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냥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몸 파는 여성을 비하해서 부르던 말인데요, 이 말의 유래가 참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조선시대 병자호란 당시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왕 (임금)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자기 한 목숨 살리고자 백성들을 안심시키고는
몰래 도망갔던 인조 임금 덕분에 당시 수 많은 조성의 백성들은 청나라에 끌려 갔었습니다.
당시 왕이었던 인조는 반정을 통해 왕이었던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청나라의 침략에
저항 한 번 못해보고 무릎을 꿇고 항복을 했다고 하여 굉장히 치욕적인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인데요.
이때 끌려갔던 조선 백성들이 시간이 흘러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자 환향 (還鄕)- 고향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는 뜻-한다고
했고 이때 돌아온 여자들을 ‘환향녀’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말로만 돌아온 것을 축하했을 뿐 실제로는 청나라 사람들에게 몸을 내주고는 돌아온 여자라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그 때문에 남편에게도 가족에게도 국가에게도 환영 받지 못한 채 슬퍼하다가 자살한 환향녀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단어가 얼마 전까지 쓰였던 ‘화냥년’이라는 말로 변한 것이고요.
제가 이처럼 가슴 아픈 역사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영화 [최종병기 활]이 바로 그 가슴 아픈 역사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조반정으로 아버지를 잃은 남이 (박해일)와 자인 (문채원).
그들은 반역자들의 눈을 피해 아버지의 친구인 개성의 김무선 (이경영)의 집으로 도망가 생활하게 됩니다.
무인이었던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서인지 남이와 지인은 성장하면서 활과 칼을 다룰 줄 알게 되었고,
특히 남이는 거의 신궁에 가까울 정도의 활 쏘기 실력을 갖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꽃 처녀로 성장한 자인에게 반한 김무선의 아들 서군 (김무열)은 남이에게 결혼을 시켜달라고 졸라 드디어 결혼을 하는데,
때마침 결혼식 날 병자호란으로 인해 결혼식을 하다가 남이를 제외한 마을 사람들 모두와 함께 청나라로 끌려 갑니다.
이후 남이는 목숨을 걸고 탁월한 활 솜씨 하나로 자인을 구하기 위해 그들을 쫓아가는 내용인데요.
맞습니다.
리암 니슨의 [테이큰]이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목숨도 버릴 수 있는 아빠의 이야기라면
[최종병기 활]은 납치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오빠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영화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소재의 특이성, 끊임없는 추격전을 통한 역동성으로 지루할 틈 없이 끊임없는 긴박감을 선물해준다는 것입니다.
올림픽 양궁종목에서 ‘금메달은 우리 것’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우리는 동이 (東夷)족이라고 불릴 만큼 활 쏘기 능한 민족이었는데
정작 활을 소재로 한 우리 영화는 찾아 보기 힘들었습니다.
아니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소재부터가 독특하고 새로우며 반대로 얘기하자면 그만큼 흥행에 있어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부담감은 김한민 감독의 뛰어난 역량으로 극복되는데요,
바로 끊임없는 추격전을 통한 역동성을 극대화 시켰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추격전이라는 것이 자칫 쫓고 쫓기는 장면만 반복될 경우 지루해 질 가능성이 높은데
김한민 감독은 중간에 ‘멈춤’이라는 장치를 두어 그 지루함을 없애고 이야기의 연결성 더하며 긴장감을 증가시킵니다.
이를 테면 도르곤 (박기웅)과 자인이 밀고 당기는 장면이나
서군과 자인이 도망쳐 조선으로 돌아왔다가 어쩔 수 없이 청나라로 돌아가는 장면 같은 것들인데요.
남이에게 불에 탄 채로 죽어버린 도르곤을 본 쥬신타 (류승룡)가 남이에 대한 끓어오르는 복수심을 표현해내는 장면이나
조선의 백성임에도 무능한 권력자에 의해 조선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서군과 자인을 보며
관객들은 전체적인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등장인물에 대해 몰입감이 높아지고 감정 이입이 되면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끊임없는 추격전을 더욱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개봉 당시 7,470,633명의 관객에 무려 55,827,861,500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대한민국 박스오피스 2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이 영화로부터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서두에서 얘기했던 것과 같은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입니다.
서군과 자인이 천신만고 끝에 압록강을 통해 조선으로 돌아오려 하자 마침 그 곳을 지키고 있던
국경 수비대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며 그들의 입국을 거부합니다.
‘강을 건넌 이상 너희는 더 이상 조선 백성이 아니다. 이미 청의 노예다. 국법이 그리 되었다.’
이 얼마나 황당무계하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말인가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그것도 나를 보호해줘야 할 국가가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남의 나라에 끌려 갔다가 천신만고 끝에 돌아왔는데 이제 더 이상 이 나라 백성이 아니라니 얼마나 무책임한 말입니까.
그러자 서군은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합니다.
“나라는 결코 백성을 저버려서는 안 되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이 한 마디에 이 영화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잊으면 안 되는 너무도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들 합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된 이유도, 6·25 전쟁 당시 우리 국민의 사상자가 많았던 것도 바로 나라가, 국가가 우리를 버렸기 때문입니다.
백성과 국민을 위하기 보다는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개인적 이익에만 매달리며 일본에 나라를 팔았고,
이승만은 국민을 안심시키고는 자신의 한목숨 부지하겠다고 국민 몰래 한강 남쪽으로 피신한 뒤 한강 다리를 폭파시켜
국민들이 피신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나라와 국가는 국민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집단임에도 백성과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나만 잘살고 보자라는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기 때문에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들이 감당해야 했던 것입니다.
서두에서 얘기했던 환향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을 공공연하게 무시하고 천대했던 사람들은 자신들 때문에 그들이 환향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고위관리직이었습니다.
자신들이 나라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백성들의 안위는 눈꼽만치도 없었으면서
자신들 때문에 환향녀가 된 여자들에게 오히려 손가락질 했던 것입니다.
이 영화의 자인도 환향녀가 될 뻔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역사는 21세기인 지금도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을 위해 일하고 봉사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들이 가진 힘을 더욱 공고히 한 채 가진 사람들은 더욱 배부르게 하고
힘 없는 서민들의 등골만 뽑아 먹고 있는 상황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이 일어난다면 현재 권력층들은 아마 과거의 그들처럼 자신만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나라를 빼앗기든 말든,
국민들은 죽든 말든 가장 먼저 어디론가 도망갈 것입니다.
그리고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와 숨겨 두었던 돈으로 또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 눈에 훤히 보입니다.
그래서 국민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단지 눈 앞의 내 이익에만 급급하지 말고 국가의 안위와 민족의 발전을 시켜줄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이 되풀이 되는 역사에 우리는 또 다시 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치란 남의 얘기가 아니고 바로 나의 얘기입니다.
이처럼 이 영화 [최종병기 활]은 단순히 오락 영화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배우고 인식하고 행동해야 할 것을 전달해주는 의미있는 영화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래저래 얘기가 길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김한민 감독이 작년 최대 흥행작이자 역대 대한민국 박스오피스 1위인 [명량]의 감독이기도 한 것을 보면
확실히 사극을 자신만의 시각에서 역동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감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의 손 끝에서 지난 2011년 태어난 [최종병기 활]은 영화적인 완성도 (재미, 오락성, 몰입도 등)와 함께
우리가 되짚어 봐야 하는 시사점을 던져주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이 영화는 모든 분들에게 한 없이 추천하고 싶은 그런 영화라는 얘기로 글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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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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