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분노의 질주]를 처음 보게 된 것은 2001년 DVD를 통해서였습니다.
당시 외국에서 볼만한 DVD를 고르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 온 [Fast & Furious]는 생전 알지도 못했던
폴 워커와 빈 디젤이라는 두 명의 주연 배우를 통해 자동차를 이용한 짜릿한 스피드를 제대로 보여준 영화로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얼마 전 7편까지 제작되어 개봉하면서 지나 온 시간을 헤아려 보니 만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마침 CATV에서 1편과 4편인 [분노의 질주: 디 오리지널]을 방송하길래 이 참에 기존의 시리즈를 모두 몰아 보았고,
그 방점으로 최근에 개봉한 7편인 [분노의 질주: 더 세븐]까지 보게 되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에 맞게 변화해 온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대해 한 번 얘기해 볼까 합니다.
# 1편의 오리지널 멤버
서두에서도 얘기했지만 [분노의 질주] 1편은 2001년 약 3,8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세계 수익 약 2억 7백만 달러 (북미 수익 1억 4천 4백만 달러)를 기록하며 초대박 흥행을 만들어 내며 폴 워커와 빈 디젤을 스타로 만들어 냈습니다.
아직도 기억하는 것은 어두운 밤, 그들만의 리그로 이루어지는 레이싱 경기와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는 과정에서 그려지는 짜릿한 스피드가 압권인 말 그대로 진정한 ‘자동차 스피드’영화였다는 것입니다.
# 굉장히 청순했던 미아
그리고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브라이언 (폴 워커)과 연인 관계로 더 나아가 부부로 발전하는
미아 (조다나 부르스터)가 굉장히 청순한 이미지로 등장했다는 것인데,
마치 1980년대 우리나라 청소년들 사이에서 둘 째가라면 서러워할만했던 피비 케이츠를 보는 듯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2년 후인 2003년, 전작의 흥행에 힘입어 탄생한 [분노의 질주 2] 역시 흥행 기록을 이어나갑니다.
약 7,600백만불의 제작비에 약 2억 3천 6백만 달러의 세계수익 (북미 수익 1억 2천 7백만 달러)를 기록하는데요,
전편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빈 디젤이 개인 사정상 하차했음에도 이뤄낸 결과였습니다.
참고로 빈 디젤, 그러니까 토레도가 빠지면서 그의 여동생인 미아는 물론 [언 리미티드]에서 목숨을 잃는 빈스 (맷 슐츠),
토레도의 여자친구 레티 (미셸 로드리게즈)도 함께 빠지게 되는데 아무래도 토레도를 중심으로 맺어진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 2편부터 등장한 로만
대신 7편까지 계속 함께 하게 되는 수다쟁이 스피드 광 로만 (타이레드 깁슨)과 기계와 컴퓨터에 해박한 테이 (루다 크리스)가
브라이언의 친구로 등장하게 됩니다.
이처럼 [분노의 질주]는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3편인 [도쿄 드리프트]에서는 한국계 배우 성강이 한이라는 인물로 등장하고
4편인 [디 오리지널]에서는 지젤 (갈 가도트)이 등장하면서 5편인 [언리미티드]에서 이른바 ‘토레도 팀’의 완전체를 이루게 됩니다.
# 3편부터 등장한 한
어쨌든 시리즈가 2편까지 성공하자 유니버셜에서는 폴 워커까지 배제한 전혀 새로운 [분노의 질주]를 제작하게 되는데 바로 [도쿄 드리프트]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흥행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는데 세계 수익이 약 1억 5천 8백만 달러 (북미 수익 6천 2백만 달러)로
2편 수익의 60% 정도에 머물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이전 두 편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폴 워커도 등장하지 않고
배경도 뜬금없이 도쿄가 되다 보니 팬들이 외면을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자 제작사는 전편의 흥행인물들을 다시 불러 모았습니다.
1편과 2편의 주인공이었던 폴 워커가 복귀했고 1편만 출연하고 자진 하차했던 빈 디젤 역시 출연했던 다른 영화들의 흥행이 저조하자 흔쾌히 복귀했으며
자연스럽게 여자친구였던 레티와 여동생인 미아도 복귀합니다.
