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사람들도 그렇지만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카테고리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명확하게 구분 짓는 것을 좋아한다는 얘기죠.
그리고 그런 성향은 영화를 소개하는 문구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영화 소개들을 보면 같은 액션 영화라도 ‘액션 스릴러’, ‘액션 활극’, ‘코믹 액션’, ‘추격 액션’과 같은 말들이 영화의 줄거리와 함께 꼭 들어가는데요, 가끔은 이런 세부적인 장르 구분이 반드시 필요한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영화 그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이런 세분화된 장르 소개를 통해 그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먼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한편으로는 어쩌면 영화라는 산업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문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액션 영화 중 가볍게 볼 수 있는 자동차를 활용한 짜릿한 스피드를 느낄 수 있는 ‘코믹 추격 액션’ [택시: 더 맥시멈]과 ‘범죄 액션’ [이탈리안 잡]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이란 우선 ‘리메이크 (Re-make)’라는 것입니다. 즉, 원작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2004년에 개봉한 [택시: 더 맥시멈]은 ‘가장 흥행에 성공한 프랑스 영화’라고 회자되는 프랑스의 뤽 베송 감독이 연출했던 [택시]의 헐리웃 버전입니다. 그러니까 리메이크인 것이죠.
두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작에서는 남자가 주인공이었다면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퀸 라티파’라는 흑인 여배우가 주인공인데 많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름은 몰라도 딱 보면 ‘아, 그 배우’라고 알만한 배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본 콜렉터]라는 영화를 통해 기억하고 있는데 [시카고]라는 뮤지컬 영화에도 출연했었습니다.
2003년에 개봉한 [이탈리안 잡]은 무려 1969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 [이탈리안 잡]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재구성한 영화입니다.
두 영화는 공통적으로 ‘미니 쿠퍼’라는 자동차를 전면에 내세워 추격전을 펼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만큼 ‘미니의, 미니에 의한, 미니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PPL의 효과가 두드러집니다.
[캐스트 어웨이]에 등장한 배구공 ‘윌슨’만큼 제대로 된 PPL을 선보인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택시: 더 맥시멈]과 [이탈리안 잡]의 두 번째 공통점은 뛰어난 미녀가 조연으로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택시: 더 맥시멈]은 세계적인 수퍼 모델 지젤 번천이 은행털이의 리더로 등장해 훤칠한 관능미를 뽐내면서도 거친 운전실력을 보여주고, [이탈리안 잡]은 샤를리즈 테론이라는 금발의 미녀 배우가 등장해서 연기력을 선보입니다.
이제 각각의 영화에 대해서 좀 더 살펴 보겠습니다.
[택시: 더 맥시멈]을 먼저 살펴 보면 먼저 세 명의 핵심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스피드 광이면서 자전거로 퀵 서비스 회사에서 일하는 벨르 (퀸 라티파). 영화는 그녀가 회사를 그만두고 뉴욕에서 개인 택시를 하면서 시작됩니다.
어느 날, 뉴욕에는 3명의 모델급 은행털이범이 입국해서 은행을 터는데 그녀들의 리더는 빼어난 미모를 가진 바네사 (지젤 번천)입니다. 늘씬하고 여리여리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레이싱 선수 급의 운전 실력을 선보이며 벨르와 운전 대결을 펼칩니다.
그리고 운전실력은 정말 개한테나 줘버린 듯한 NYPD 와시본 (지미 펄론)은 무엇 하나 똑 부러지게 하는 게 없는 어설픈 경찰.
한 때 여자친구였던 동료 경찰이 직장 상사가 되어 와시본을 힐난할 정도로 엉성한 경찰인 와시본은, 어느 날 우연히 바네사의 은행털이를 알게 됨과 동시에 그녀를 잡기 위해 벨르의 택시에 올라타면서 이 세 사람의 인연은 시작됩니다.
이후 와시본과 벨르는 파트너 아닌 파트너가 되어 바네사를 잡기 위해 좌충우돌 쫓아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벨르는 약혼자와 이별을 맞을 뻔 하기도 하고 느닷없이 와시본의 엄마와 친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화려한 장비를 갖춘 택시를 타고 짜릿한 추격 끝에 바네사를 체포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 됩니다.
[이탈리안 잡]은 전형적인 캐이퍼 (Caper) 무비로 [뱅크 잡]이나 [오션스 일레븐]과 같이 여러 명의 공모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데 그만큼 많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탈리아의 물의 도시 베니스. 전설적인 금고 털이범 존 (도널드 서덜랜드)는 손을 씻겠다는 딸과의 약속을 뒤로 하고 마지막 한탕을 위해 그를 따르던 일당과 함께 엄청난 양의 금괴가 들어 있는 금고를 털기로 합니다.
그 일당은 리더인 찰리 (마크 윌버그), 스티브 (에드워드 노튼), 라일 (세스 그린), 롭 (제이슨 스타뎀) 등이 있는데 2003년 작품이니만큼 제이슨 스타뎀이 주인공은 아니네요.
