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벌어진 하나의 살인 사건. 13년 후 그 사건은 종결될 수 있을까?
2015년 헐리웃에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화려한 캐스팅을 선보인 영화가 공개됩니다.
바로 [귀여운 여인], [에린 브르코 비치]의 줄리아 로버츠, 개인적인 생각에 헐리웃 역대 미녀 계보 중 세 번째 미녀 니콜 키드먼 (첫 번째는 오드리 헵번, 두 번째는 아네트 베닝) 그리고 [솔트], [노예 12년]의 치웨텔 오지오포가 주연한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 (Secret in Their Eyes)입니다.
게다가 [헝거 게임 : 판엠의 불꽃]의 각본에 참여했으며 톰 행크스 주연의 [캡틴 필립스]의 각본을 맡았던 빌리 레이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2010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상을 수상한 아르헨티나 영화인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를 리메이트 한 작품이기 때문에 개봉 전부터 기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작비 1,950만 달러에 세계 매출 3,200만 달러를 기록하는 흥행 참패를 기록했는데요,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1) 13년 전과 현재가 복잡하게 교차된다
영화는 전직 FBI 요원 레이 (치웨텔 에지오포)가 13년 전에 함께 일하던 검사 클레어 (니콜 키드먼)를 찾아가면서 시작합니다. 13년 동안 자신이 추적해 온 한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재 수사를 요청하기 위해서죠.
그리고 그 곳에서 13년전 함께 일했던 동료 제스 (줄리아 로버츠)도 만나게 되는데 이 세 사람의 관계는 이렇습니다.
13년전 9∙11 사건이 터진 직후, 미국 경찰과 FBI는 대 테러 공포에 시달리며 테러방지를 위해 수 많은 노력을 하는데, LA 경찰에서도 이슬람인들 사이에 같은 이슬람인을 정보원으로 심어두고 정보를 수집하며 테러 집단 색출에 공을 들이던 때.
FBI 요원 레이 (치웨텔 에지오포)는 뉴욕에서 LA 지방 검찰청으로 파견되었고 그 곳에서 동료 경찰인 제스 (줄리아 로버츠)와 제스의 딸인 캐롤린과 굉장히 친하게 지냅니다.
요즘 말로 하면 제스는 레이의 굉장히 친한 여.사.친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영화 상에서 제스와 캐롤린은 단순히 모녀 이상의 감정적 유대 관계를 갖고 있는 사이로 그려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이 주시하던 이슬람 사원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보고를 받고 출동한 레이와 제스는 그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제스의 딸인 캐롤린이라는 것을 알고는 충격을 받고 깊은 상처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레이는 캐롤린을 죽인 살인범을 찾기 위해 본연의 임무인 대 테러 방지 업무까지 뒤로한 채 홀로 고군분투 합니다.
그렇게 범인을 쫓던 레이는 우연히 제스의 집에서 얼마 전 사무실 직원들이 야유회를 갔을 때 찍은 사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전혀 알 수 없는 한 젊은 남자가 직원들과 함께 사진에 찍힌 것인데 모든 사무실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아무도 그를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동료 형사 범피와 함께 끈질긴 노력 끝에 그를 체포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영화는 13년 전과 현재를 무차별적으로 섞어가며 보여주는데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눈 앞에 펼쳐지는 이야기가 현재인지 13년 전인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이야기 전개 속도가 빠르지 않음에도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더구나 영화의 분위기 (톤 앤 매너)가 거의 일정합니다. 딱히 긴장감 넘치는 상황 전개나 절정을 향해 극적인 장면들이 펼쳐지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루하게까지 느껴질 수 있습니다.
2) 반전은 이미 예측할 수 있다
마진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그 범인은 LA 다저스의 광팬이며 경찰이 되고 싶어하는 아랍인으로 레이의 동료인 시퍼트 (마이클 켈리)가 테러집단 색출을 위해 심어둔 첩자였습니다.
게다가 그가 캐롤린을 죽였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마진은 바로 풀려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진은 자신이 범인임을 은연 중에 드러내는 말을 합니다.
