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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영화 vs 영화 (31): 타짜 vs 타짜:신의 손-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렸던 속편

by Robin-Kim 2016.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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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대 나온 여자야.”

 

감독으로써의 입봉작인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자신만의 색을 가진 감독으로 급부상한 최동훈감독은

2006년 허영만 작가의 만화 [타짜]에 자신만의 색을 입혀 영화 [타짜]로 재탄생 시킵니다.

그리고 2014, [과속 스캔들], [써니]로 유명한 강형철 감독은 [타짜]의 속편인 [타짜-신의 손]을 제작, 개봉합니다. 

 

두 영화의 흥행 성적을 비교해 보면 [타짜]가 약 56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서 약 32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타짜-신의 손]의 경우 약 4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서 약 32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의아한 것은 관객수가 무려 160만명이나 차이가 나는데도 매출은 비슷하다는 것인데요

아마도 극장의 영화 표 값이 많이 올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예상해 보는데 그만큼 [타짜-신의 손]의 흥행은 전작이 훨씬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더구나 [타짜] 492개의 스크린으로 올린 성적인데 반해 [타짜-신의 손]의 경우 거의 두 배에 가까운 890개의 스크린을 통해 얻은 성적이라

확실히 전작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두 영화를 비교해 보며 찬찬히 살펴 볼까 합니다.

 

# 인물 중심 vs 이야기 중심

 

두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타짜]는 주인공 고니가 평경장을 만나 담력과 주먹 싸움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하는 타짜가 되는 과정을 그린 반면

[타짜-신의 손]의 경우 대길이는 이미 어느 정도 완성형 타짜로 등장합니다.

물론 고광렬이 볼 때도 장동식이 볼 때도 아직 한참 모자란 실력이지만 그래서 대길이가 타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 자체가

관객으로써 공감하기 어렵지만 일단 주인공 설정이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두 영화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타짜]는 등장인물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고향 동네에서 도박을 하다 사기 도박의 함정에 걸려 몰래 훔쳐 온 누나의 돈까지 날린 고니 (조승우)

누나의 돈을 되찾고 복수를 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다 대한민국 3대 타짜 중 한 명인 평경장 (백윤식)을 만나

기술을 배워 타짜의 길로 접어들고, 평경장이 오래 전 알고 지내던 정마담 (김혜수)을 만나는 과정에서 평경장을 떠나 정마담과 생활하게 되고

또 그 과정에서 고광열 (유해진)을 만나는 등 고니의 행동과 움직임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며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며 이야기를 발전시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 안에 녹아 들어가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타짜-신의 손]의 경우 이야기가 먼저 있고 그 이야기 속에 등장인물들이 들어가 있는 느낌입니다.

여러 가지 사건들이 여기서 뻥, 저기서 뻥하고 터지면서 그 이야기를 따라 배우들이 쫓아다니는 느낌인데

문제는 그런 사건들이 굉장히 빠르게 전개되는 데다 너무나 많은 인물들이 얽히면서 굉장히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즉 정리가 잘 안 되는 느낌이랄까요.

 

영화의 시작 부분인 대길이 (최승현)가 사고를 치고 고향을 떠나는 것 까지는 괜찮으나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고향을 떠난 이유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이야기 구조가 전편과 다르죠.

 

 

그리고 대길은 고향 선배 찰리 (이동휘)를 만나 꼬장 (이경영)의 하우스에서 일을 합니다.

그러다 꼬장의 돈을 먹기 위한 작은 마당-서실장-송마담-우사장의 작전에 휘말리게 되기도 하고

또 고향에서 짝사랑하던 미나 (신세경)을 미끼로 한 장동식과 찰리의 작전에 휘말려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죽을 위기까지 몰리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고광렬을 만나 전국을 돌며 화투로 돈을 벌기도 하고 다시 미나가 볼모로 잡혀 있던 유령 (김준호)의 하우스에서 미나를 구출하는가 하면

