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다. 재미있게.] 시리즈가 공식 출간되었습니다. 총 3권의 시리즈가 출간되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그땐 그랬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권력을 잡았던 대한민국의 군사정권은 오랜 기간 국민 위에 군림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역시나 정당하지 못하고 옳지 않은 방법으로 국민들을 통제하였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내세운 기치는 언제나 ‘반공’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는 ‘일본한테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가 아니라 ‘북한한테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이상한 논리가 권력에 의해 국민들에게 세뇌되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후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국민의 직선제 개헌 요구에 따라 대통령 직선제가 이루어졌고, 그 해 말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듬해인 1988년 대한민국의 서울에서는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체육행사가 열렸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동양의 작은 나라를 전 세계에 알릴 기회가 생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한민국은 북한과 함께 UN 미 가입국가였습니다. 그래서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높아진 인지도와 위상을 활용해 대한민국은 UN 회원국 가입을 시도했고, 같은 시기 북한도 동일한 시도를 합니다.
사실 UN에 가입한 나라라고 해서 특별한 이익이나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주권 국가’라고 서로가 인정하는 것이죠. 하지만 UN에 가입 안 했다고 해서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대만 (타이완)은 UN에 가입되어 있지 않지만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암묵적으로 주권 국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UN 총회 같은 수많은 나라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그 나라들을 상대로 소위 말하는 ‘외교전’을 펼칠 기회가 없는 것이죠.
그리고 영화 [모가디슈]는 바로 이런 대한민국과 북한의 UN 가입 시도 과정과 그 외교 현장에서 있었던 내용을 다룬 영화입니다.
독특한 점은 실제로 1991년까지 소말리아에서 대사로 근무하다가 남북한 대사 일행을 이끌고 모가디슈를 탈출했던 강신성 전 대사가 쓴 소설 [탈출]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인데요, 쉽게 말하면 실화를 기반으로 한 소설을 다시 영화화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소설이라는 허구에 영화라는 상상력이 다시 더해진 것이죠.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주연 배우 김윤석 씨는 처음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라는 걸 몰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실화와 영화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리뷰를 정리해볼까 합니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치열한 외교전
UN 가입을 위해서는 회원국들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쉽게 말하면 ‘이 나라를 UN 가입국으로 인정한다’는 다른 나라들의 표가 많을수록 좋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올림픽 이후 한껏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UN에 가입을 원했던 대한민국은 소말리의 표를 얻기 위해 한신성 대사 (김윤석. 이하 한 대사)를 파견해서 외교전을 펼칩니다. 거기에 안기부 직원 강대진 참사관 (조인성. 이하 강 참사관)까지 합류합니다.
하지만 소말리아의 외교부 장관은 대한민국을 지지하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면서 밀당을 합니다. 이에 한 발 물러선 한 대사는 북한의 림용수 대사 (이하 림용수)가 소말리아 외교부 장관과 웃으며 헤어지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우리 일을 방해하느냐’며 림용수에게 짜증을 냅니다.
같은 민족이면서 두 개로 나뉜 두 개의 국가가 서로 UN에 가입하겠다며 소말리아 외교부 장관을 대상으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래서 분단국가라는 현실에, 그리고 같은 민족이면서도 서로를 적대시해야만 했고 또 하고 있는 현실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실제 사실: 당시 소말리아에서의 외교전은 서울 올림픽 이후 1990년대 들어 남북한의 국제적 위상 차이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북한의 영향력은 빠르게 사그라들고 있었고 대한민국이 거의 이긴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영화에서처럼 밀당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하네요.
1987년 민주항쟁이 위대한 이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 그중에서도 소말리아는 내전이 극심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소말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실제 촬영은 모로코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가디슈]도 그런 영화들 중 하나고요.
중요한 것은 그 내전의 이유가 오랜 시간 국가 권력을 독점하며 국민은 외면한 채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무리만 호의호식하는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서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 내전의 규모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시위 수준이 아니라 곳곳에서 총알이 난무하고, 죄 없는 무고한 시민들까지 그 총에 맞아 사망하며, 어린아이들까지 재미 삼아 총을 쏘아대는 전쟁의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1987년 우리나라의 민주항쟁과 그 항쟁을 통해 얻은 결과는 비폭력이라는 수단을 통해 얻은 유례없는 값진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당시 안기부에서 파견된 강 참사관이 ‘북한이 반군에게 무기 지원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현지 신문을 통해 배포합니다. 소말리아 정부가 한국에게 표를 행사하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죠.
※ 사실과 다른 점
1) 실제로는 북한이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했던 적도 없고, 이런 신문기사가 배포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자만 정부군이 반군을 털었더니 북한 무기가 나오긴 했었다고 합니다.
2) 강 참사관의 역할을 하는 인물은 실제론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 모가디슈에서 탈출한 참사관은 이창우 씨뿐이지만, 그는 한국에서 온 안기부 요원이 아니라 본래부터 소말리아 대사관에서 근무한 직원이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류승완 감독이 당시 안기부가 절대 권력을 상징했던 우리나라의 현실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인물이 아닐까 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전쟁과 같은 내전 상태에서는 ‘외교관’ 혹은 ‘대사관’이라는 직함이 유명무실하게 됩니다. 서로 죽고 죽이기 위해 무고한 시민들에게까지 총을 쏘아대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식 직함은 그 어떤 방패막이도 될 수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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