레이가 마진을 심문하는 중간에 클레어가 들어와서 마진에게 ‘너는 범인이 아니야’라며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데 그게 오히려 마진의 화를 돋구었던 것입니다.
이를 테면 ‘피해자 (캐롤린)의 질벽 29cm쯤에 상처가 있는데 너의 그 땅콩으로는 그런 일을 벌일 수 가 없으니까’라는 식이었는데 그 때 마진은 클레어에게 ‘너도 걔처럼 되게 해줄까?’라며 소리를 치며 그녀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입니다.
물론 그 즉시 레이에게 죽도록 얻어터졌지만.
이후 대 테러 업무가 종결되고 레이는 FBI를 떠나게 됩니다. 죄책감에 의해서죠.
캐롤린이 죽은 날 밤, 사실 캐롤린은 레이와 저녁에 약속이 있었습니다.
엄마의 생일 파티를 해주기 위해 케익을 사려했고 레이는 자신이 케익을 사주겠다며 빵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워낙 사건이 많아서 레이는 약속을 못 지켰고 그 약속 시간으로부터 불과 1시간 여만에 캐롤린은 살해당한 것입니다.
만약 그 때 자신이 약속을 지켰다면 캐롤린의 죽음은 없었을 거라며 레이는 자책합니다.
그리고 무려 13년이란 시간 동안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마진의 사진과 수배 중인 범인의 사진을 일일이 비교해 보며 그가 성형 수술을 했다고 확신하고는 다시 클레어를 찾아갑니다.
무려 13년 만에 한 때 짝사랑했던 그녀를 찾아가 사건을 다시 수사해 달라고 합니다.
이미 FBI를 그만 두었기 때문에 레이는 혼자 단독으로 수사를 할 수가 없어 과거 동료였던 경찰 범피의 도움을 받아 성형수술을 한 마진으로 추정되는 범인을 쫓습니다.
그가 경마용 말을 좋아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경마장을 찾아가서 어린 말 관리인에게 그가 나타나면 자신에게 문자를 보내라며 연락처를 건네 줬는데, 때마침 고급 차량을 절도하기 위해 마진은 다시 경마장 근처에 나타났고 말 관리인에게 연락을 받은 레이는 범피에게 지원 연락을 하고는 바로 그를 미행합니다.
하지만 레이가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마진과 마진의 차량털이 일당은 오히려 레이를 위험에 빠트리는데, 때 마침 등장한 범피 및 제스 등 동료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마진과 일당들을 체포하지만 그 과정에서 동료인 시퍼트가 범인들의 총에 맞아 죽게 됩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드디어 13년만에 범인을 잡았다는 레이와는 달리 제스는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하며 언쟁이 벌어집니다.
도대체 제스는 무슨 근거로 붙잡힌 범인이 마진이 아니라고 하는 걸까요?
얼마 후 제스는 클레어와 레이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충격적인 얘기를 해줍니다.
레이가 LA 지방 검찰청을 떠난 한달 쯤 후 제스는 마진을 몰래 납치 후 죽였으며 시체는 자신의 집 앞 마당에 묻었다는 얘기였습니다.
마진이 언젠가 반드시 한 번은 올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끈질기게 LA 다저스와 관련된 유명한 식당 겸 펍에서 기다린 결과 마침내 마진이 나타났고 그 자리에서 그를 몰래 납치 후 살인한 것입니다.
충격적인 얘기를 들은 클레어와 레이는 제스의 집을 떠나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레이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과거에 마진을 심문하다 대 테러 업무 때문에 풀어줬어야만 했을 때 자신이 제스에게 ‘죽여 버리자’라고 했지만 제스는 ‘그것은 복수가 아니다. 영원히 고통 받게 해야 한다’라고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느낌이 든 레이는 곧바로 제스의 집으로 다시 찾아갑니다. 그리고는 뒷마당의 헛간으로 들어가는 제스를 몰래 쫓아 헛간으로 들어가서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게 됩니다.
헛간 안에 감옥이 만들어져 있고 그 감옥 안에는 13년 전의 마진이 피골이 앙상하고 지저분한 모습으로 갇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제스는 마진을 죽인 것도 아니고 밥의 심판에 맡긴 것도 아니며 납치한 후 평생을 고통 속에 살게 한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본 레이는 아무 말 없이 총을 헛간에 두고 삽을 들고 나와서는 뒷마당을 마구 파기 시작합니다. 마진의 무덤인 것이죠.