여담이지만 제이슨 스타뎀은 2001년 이연결과 함께 출연한 [더 원]에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2002년 제작된 [트랜스 포터]에서 단독 주연을 맡기 시작했으니 [이탈리안 잡] 때까지만 해도 케이퍼 무비에서 두드러지는 주인공을 맡기는 좀 이른 시점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케이퍼 무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다양한 과거를 지닌 범죄자 일당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이 진짜 냅스터의 개발잔데 잠자는 사이 친구에게 프로그램을 뺏겼다고 주장하는 컴퓨터 천재 라일, 10살 때 화장실 폭파를 시작으로 숱한 폭파를 경험한 폭파 전문가 레프트 이어 (모스 데프), 폭주 운전으로 여러 번 체포되었을 만큼 난폭 운전 전문가인 롭까지 케이퍼 무비라면 빠질 수 없는 전형적인 전문가들을 등장시킵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존과 찰리 일당은 금고 털이에 성공하고 자신들만의 아지트로 이동하던 중 스티브가 혼자 금괴 모두를 차지 하기 위해 모두를 죽이게 됩니다.
하지만 롭의 재치로 존을 제외한 일당 모두가 간신히 살아나게 되는데요, 이후 영화는 스티브에 대한 ‘복수’를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복수라는 주제를 택한 것은 탁월한 생각이 듭니다.
여러 명의 범죄자가 나와서 범행을 저지르는 케이퍼 무비는 자칫 잘못하면 비슷한 내용이 되어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에 ‘복수’라는 내용을 삽입함으로써 다른 케이퍼 무비와 차별화 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범죄자들 사이에 복수는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착한 사람이 악당에게 복수하는 것이 아니라, 언급 했듯이, 범죄자들이 자신들을 배신한 또 다른 범죄자에게 복수하는 것입니다.
결국 그들의 행위는 ‘복수’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덮을 수 만은 없다는 얘긴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복수에는 존의 딸인 스텔라 (샤를리즈 테론)이 합류하는데, 아버지의 피를 이어 받아서인지 금고에 대한 탁월한 지식을 바탕으로 금고 전문가로 활동 중이었고 일당의 리더인 찰리의 제안으로 복수에 합류합니다.
찰리 일당의 복수 계획은 스티브의 금고를 터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스텔라가 미인계를 활용하여 케이블 TV 엔지니어로 스티브의 집에 잡입, 집안 구조를 확인하는가 하면 금고 탈취 이후 도주를 하기 위해 미니를 이용한 이동 계획도 세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텔라의 정체가 발각되기도 하고, 미니를 활용한 짜릿한 추격전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최종적으로 복수에 성공하고는 이야기는 마무리 됩니다.
두 영화의 차이점이라면 [택시: 더 맥시멈]이 코메디를 기반으로 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인데 반해, [이탈리안 잡]은 ‘복수’가 주제인 만큼 등장인물 간의 갈등 구조를 통해 좀 더 진지하게 범죄를 감상할 수 있는 (?)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짜릿한 추격전 두 영화의 공통점이고요.
사실 레이싱이라는 것이 ‘속도’를 담보로 하고 있는 만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짜릿한 쾌감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F1이나 F3 경기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의 하나라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 ‘짜릿한 속도’는 일반적으로 남성을 상징합니다.
그 이유는, 미루어 짐작컨데, 오래 전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비던 사람들이 남자들이었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말의 역할을 자동차가 대신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우리의 인식에 자리 잡은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말은 ‘경마’ 경기가 있는 것처럼 오래 전부터 ‘속도’를 상징했으니까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레이싱 (속도)을 다룬 영화에서 여성들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스피드라는 것을 더 이상 ‘남성의 전유물’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화를 자세히 보면 ‘범죄 집단’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한 명 혹은 두명 정도가 주인공이 아니라 여러 명의 범죄인들이 집단을 이루어 이야기를 끌고 가다 보니 남자 배우들만 출연하는 것보다야 여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이야기를 만들고 끌어 나가기가 훨씬 좋은 것입니다.
그래서 여 주인공들도 탁월한 운전 실력을 보여주는 모습을 영화 상에서 종종 보여주곤 하는데,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도 그들이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도 그렇고 [이탈리안 잡]에서의 스텔라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택시: 더 맥시멈]의 주인공이 여자라는 부분이 꽤나 이채롭습니다.
앞으로도 쏟아질 수 많은 속도 (레이싱 혹은 스피드) 영화 속에서 어쩌면 독보적인 존재로 남을지도 모르니까요. 게다가 편하게 볼 수 있는 코메디라는 장르도 괜찮았고요.
이상 자동차 추격전을 Motif로 하고 있는 영화 두 편의 소개를 마칩니다.
'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vs 영화 (36): 화이트 하우스 다운 vs 런던 해즈 폴른- 언제나 위험한 미국 대통령! (1) | 2024.05.11 |
---|---|
영화 뜯어보기: 나이트 크롤러 (Night Crawler) - 언론은 목적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0) | 2024.05.11 |
영화 vs 영화 (34): 모멘텀 vs 더 이퀄라이저 - 나는 킬러다 (2) (0) | 2024.05.11 |
영화 vs 영화 (33): 메카닉 vs 럭키 - 나는 킬러다!! (1) (1) | 2024.05.11 |
영화 뜯어보기: R.I.P.D (알아이피디) - 헐리웃의 소재 고갈은 언제쯤 해결될까? (0) | 2024.05.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