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어떤 조직이나 사상, 규범으로부터 빠져 벗어남 (다음 국어 사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졸음을 참으며 아침도 거른 채 억지로 옷을 차려 입고 회사로 향합니다.
늘 하던 대로 컴퓨터를 켜고 커피 한 잔으로 속을 달래고는 업무를 보다가 점심을 먹고 다시 업무를 보다가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 오고요
. 그렇게 일주일 보내고 주말엔 집에서 쉬거나 어디라도 갈라치면 꽤나 피곤해 집니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또 다시 같은 생활이 반복 되고……
제 삶도 그렇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직장인들의 삶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1월이나 12월이나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국내든 외국이든 장기 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가족들 생각에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퇴직할 때가 되면 딱히 아는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막막하기만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썼는데도 머리가 아프네요.
저도 이미 그런 삶을 살고 있으며 정말 구국의 결단을 내리는 것처럼 큰 마음을 먹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삶을 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우리에게 미래란 그렇게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월터 미티 (벤 스틸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본의 아니게 가장이 된 월터는
어머니와 여동생이라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는데요, 파파존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다가
라이프 (Life)라는 잡지사에 필름 현상을 하는 업무로 취업을 하게 되면서 무려 16년이나 같은 일을 하게 됩니다.
물론 같은 일을 16년 동안이나 했다는 것은 오히려 칭송해야 하는 일로
그만큼 그 일에 전문가, 아니 장인이 될 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었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월터 미티가 그 긴 시간 동안 특별한 곳을 가보았다거나 특별한 경험을 가진 시간이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집과 회사를 오가는 생활만 해 왔다는 것입니다. 서두에서 얘기한 우리네 삶처럼 말이지요.
어찌 보면 너무도 슬픈 가장의 현실이겠지요.
그렇게 16년동안 일해 온 직장에서 그는 남자 아이가 있는 이혼녀 셰릴 (크리스튼 위그)을 짝사랑하게 되고
어느 데이트 사이트에서 그녀에게 호감을 표시하려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호감을 표시한 것이 아닌 표시 하려는 이 장면 덕분에 이 영화의 감초 역할을 하는 데이트 사이트 운영자인
토드 마허가 등장하는데 영화 내내 목소리로만 등장하다 나중에 결정적인 역할로 잠깐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이 첫 장면에 대한 언급이 없거나 주의 깊게 보지 않았는데요,
사실 이 첫 장면에 영화의 모든 것이 다 나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바로 월터 미티가 살펴 본 세릴의 프로필 중 이상형이 ‘Adventurous, Brave, Creative’이기 때문인데요,
특별할 것 없던 인생을 살아온 소심한 성격의 월터 미티가 험난한 여정을 떠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사랑하는 여자 셰릴의 이상형이 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의 직장은 더 이상 수익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라인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폐간이 확정되고 얼굴
가득 수염으로 치장한 테드 핸드릭스 (아담 스콧)가 새로운 임원으로 오면서 기존 사원들은 명예퇴직의 위기에 몰리게 되는데요,
그 악역을 담당한 사람이 테드 핸드릭스 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마지막 잡지의 출간을 앞두고 사진작가 숀 오코넬이 보내 온 필름을 살펴 보던 월터는
숀 오코넬이 ‘삶의 정수’가 담겨있다고 한 표지 사진인 25번째 필름이 없는 것을 알고는 당황합니다.
당장 출간을 해야 하는데 표지 사진은 없고, 숀 오코넬은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그와 연락될 방법은 없는 상황.
설상가상 새로 온 임원 테드 핸드릭스는 마지막 잡지 출간을 위해 월터에게 사진 준비는 잘 되가는지에 대한 질문을 여러 차례 하면서
월터는 점점 더 궁지에 몰립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렇게 25번째 필름을 찾기 위해 숀 오코넬을 만나기 위해 그 동안
그의 인생에서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긴 여행을 떠나는 월터 미티의 다양한 여정을 보여 줍니다.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1939년 제임스 서버의 [월터의 은밀한 사생활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래 삽화 작가였던 제임스 서버가 39살에 ‘더 뉴욕커’를 통해 발표한 이 소설은
시력 장애 때문에 공상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아내에게 많이 의지해야 했던 자신의 얘기와 함께
당시 대공황의 여파로 위축된 당시 남성상을 반영했고 그 때문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월터 미티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고
‘월터 미티’는 단지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라 이름은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면서 터무니없는 공상을 일삼는 사람’을 지칭하는 보통 명사화 됩니다.
