다닙니다.
그러면서 히튼 해리스 법안을 지지하는 의원의 숫자가 점차 드러나게 되고 목표하던 숫자에 거의 도달하게 되는 등 슬로운의 철두철미한 계획은 현실이 되어 나타납니다.
그러던 어느 늦은 밤,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려던 애즈미에게 정신 이상자 한 명이 총기를 들이대며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총기 규제 반대를 외치는 애즈미에 대한 분노로 그녀를 죽이려 하고 하는 것인데요, 바로 그때 어느 시민이 그 남자를 총으로 쏴 죽이고 애즈미는 죽음 직전에서 살아납니다.
아직 아물지 않은 트라우마에 다시 한번 총기로 인해 죽음 직전까지 내몰렸던 애즈미는 엄청난 충격을 받으며 ‘이 사건도 당신이 미리 계획한 것인 줄 알았다’고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에 히튼 해리스 법안을 반대하는 쪽으로 사회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게 됩니다.
총기 규제를 지지하던 애즈미가 역설적으로 총을 소지했던 시민 덕분에 목숨을 건졌기 때문인데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 때문에 슬로운의 철두철미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설상가상으로 슬로운이 원래 몸담고 있던 회사에서는 그녀를 인신 공격하고 아예 관련 사건에서 손을 떼게 할 목적으로 청문회를 개최합니다.
사상 최악의 난관
물론 일개 로비스트 회사가 청문회를 개최할 순 없고 회장이 평소 친분이 있던 하원의원 론 (존 리스코)을 협박해서 개최된 것입니다.
원래 론은 히튼 해리스 법안의 지지자였던데다 청문회는 국민의 혈세로 개최되어야 하기 때문에 반대했지만 ‘청문회를 개최하지 않으면 무참하게 짓밟겠다’는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청문회를 개최하고 주관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청문회에서 슬로운 사상 최악의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전에 있던 회사에서 인도네시아와의 무역에서 관세 철폐를 이루기 위해 관련 의원의 해외여행을 보내준 문서가 공개되는가 하면 (뇌물죄에 해당), 이따금씩 자신의 숙소로 불러 성관계를 맺던 콜 보이 (?)가 증언에 나서기도 합니다 (다행히 그는 슬로운과의 잠자리는 없다는 위증을 합니다).
그리고 청문회의 마지막, 판결이 내려지는 날.
그녀는 마지막으로 증언대에 서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내가 회사를 옮긴 이유는 이기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때로는 로비스트도 신념에 의해 행동한다. 총기 소지는 규제되어야 할 사안이고 이 땅의 의원들은 개인적인 영리보다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투표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말을 잇습니다.
“로비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마지막 카드를 썼을 때 반격할 수 없는 회심의 카드를 던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영화 최대의 반전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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