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다. 재미있게.] 시리즈가 공식 출간되었습니다. 총 3권의 시리즈가 출간되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IMF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었던 4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낸 한일 월드컵이 있었던 다음 해인 2003년 대한민국에는 희대의 사기극에 펼쳐집니다.
그것도 정관계와 외국계 사모펀드가 함께 조작해서 벌어졌던 초유의 경제 사기 범죄인데 바로 론스타의 당시 외환은행 인수 사건입니다. 얼마 전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다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영화 [블랙머니]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사건’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먼저 얘기해 보겠습니다.
금산분리 vs 은산분리
대한민국에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흔히 알려진 ‘금산분리법’이 있는데요, 한마디로 산업 자본 (일반 기업)이 은행, 보험, 증권사 등 금융 회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만든 법입니다.
이 법이 제정된 이유는 소위 ‘재벌’이라고 불리는 회사들이 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막대한 현금으로 경영권을 방어한다든지 그 외의 사적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금융사들은 기본적으로 현금의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여러분이 매달 내는 보험료를 현금으로 내듯이) 자칫 재벌 총수의 사적 용도로 사용되다가 금융사가 부실해졌을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가해지는 타격이 굉장히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해져서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이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카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은행만은 절대 소유할 수 없도록 해놓았기 때문에 ‘은산분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은산분리를 명확히 하는 법은 없고, 경제용어로 통용됩니다.
정관계가 합작한 희대의 금융 사기극
은산분리의 정의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는 론스타는 산업자본임에도 외환은행을 인수했기 때문입니다.
사모펀드 (소수의 투자자에게서 비공개로 자금을 모아 주식과 채권 따위에 투자하여 운용하는 펀드)를 표방하지만 일본에 골프장을 소유하는 등 산업자본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론스타는 어떻게 인수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여기에 비밀이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흔히 얘기하는 은행의 BIS 비율입니다.
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는 국제결제은행으로, 이 BIS가 정한 은행의 위험자산(부실채권) 대비 자기 자본비율을 BIS 비율이라고 합니다.
BIS 비율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기준은 보통 8%로 보는데, 숫자가 크면 클수록 자기 자본 비율이 높아서 튼튼한 은행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왜 기준이 8%인가를 얘기하려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제가 쓴 책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가 하는 말]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2003년 당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은 2003년 5월 27일 8.44%, 6월 16일 9.14%로 굉장히 양호하다가 불과약 1개월 뒤인 7월 21일에 갑자기 6.16%로 급격하게 하락했습니다.
즉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인 7월 21일 외환은행 13차 이사회에 보고된 ‘수정경영계획’에는 2003년 말 BIS 예상비율이 10.0%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8%를 넘는 것이니 재무상태가 튼튼한 것이죠.
이 보고서의 내용, 즉 10%가 정상적인 것이 5월과 6월에 지속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10%가 어떻게 6.16% 됐을까요?
바로 이 것이 두 번째 이유이며, 론스타 사건과 영화 [블랙머니]의 핵심입니다.
바로 정관계의 ‘비리’입니다. 론스타를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죠. 그래서 약 1.4조 원으로 무려 70조 원 가치의 외환은행을 론스타가 인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1.4조 원 중에서도 론스타가 실제 투자한 비용은 불과 1,600억 원 정도고 1조 원은 대출, 나머지는 관련된 내국인 자금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내국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영화 [블랙머니]는 그것을 쫓아갑니다.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 구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론스타 사건을 파헤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스타펀드가 론스타고 대한은행은 외환은행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핵심은 대한은행의 BIS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춰 스타펀드가 인수할 수 있도록 만든 ‘누군가’를 쫓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가는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 구조는 이런 ‘금융범죄 수사극’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 이 영화가 독특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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