예를 들어 스누피의 홈페이지에는 스누피를 ‘월터 미티 콤플렉스를 가진 외향적인 비글’이라 설명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보다 부정적 의미로 야심차고 영웅심 강한 인물을 지칭할 때 쓰는 단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1973년 중동 전쟁 때 헨리 키신저가 닉슨 대통령 보좌진에게 “(닉슨의) 월터 미티 성향을 억제해 달라”고 얘기했다는 기록이 공개됐고,
2003년에는 토니 블레어 총리의 대변인이 군사전문가 데이비드 켈리에게 “월터 미티 같다”고 했다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사건이 있었으며,
2008년 미 대통령 선거 때도 오바마를 월터 미티에 비유하는 기사가 어김없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1
다만 영화와 원작의 차이라면 남편을 ‘교정’하려 드는 신경질적인 아내, 고압적인 경찰, 불친절한 주차요원,
남을 대놓고 비웃는 행인 등 원작의 설정이 좀 더 현실적 (?)인 듯 보이기는 합니다.
아무튼.
영화 속에서 그의 상상은 크게 셰릴에 관한 것과 직장상사 테드에 관한 두 가지로 나뉩니다.
퇴근길 지하철 역에서 느닷없이 폭탄이 설치된 건물로 뛰어들어가 다리가 세 개 밖에 없는 셰릴의 개를 구해 내거나
그녀와 함께 다정하게 늙어가는 모습 같은 것을 상상하며 그녀에 대한 흠모의 마음을 키워가는가 하면
직장 상사 테드와는 격투를 하거나 스트레치 암스트롱 인형을 두고 벌이는 초강력 액션과 같은 상상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사회 생활을 해가면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두 가지 큰 축,
바로 사랑과 직장 생활이라는 부분이 월터 미티의 상상 혹은 공상의 내용인데요,
어쩌면 감독은 일반 직장인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찰했는지도 모를 일이고 그래서 월터 미티가 여행한 곳인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그리고 아프카니스탄의 멋진 배경과 함께 이 영화가 더 공감이 가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월터 미티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삶의 정수’가 담긴 25번째 필름은 바로 월터 미티 자신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잡지의 폐간을 알고 있었던 숀 오코넬이 언제나 자신이 보낸 필름을 정성을 다해 현상하고 잡지의 표지로 실어 준 것에 대한 감사와 경의의 표시로
마지막 호의 표지를 월터의 사진으로 정했던 것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 열정적으로 긴 여행을 하다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라는 것에서 말이지요.
월터 미티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면서 꿈을 잊어 버리고 무탈하고 무난한 사회 생활을 16년간이나 해오다가
어떤 특별한 일탈을 계기로 찾게 된 것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 모습을 지켜 본 제가 느낀 감동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졸음을 참으며 아침도 거른 채 억지로 옷을 차려 입고 회사로 향합니다.
늘 하던 대로 컴퓨터를 켜고 커피 한 잔으로 속을 달래고는 업무를 보다가 점심을 먹고 다시 업무를 보다가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 오고요.
그렇게 일주일 보내고 주말엔 집에서 쉬거나 어디라도 갈라치면 꽤나 피곤해 집니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또 다시 같은 생활이 반복 되는 생활 속에서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니 우리는 무엇을 찾기 위해 이처럼 반복적인 생활을 견뎌야 할까요?
바로 우리가 잊고 있던 ‘나 자신’입니다.
어렸을 때 꾸었던 꿈,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언제나 상상만 해오던 일들을 의식의 한 켠으로 미뤄두고 무언가로 덮어버린 채
이런 저런 이유로 반복적이고 무탈하며 무난한 생활을 이어가는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일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반복적인 생활에서 일탈을 하고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라’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으며,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찾게 만드는 영화’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이 땅의 모든 직장인들에게 꼭 한 번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그런 영화라고 감히 얘기하고 싶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이 영화 곳곳에 등장하기도 하는 실제 Life 잡지사의 창간 이념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To see the world, things dangerous to come to, to see behind walls, to draw closer, to find each other and feel, That is the purpose of life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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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섹션 외
- 어디서 가져온 내용인데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겠습니다. 혹시 알려주시는 분께 감사드리겠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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