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고전명작 다시보기 (33): 슬럼독 밀리어네어-거액의 상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찾은 청년 이야기

by Robin-Kim 2015. 5. 6.
728x90
반응형

개인적으로 자주는 아니지만 로또를 살 때 꼭 사는 번호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으로도 하나.

그렇게 로또를 사면서 소위 말하는 인생 역전이라는 희망 아닌 희망을 함께 산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디 저 뿐이겠습니까.

많은 분들이 로또를 사면서 하는 공통적인 생각이 바로 당첨금으로 인한 인생역전일 텐데요.

그만큼 우리네 삶이 많이 팍팍하고 힘들다는 반증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로또 1등이 당첨되면 정말로 행복할까?

우리 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행보를 보면 좋은 일보다는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왜 그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그토록 바라던 거액의 복권 당첨금을 얻고도 왜 많은 사람들의 삶이 불행으로 마무리 되는 걸까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우리가 바랬던 것이 과연 복권 당첨금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 봅니다.

어쩌면 눈에 보이는 당첨금 뒤에 숨겨진 무언가를 더 갈망했다면 불행으로 마무리되는 복권 당첨자 리스트에서 제외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그래서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인생 역전을 이뤄냈지만 정작 다른 곳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은,

진정한 의미의 인생 역전을 이뤄낸 인도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소개 합니다.

 

자말 말릭은 2천만 루피 ( 3 4 7백만원. 2015 4 19일 환율 기준) 상금을 받기까지 한 문제만 남겨 놓고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A.    속임수를 써서 (He cheated)

B.    운이 좋아서 (He is lucky)

C.    천재이기 때문에 (He is genius)

D.    그냥 이야기니까 (It is written)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영화 도입 부분에 관객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하며 시작합니다.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알게 되겠지만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은 사실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감독이 의미있게 배치해 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얘기하면서 감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에 개봉되었고 그 영화의 일부가 TV광고에도 사용되었을 만큼 꽤나 인기를 얻었던

[트레인 스포팅]을 감독했던 데니 보일이 바로 이 영화의 감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데니 보일 감독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고 그의 영화도 거의 보질 못했었어 어떤지 모르겠지만

자료들을 찾아보니 제 취향과는 잘 맞지 않는 감독인 듯 보입니다.

유일하게 본 그의 영화 [트레인 스포팅]도 보는 내내 지루 했었다는 기억 외에는 없는 걸 보면 정말로 나와는 맞지 않는 감독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달랐습니다.

이야기 전개의 짜임새가 치밀했고, 갈등구조가 탁월했으며,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여러 가지 장치도 훌륭했습니다.

얘기를 듣자 하니 이 영화의 시작부터가 꽤나 드라마틱 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작자 중 한 명인 테라 로스가 북 스카우트 담당 케이트 싱클레어로부터정말 놀라운 책을 읽고 있다라는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아직 출판되지도 않았던 소설을 받아본 테라 로스는 드라마와 스릴,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풀어가는 이 소설에 매료되어

바로 영화 제작 판권을 확보했다. 그리고 책의 매력을 완벽하게 시나리오로 옮길 수 있는 작가로

<풀몬티>를 통해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웃음을 잃지 않는 스토리 감각을 보여준 작가 사이몬 뷰포이를 주저 없이 선택했다.

대니 보일 역시 '한자의 수정도 필요 없다는 완벽한 시나리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였다.”- 이상 다음 영화 섹션

 

 

 

그렇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Q&A’라는 소설인데요, 영화 개봉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제목에 맞춰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바꿔서 출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원작 소설에는 로맨스가 등장한다던가 하는 부분이 없다고 하는데

왜 영화 소개에서는 원작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에 매료되었다고 했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어찌되었던 보통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이 영화가 개인적인 취향이 아닌 감독의 작품이면서도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된 이유는

역시 시나리오 작가의 힘의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이 영화는 영화의 본 고장 (?) 미국에서 엄청난 수상을 하게 되는데요,

2009 66회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각본상 등 네 개 부분을 수상하여 최다 수상을 했고

곧이어 개최된 2009 81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는 작품, 촬영, 음악, 음향, 감독상, 주제가상, 각색상, 편집상 등 무려 8개 부분을 수상하게 됩니다.

 

 

 

줄거리를 간략히 살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빈민가 혹은 슬럼가라 불리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자란 꼬마 살림과 자말.

어린 시절부터 갖은 고생을 해 온 그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동네 간에 일어난 싸움으로 엄마까지 잃게 됩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잃으면 무언가를 얻게 되는 걸까요.

그 싸움에서 정신 없이 도망치던 두 형제는 자신들을 따라 온 라티카라는 소녀와 동행하게 됩니다.

물론 형 살림은 같이 다니기를 반대하지만 동생 자말은 왠지 모를 끌림에 꼭 라티카와 함께 하는데요 이 때부터 자말과 라티카의 애정이 시작됩니다.

 

이후 자신들은 몰론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어린이들을 모아 먹여주고 재워주는 착안 아저씨를 만나 그를 따라가지만

사실 그는 아이들의 눈을 뽑아 맹인으로 만들어 구걸시키는 이른바 앵벌이들의 포주였던 것입니다.