흥신소를 운영하던 조화백 (김원해)과 뺀찌 (이준혁)을 만나 뜬금없이 꼬장의 복수를 하기도 하고

우사장과 짜고 장동식에게 복수를 하는가 하면 우사장은 또 그 안에서 배신을 하는 등

너무나 많은 인물이 등장해서 너무 많은 사건과 이야기들이 연계성 없이 산발적으로 이어지며 전체 이야기를 구성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산만해질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이야기를 이어서 생각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뭔가 많은 사건들이 후다닥 일어났다 사라지고 일어났다 사라지는 느낌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들어서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 캐스팅 vs 분위기 ( & 매너)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라는 속설을 깨기 위해 강형철 감독은 배우의 캐스팅에서부터 약간의 무리를 두었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팬을 확보한, 그러니까 유료 관객이 될 수 있는 팬을 확보한 아이돌 그룹 빅뱅의 최승현을 남자 주인공으로,

그와 호흡을 맞출 여자 주인공으로는 신세경을 캐스팅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과연 그들이 전작의 배우들이 주었던 압도적인 무게감을 과연 재현해낼 수 있을까였는데요,

조승우가 주었던 무게감, 김혜수가 주었던 아우라를 과연 최승현과 신세경이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었는데 역시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

 

 

주인공이 주는 무게감이나 분위기 없이 산발적으로 이어지는 여러 사건에 휩쓸려 다니며 그 이야기를 보여주는 정도였다고나 할까요.

물론 시나리오 자체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부분도 있고

게다가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다 보니 두 주연 배우에게 향하는 초점이 약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며 빛을 발했던 곽도원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다만 [타짜]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느낌 또는 어두운 분위기였던데

반해 [타짜-신의 손]의 경우 밝고 형형색색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에는 두 주연배우가 무리없이 녹아 들었다는 생각입니다.

 

# 아귀 vs 고광렬

 

전편인 [타짜]에서 아귀 (김윤석)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물이었습니다.

평경장에 대한 고니의 복수를 위해서도, 이야기의 마무리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인물이었죠.

영화에서 날카롭고 악독한 분위기를 풍기는 유일한 인물이며 이야기의 방점을 찍는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타짜-신의 손]에서도 반드시 아귀가 필요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미 장동식이라는 인물이 전편에서 아귀가 가졌던 이미지를 충분히 살리고도 남았을 뿐 아니라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한 얼굴로 말하지만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충분했기에 캐릭터만 중첩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아귀가 등장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아연실색 했을 뿐이었습니다.

특히나 전편의 마지막과 동일한 방식의 마지막 구성은 실소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감독 입장에서 전편과의 가장 확실한 연결고리로 아귀를 선택한 모양이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고광렬로도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고광렬을 활용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아쉬웠습니다.

 

전편에서 고광렬은 주인공 고니를 뒤에서 받쳐주는 파트너로써 이야기가 전개 되는 내내 훌륭한 감초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타짜-신의 손]에서는 고니와의 연결 고리로만 활용되다가 중간에 죽어버리기 때문에 그를 활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고광렬처럼 주인공을 받쳐주는 역할로 영화 내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하나도 없이

여기저기서 터지는 사건에 따라 이 사람도 나왔다가 저 사람도 나오기 때문에 이야기의 연속성도 없어 보이고 복잡해 보일 뿐입니다.

 

 

아마도 감독은 우사장인 이하늬를 전편의 고광열 같은 역할로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이야기 내내 등장하는 것도 아닌데다 주인공과 함께 이야기를 끌어가며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도 아니어서

그냥 수 많은 등장인물 중 한 명 정도로 느껴집니다.

 

# 마무리

 

여태까지 살펴본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전편인 [타짜]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이야기 구성, 이야기 전개, 등장인물의 관계 등이 전체적으로 완벽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세란 (김정난)과 화란 (이수경)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한 얘기가 없다는 정도입니다.

 

 

강형철 감독의 전작인 [과속 스캔들]이나 [써니]를 보면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끌어나가는 기본적인 힘이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스릴러 물은 처음이어서였는지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린 것이 아닌가 합니다.

특히 전작들은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구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몰입하기가 훨씬 좋았는데

[타짜-신의 손]은 앞서 말한 것처럼 다양한 이야기 속에 주인공을 넣다 보니 복잡하고 산만한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다만 얘기한 것처럼 이야기를 끌어가는 기본적인 힘이 있는 감독이기 때문에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보며 이만 줄입니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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