그리고 레이의 뜻을 알아 챈 제스는 아무 말 없이 마진에게 총을 쏘고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사실 이 정도의 반전은 우리 영화 [세븐 데이즈]의 반도 못 따라갔다고 보여집니다.
아니, 어쩌면 [세븐 데이즈]라는 엄청난 반전을 가진 훌륭한 영화를 이미 봤었기 때문에 이 정도 반전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 정도의 반전은 영화를 보는 사람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 영화 중간에 지속적으로 제스가 한 말 때문입니다.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진정한 복수는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고통받게 하는 것’이라고 한 대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반전의 효과가 굉장히 약했습니다.
3) 스릴러인가 멜로인가
13년 전 레이는 이제 막 부임한 검사인 클레어 (니콜 키드먼)를 짝사랑하게 됩니다.
훤칠한 키와 늘씬한 몸매, 눈보다 하얀 피부와 화려한 금발을 가진 그녀는 LA 지방 검찰청 안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미녀였고 또 하버드까지 졸업했을 정도의 재원이었기 때문에 반하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겠죠.
하지만 레이가 짝사랑 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녀에게 이미 결혼할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그녀가 퇴근할 때 주차장까지 바래다 주는 정도로 그녀에게 애정을 표시할 뿐이었습니다.
사실 클레어도 13년전의 레이가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여자의 촉이란 무서운 것이니까요. 그리고 남자가 어떤 여자를 좋아할 때는 반드시 티가 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긴 세월 동안 서로를 이해하며 결혼 생활을 해 온 클레어와는 달리 레이는 중간에 이혼을 했는데, 그 이유가 ‘내 아내는 성녀에 가까울 정도로 훌륭한 여자였지만 당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클레어에게 고백을 합니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지금, 둘 사이의 묘한 감정이 다시 살아납니다.
그러면서 뜨뜻미지근하게 멜랑꼴리한 분위기가 형성이 되는데 이게 좋아하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륜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거기다 이야기는 범인을 잡는 스릴러 분위기까지 더해지다 보니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맛을 가진 영화가 된 것이죠.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카테고리, 즉 분류에 굉장히 집착하는 행태를 보입니다.
스릴러 영화도 그냥 스릴러가 아니라 액션 스릴러, 공포 스릴러로 더 세분화 하고 액션 영화도 액션 활극 또는 코메디 액션이라는 세분화된 장르를 은연 중에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 것도 저 것도 아닌 멜로에 스릴러를 섞다 보니 애매모호 해진 것이죠.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흥행 성적이 저조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4) 종교 차별 문제
이 영화의 바탕에는 이슬람 교도 전체를 ‘테러리스트’로 암시하는 내용이 깔려 있습니다. 원작인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와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죠.
사실 9∙11 테러의 진실이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특정 종교를 테러리스트 취급하고 또 영화의 핵심인 캐롤린의 살인범 역시 아랍인으로 묘사한 것이 개인적으로는 불편했습니다.
원작을 각색 하려면 좀 다른 방향으로 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이런 스릴러 영화를 볼 때마다 정말 [세븐 데이즈]라는 영화가 얼마나 잘 만든 영화인지 새삼 알게 되었는데 살펴보니 [세븐 데이즈]의 원신연 감독이 공유가 주연한 [용의자]의 감독도 했더군요.
어쩐지 [용의자]도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영화였는데 감독이 같았네요.
물론 [세븐 데이즈]의 각본은 윤재구라는 분이 썼지만 각색을 원신연 감독이 했으니 감독의 느낌이 적지 않게 들어갔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를 하려고 했으면 [세븐 데이즈]를 했으면 어떨까 생각해 봤는데, 아무리 할리우드지만 어떻게 리메이크를 해도 [세븐 데이즈]이상은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이래저래 [귀여운 여인]에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늙어버린 줄리아 로버츠의 모습만 확인하게 된 안타까운 영화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 (Secret in Their Eyes)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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