마침 그 사실을 알게 되어 그 무리를 빠져 나온 살림, 자말, 라티카는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데요

이후 살림은 조폭의 행동 대장이 되고 자말은 한 이동통신사의 상담원들에 차 ()를 서빙하는 보조로 일하게 되며

라티카는 이곳 저곳에 팔려 다니는 신세가 됩니다.

 

 

하지만 여차저차 해서 세 사람은 다시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데요,

자말은 라티카가 혹시라도 자신을 TV에서 봤으면 하는 마음에 퀴즈쇼에 출연하게 되고 최고 상금까지는 한 문제만 남겨 놓은 상태에서

인도 전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만 속임수를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고문을 당합니다.

하지만 전혀 속임수를 쓰지 않음을 알게 된 경찰은 자말을 풀어주고 그는 전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마지막 퀴즈를 풀기 위해 방송국으로 향합니다.

 

그 때 마침 살림과 그 일당에 붙잡혀 있던 라티카는 살림의 도움으로 그 곳을 탈출해 자말에게 향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살림은 같은 조직원들과 총격전을 벌이다가 죽게 되고 마지막 퀴즈를 풀기 위해 지인 찬스를 사용한 자말은

형인 살림에게 전화를 하지만 살림의 전화를 갖고 있던 라티카가 그 전화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자말은 마지막 퀴즈를 풀고는 2천만 루피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을 받고는 기차역에서 라티카와 재회하면서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이 영화는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조가 조금 독특한데요 ‘Who wants to be millionaire’라는 퀴즈쇼에 출연한 자말 말릭이

퀴즈를 한 문제씩 풀 때마다 그 퀴즈와 관련된 자말이 살아온 인생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입니다.

 

마치 [해변의 카프카]에서부터 시작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처럼 두 개의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하나로 만나는 것처럼

퀴즈 쇼에서 문제를 푸는 자말과 각 퀴즈와 연관된 자말의 살아온 이야기가 교차 편집되면서 자칫 이야기가 단조로워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합니다.

 

특히 영화의 시작을 경찰에게서 고문을 받는 것으로부터 하여 역으로 퀴즈쇼에 출연해 문제를 풀어가는 이야기의 배치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두 번째로 인도 영화 특유의 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도 영화는 마치 뮤지컬처럼 영화가 진행되는 중간중간에 노래와 함께 등장인물들이 춤을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되는데

이 영화는 그런 장면이 하나도 없고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만 춤이 등장하는데요,

어쩌면 그래서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많이 알고 있는 [세 얼간이]들처럼 밝고 경쾌한 영화가 아닌 조금 무겁고 진지한 영화라는 특성 상

과감하게 인도 영화의 특징을 뺀 것이 오히려 이 영화를 더 돋보이게 한 듯 보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로 인도의 계급주의 (카스트 제도)의 제일 아래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거의 가감 없이 보여 준다는 점입니다.

 

실제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인도 뭄바이와 그 변두리 지역은 약 2200만 인구가 몰려 있는 곳인데다,

촬영이 시작되면 금새 수천만의 사람들이 몰려 인도 제작자조차 거리 촬영을 거리낄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데니 보일 감독과 제작진들은 기존의 35mm 필름 카메라가 아닌 첨단 디지털 장비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기존 카메라로는 슬럼가 사람들의 생활에 방해가 주거나,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사실감 있는 인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를 주목할 이유로 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바로 자말의 행복이 2,000만 루피라는 거액의 상금이 아닌 라티카와의 사랑을 이뤄냈다는 것이었습니다.

꼬마 시절 우연히 그의 인생에 그림자처럼 스며든 라티카라는 여자 아이를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시도 잊은 적이 없고

번듯한 청년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면서도 그녀를 잊지 못했던 자말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결국 그녀와의 사랑을 이뤄낸 것입니다.

 

 

 

혹자는 자말이 거액의 상금을 받지 않았다면 혹은 라티카가 영화에서처럼 미인이 아니었다면

서로 그렇게까지 잊지 못하며 그리워하는 순애보를 만들었겠냐는 염세주의적인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를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면 우리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요?

 

다만 이 영화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자말의 형인 살림이 왜 마지막에 욕조에 돈을 가득 채운 뒤

같은 조직원들과 총격을 나누다 죽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 정도 돈이면 자신 뿐 아니라 동생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정도라 몰래 동생에게 전달하거나

라티카가 도망치게 도와줄 때 함께 들려 보냈어도 되는데 뭐한다고 굳이 욕조에 수북이 쌓아 놓고는

자살 아닌 자살을 택한 채 죽음을 맞이했는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흡사 옥의 티라고나 할까요, 굉장히 완성도 높은 작품성을 살짝 깎아 내리는 장면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이제 이야기를 마치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자말 말릭은 2천만 루피 ( 3 4 7백만원. 2015 4 19일 환율 기준) 상금을 받기까지 한 문제만 남겨 놓고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A.    속임수를 써서 (He cheated)

B.    운이 좋아서 (He is lucky)

C.    천재이기 때문에 (He is genius)

D.    그냥 이야기니까 (It is written)

 

이 영화는 가장 마지막에 그 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무엇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영화가 무엇을 정답이라고 제시했든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를 보는 내가 선택한 것이 나에겐 정답이 아닐까라는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영화에서 알려준 정답이 궁금하다면 영화를 꼭 한 번 보시길 바라며

아울러 거액의 당첨금 보다 내 인생에서 더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Leggie...

================================================================================

#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섹션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