그러면서 제목은 [디 오리지널 (The Original)]로 정하는데요, 관객들에게 1편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려고 했던 듯 합니다.
흥행 역시도 1편 주인공들의 복귀에 힘입어 약 8천 5백만 달러의 제작비에
세계 수익 약 3억 6천만 달러 (북미 수익 약 1억 5천 5백만 달러)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합니다.
빈 디젤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더 강력해진 스피드, 자동차로 이루어진 액션이 더 화려해졌고
완벽한 갈등 구조를 바탕으로 한 깔끔한 이야기 전개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디 오리지널]의 핵심 내용은 레티가 사망하고 레티를 죽인 범인에 대해 토레도가 복수를 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는 2011년, 개인적으로 시리즈 중 최고라고 생각되는 5편인 [언리미티드]가 개봉합니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토레도 팀’이 완전체를 이루어 브라질의 나쁜 부자 레이야스와의 갈등 구조를 통해 레이스의 금고를 터는 내용인데요,
특히 금고를 털어 도주하는 과정에서 그려진 스피드와 자동차 액션은 양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기에 전혀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사실 이 5편에서는 갈등구조 (대립구조)가 두 가지가 나오면서 교차되는데 하나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토레도 팀 vs 레이야스’고
또 다른 하나가 ‘토레도 vs 홉스 (드웨인 존슨)’입니다.
미국에서 브라질까지 도망 온 토레도를 잡기 위해 파견된 홉스는 토레도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토레도는 홉스의 추격도 피해야 하고 레이야스의 금고를 털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홉스와 토레도의 몸싸움이나 두 사람이 친구가 되어 과정이 화려한 액션과 함께 전혀 무리 없이 전개되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다는 얘기인데요,
크게 한탕을 성공한 후 등장인물들이 뿔뿔이 흩어져 남부럽지 않은 개인 생활을 하는 마지막 장면들에서는
최고조까지 올랐던 긴장감이 해소되며 짜릿한 즐거움을 맛보게 됩니다.
이런 완성도의 밑바탕에는 [언리미티드]는 약 1억 2천 5백만불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큰 역할을 하였고,
그 덕분인지 세계수익 약 6억 2천 5백만불 (북미수익 약 2억 9백만불)이라는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면서 ‘메가 히트 클럽’에 가입하게 됩니다.
메가 히트 클럽이란 시리즈 한편당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야하고, 전체가 10억 달러를 기록한 시리즈 영화만이 입성할 수 있는 클럽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유니버셜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규모 (스케일)를 더 키웁니다.
2013년 개봉한 6편 [더 맥시멈]은 약 1억 6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하면서 초대형 액션을 만들어냈고
세계 수익은 약 7억 8천 8백만 달러를 기록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6편부터 영화가 약간 맛이 갔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본질은 자동차를 이용한 짜릿한 스피드 액션에 있음에도 6편부터는 세계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내용으로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전히 자동차를 타고 엄청난 스피드로 달리면서 액션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 내용 자체가 얼핏 ‘자동차를 이용한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레이싱 보다는 범죄 소탕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올해 개봉한 7편 [더 세븐]에서 더 짙어졌는데요,
무려 약 2억 5천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투여한 이 영화에서 토레도와 그 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정부 요원 (커트 러셀)로부터
‘신의 눈’이라는 엄청난 CCTV 기술을 개발한 램지라는 테러 집단에게 납치된 해커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녀를 구출하는 것도 그렇고,
다시 그녀를 납치하기 위해 찾아 온 테러집단과 싸우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임무를 부여 받고 그 임무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 그려지고 다시 복수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미션 임파서블]의 구조와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자동차가 활용될 뿐이지요.
# 실제 UFC선수 론다 로우지
특히 시리즈 내내 한 번도 격투를 잘 하는 것으로 그려진 적이 없는 브라이언이 전설의 맨몸 액션 옹박과 격투를 벌이면서
뜬금없니 엄청난 격투가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나 역시 시리즈 내내 격투 액션을 선보인 적이 없는 레티가
실제 UFC 선수인 론다 로우지와의 화려한 격투 액션을 벌이는 부분에서는 전편들과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너무나 억지스러워 보일 뿐이었습니다.
