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를 보게 된 것은 순전히 명성, 그러니까 이름값 때문이었습니다.
스캇 피츠 제럴드가 무려 거의 100년 전인 1925에 발표한 동명의 원작 소설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소설이 읽혀지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데다 같은 내용으로 이미 여러 번 영화로 제작 되었으며,
레오나로드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기 때문에 그 이름 값은 꽤나 높았고, 그래서 '안 보면 안 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특히 스캇 피츠 제럴드는 과거로의 타임 슬립을 소재로 오엔 웰슨이 주연한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등장할 만큼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린 작가이기 때문에 원작의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음에도 꼭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 이 영화의 원작을, 그 유명하다는 소설을 읽지 않은 채로 이 영화를 보았으며 그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지루함, 밋밋한 이야기 전개,
전혀 공감되지 않는 상황 설정 등으로 이 영화에 적잖이 실망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원작을 읽지 않았었기에 실망했을 거야'라고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원작을 읽은 영화는 보지 않습니다.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원작 소설의 방대한 양을 2시간 혹은 2시간 반 정도의 시간 안에 녹여 내려면 거의 '우겨 넣는' 수준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실망감이 더 크다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한 터라 원작이 있는 영화는 원작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개인적인 습관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대단히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고 30분을 남겨 놓고는 졸려서 영화를 끝까지 보지도 못했습니다.
먼저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 보겠습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개츠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군인이 되는데 어느 날 부잣집에서 열린 파병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파티에서 본
부잣집 딸 데이지 (캐리 멀리건)에게 첫 눈에 반해 서로 사랑을 나누지만 곧바로 파병을 떠나며 헤어지게 됩니다.
이후 몇 년이 지났지만 개츠비의 생사를 알 수 없었던 데이지는 어쩔 수 없이 비슷한 부자 집안 남자인 톰 (조엘 에저튼)과 사랑 없는 결혼을 합니다.
결혼 생활 내내 개츠비를 그리워하면서 말이지요.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톰과 데이지가 살고 있는 집에서 강 건너 마주 보이는 곳에 엄청난 대저택에서는 '신 아래 가장 부자'라고 불리는 개츠비가
연일 엄청난 규모의 파티를 엽니다.
특별한 초대가 있는 것도 아닌데 때가 되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는데,
이 돈은 당시 금주법으로 암암리에 성행했던 밀주를 만들어 벌어 들인 엄청난 이익으로 부를 축척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개츠비가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불법'을 통해서 입니다.
단순히 부의 축적 뿐 아니라 그 동네서 개츠비는 자기 이름이 박힌 명함만 들이밀면 과속 운전을 단속하던 경찰도
꼼짝 못할 만큼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개츠비가 그토록 성대한 파티를 지속적으로 열었던 이유는 바로 데이지가 그 파티에 참석하기를 바랬기 때문입니다.
즉 오래 전 사랑했던 데이지에 대한 지고 지순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데이지의 집에서 바라 보이는 곳에 엄청난 규모의 대저택을 지었고,
데이지가 소문을 듣고 파티에 오도록 하기 위해 연일 그토록 성태한 파티를 열었던 겁니다.
하지만 정작 데이지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하루 하루를 견디다 개츠비의 파티에 참석했다 그의 전령사 (메신저)가 된
데이지의 친구 조던 (엘리자베스 데비키)과 데이지의 사촌이자 톰의 친구인 닉 캐러웨이 (토비 맥과이어)의 노력으로 결국 두 사람은 만나게 되며,
이후 개츠비는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이혼을 끊임없이 이혼을 강요합니다.
그렇습니다.
이처럼 길게 얘기했지만 이 영화는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기 위한 한 남자의 노력 혹은 열정'이라는 말로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는데요,
제가 이 영화가 재미없었던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이 뻔하고 진부한 전형적인 통속 소설의 소재입니다.
물론 소설이 쓰여졌던 1920년대에는 이런 내용이 흔치 않았겠지만 요즘에 와서는 정말 '지쳤다'라고 할 정도로 저에게는 뻔하고 진부한 내용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실망한 부분은 이해할 수 없었던 상황 설정들이었는데 특히 데이지와 톰 부부, 닉과 조던이 함께 모여 있는 곳에서
개츠비는 당당하게 데이지에게 '그 동안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했다. 이혼하자라고 톰에게 얘기해라'라고 강요하는 부분인데요.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와 그 친구들이 있는데 당당하게 이혼하라는 얘기를 하는 상황 설정이 요즘 시대에도 공감이 되질 않는데
1920년대에 그런 설정을 하다니 도저히 공감이 되질 않았었을 뿐 아니라 그 내용도 상당히 억지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세 번째로 밋밋한 이야기 전개를 빼 놓을 수 없는데요 무려 2시간 30분 가까이 되는 런닝 타임 중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그런 전개가 이어집니다.
물론 반전을 위해 톰이 바람피던 여자가 데이지의 운전 미숙으로 차에 치어 죽고, 그 여자의 남편이 개츠비에게 총을 쏘아 죽이는 등의
장치를 배치하기도 했지만 이미 2시간 가까이 지루함을 참을 수 없던 터라 그다지 강렬한 인상이 남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특별하게 튀어 몰입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닉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부분이나 영화 초반부 개츠비의 화려한 생활과 그가 등장하기까지는 그나마 영화의 도입부라서 괜찮았지만
그 이후로는 어디에 집중해야 한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는데요,
아마 처음에 얘기했던 뻔하고 진부한 통속소설의 줄거리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 영화와 원작을 칭찬하고 꼭 봐야 한다고 언급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어차피 내가 재미있고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남들에게 강요할 수 없으며 어떤 작품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것처럼
저에게는 그랬다는 뜻입니다.
다만 화려한 색감 하나만은 칭찬하고 싶은데, 이 영화 전체적으로 표현되는 형형색색의 색들은 충분히 눈을 즐겁게 해주고 남음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도대체 왜 개츠비가 위대한가,
그러니까 스캇 피츠 제럴드는 왜 그를 '위대하다 (The Great)'고 제목에서 표현했는지 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통해서는 알 수 없어서 이리저리 검색을 해봤더니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어떤 분은 스캇 피츠 제럴드가 글을 다쓰고 마지막에 그냥 The Great를 붙였다고 하기도 하고
소설가 김영하는 최근 새로운 번역본을 출간하면 1920년대에 사용된 'The Great'의 다른 의미에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1920년) 최고의 스타 마술사인 후디니를 칭할 때 '위대한 (The Great) 후디니'라고 표현했다고 하는데
그것으로 미루어 볼 때 당시 The Great는 '신비로운, 환상적인'과 같은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내용인데요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반적으로 신비로움으로 무장한 개츠비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어 보이긴 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또 한 번 느끼게 된 사실은 남들에게 명작, 좋은 영화, 꼭 봐야 하는 영화라도
나에게는 다르게 받아 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며, 이 것은 단지 영화 뿐 아니라 모든 컨텐츠 산업에 적용된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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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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