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교통사고로 한 쪽 발을 잃게 된 도모미는 사고의 피해자인 다카유키와 사랑에 빠진다.
빠른 속도로 운전 중 다카유키의 차를 피하려다 오히려 그의 차를 받은 사고로 한 쪽 발을 잃게 된 도모미가 우울과 좌절에 빠져있을 때
다행히 큰 상해를 입지 않은 다카유키가 사고 낸 사람이 누구인지 얼굴이나 보자는 생각에 병문안을 오게 되면서 두 사람은 친해지고
급속도로 가까워져 결혼을 눈 앞에 두게 된 것.
마침 기업체의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사업을 하던 다카유키는 큰 규모의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도모미의 아버지 노부히코의 도움으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결혼식장인 시골의 한 교회에 혼자 다녀 오던 도모미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게 되는데
경찰은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 한다.
사고 현장에 스키드 마크도 없었고 다른 차와의 충돌도 없었으며 도모미의 차가 커브 길에서 중앙 분리대를 받은 모습만 있었기에
졸음운전에 의한 사고로 결론 내린 것.
그리고 1년쯤 후.
노부히코 집안의 연례 행사로 그의 별장에 휴가를 지내기 위해 다양한 사람이 모인다.
다카유키- 주인공. 도모미 약혼자.
노부히코, 아스코- 도모미 부모
도시아키- 도모미 오빠
시미조 레이코- 노부히코 비서
시노 유키에- 미인. 아스코 남동생의 딸. 즉, 도시아키와 도모미의 외사촌. 다카유키를 짝사랑.
기도- 유키에 아빠의 주치의이자 사촌. 시노 유키에를 짝사랑.
게이코- 도모미 친구
이렇게 8명이 한 명씩 노부히코의 별장으로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휴가를 보내기 위해 모였는데
갑자기 게이코가 도모미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다.
이미 교통 사고로 한 쪽을 잃은 도모미는 이후 운전을 할 때 굉장히 조심해서 하게 됐고 따라서 졸음운전 따위를 할 리가 없다,
만약 졸음 운전을 했다면 누군가에 의해 수면제를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 것.
즉 누군가가 살인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죽어 버린 딸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을 듣기 싫어하는 노부히코에 의해 그 얘기는 중단된다.
그리고 그날 밤.
별장에 진과 다구라는 두 명의 은행 강도가 침입해서는 모두를 인질로 잡는다.
원래부터 은행을 털고는 이 별장에 숨었다가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느닷없이 노부히코 일가가 휴가를 오는 바람에 일이 꼬인데다
경찰이 수시로 별장을 방문하는 등 주변 탐색을 강화하자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인질로 잡고 이틀 후에 올 또 다른 공범인 후지를 기다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별장 안에서 연달아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시미조 레이코가 경찰들에게 알리기 위해 마당에 써 놓은 SOS란 문구는 누군가에 의해 지워지고,
도시아키가 계획한 정전을 이용한 탈출은 정전을 몇 분 앞두고 정전을 일으킬 기계가 고장 나는가 하면
심지어 유키에가 등에 칼을 맞고 살인을 당하기까지 한다.
모든 정황상 일련의 이 일들은 다구 또는 진에 의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인질로 잡혀 있는 사람들 중의 누군가가 벌인 일.
따라서 노부히코 부부를 비롯한 모든 인질들은 누구의 짓인지 밝히기 위한 토론을 하는데
그 이야기가 번져 도모미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으로 까지 이어진다.
그리고는 결국 도모미를 죽인 진짜 범인과 유키에를 죽인 범인이 마침내 밝혀진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사실 이 책은 [몽환화]와 함께 꼭 읽어 보고 싶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고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도모미를 죽인 범인이 누군지 처음부터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띠지에 ‘이런 반전은 없었다. 스포일러 금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 문구 때문이 책의 초반부터 범인이 누군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스포일러를 금지하고 싶을 정도의 반전이 있는데 여주인공이 죽었다면 당연히 그 범인은 결혼을 약속한 사람인 다가유키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마치 다카유키는 범인 아닌 것처럼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질극의 내용을
다카유키의 시선으로 그려내며 다카유키는 처음부터 용의선상에서 배제하려는 노력을 했는데
출판사의 자극적인 문구 때문에 오히려 범인이 누구인지 초반부터 알 수 있었다.
2) 이야기 전개 방식이 고루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큰 장점은 ‘이야기 (Story)’에 있다고 생각한다.
범죄를 일으킨 범인, 그 범인을 잡기 위한 등장인물의 노력 그리고 속속 들어나는 증거들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펼쳐지며
독자들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이 장점이란 뜻이다.
그의 대표적인 소설 [용의자 X의 헌신] 또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처럼.
그런데 이 책은 모든 등장인물들을 한 장소에 모아 놓고 그 등장인물들의 대사들로 소설의 대부분이 구성되어 있다.
전개되는 이야기 자체가 없기 때문에 몰입도나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런 구성은 마치 오래 전 추리소설이나 [명탐정 코난] 같은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고리타분한 설정이라 읽는 내내 흥미가 반감되었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의 반전도 엄청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왠지 억지스러운,
그러니까 결말을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들어 ‘애썼네’라는 느낌이 들 뿐이었다.
3) 이야기의 한 쪽만 보여주며 독자들로 하여금 추리를 하라고 한다.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존 소설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것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작가와 추리 게임을 하는 재미가 생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사각형의 반 쪽은 철저하게 감춰두고 나머지 반쪽만 보여주며 추리를 요구한다.
역시나 이야기가 중심이 아닌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한 구성 때문에 벌어지는 방식의 한계인데,
반전과 결말을 미리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춰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니 등장인물들은 모두 ‘나는 범인이 아니요’할 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간의 대화를 통해서만 독자들은 추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재미는 반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이 책을 다 읽고 이 책의 독후감을 찾아 보니 그래도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전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과 냉정하게 비교해 본다면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 때문에 많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아직 읽지 않은 몽환화는 어떨까, 궁금해진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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