특히 아부다비에서 건물 세 개를 자동차로 통과하는 장면과 여러 차례 엄청난 높이에서 떨어진 자동차 안에서도 살아 남은 토레도의 모습을 보며
이건 진짜 만화도 아니고 너무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갈등 구조도 ‘토레도 vs 데카드 쇼 (제이슨 스타뎀)’인지 ‘토레도 팀 vs 테러 집단’인지 헷갈릴 정도로 비중도 이야기 전개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물론 빡빡이 액션 스타 제이슨 스타뎀이 합류하면서 세 액션 빡빡이가 (빈 디젤, 드웨인 존슨, 제이슨 스타뎀) 모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그래도 너무 과한 설정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개인적으로 완성도 면에서는 시리즈 중 최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동차, 레이싱, 스피드라는 본질을 벗어나 격투, 기관총, 미사일 등이 등장하는 거대한 액션 영화가 되어 버린 것이지요.
물론 7편에서도 자동차가 배제되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 무게 중심이 어디 있냐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제 생각과는 달라서 세계 수익이 약 15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달성했는데요,
중국에서는 하루 만에 약 5천만 위안 (약 86억원)이라는 수익을 기록하며 대륙의 스케일을 실감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이런 수익의 배경에는 작품의 완성도 보다는 폴 워커의 유작이라는 점이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지 않았나라고 생각해 봅니다.
2013년 11월 30일, 친구의 차를 타고 자선 행사장으로 향하던 폴 워커는 교통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마는데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이끌어 왔던 그의 빈 자리는 너무나 컸고 시리즈를 사랑해 마지 않았던 팬들로써는
폴 워커가 없는 시리즈는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마지막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고
저 역시도 극장을 찾지는 않았지만 폴 워커의 유작을 안 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영화를 찾았으니까요.
# 더 이상 볼 수 없는 폴 워커
폴 워커의 사망으로 [더 세븐]은 촬영 일정에 차질을 빚으며 5~6개월 정도 중단되었고
그 때문에 원래 계획했던 제작비보다 약 5천만 달러가 더 소요되었다고 하는데요,
폴 워커 없는 시리즈를 상상할 수 없었던 제작진으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다
폴 워커의 동생인 칼렙 워커와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그를 만들어 냈지만
제작진과 출연진들은 여전한 그의 빈자리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그들만의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를 보며 ‘제 자리로 돌아왔다’라는 대사를 통해 더 이상 그가 함께 하지 않음을 얘기했고,
함께 있던 자리에서 먼저 혼자 자리를 뜬 토레도를 따라온 브라이언이 토레도를 향해 ‘작별 인사도 안 하고 가는 거냐’고 하는 대사,
‘See you again’이라는 BGM 등으로 시리즈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폴 워커가 없다고 시리즈가 중단되지는 않을 듯 합니다.
데카드 쇼 (제이슨 스타뎀)이 잡혀 홉스에 의해 수감되긴 했지만 그가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제이슨 스타뎀이라는 거물급 배우를 캐스팅하고 한 편으로 끝내진 않을 테니까요.
다만 한가지 바라는 점은 점점 더 심해져 가는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닌, 총격과 격투 그리고 최첨단 기법을 동원한 임무 수행이 아닌
[분노의 질주] 본연의 자동차, 레이싱, 스피드에 보다 초점이 맞춰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미 그렇게 되긴 힘들어졌지만.
**분노의 질주 시리즈 제작비 및 수익 (단위: 만 달러)
시리즈 제목 | 제작비 | 세계수익 | 북미수익 |
분노의 질주 1 | 3,800 | 20,728 | 14,400 |
분노의 질주 2 | 7,600 | 23,635 | 12,700 |
도쿄드리트프 | 15,846 | 6,200 | |
디 오리지널 | 8,500 | 36,326 | 15,500 |
언리미티드 | 12,500 | 62,500 | 20,900 |
더 맥시멈 | 16,000 | 78,867 | |
더 세븐 | 25,000 | 150,000 |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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