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선균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스크린에서, 그러니까 영화를 통해서 보게 되는 것이 꽤나 어색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TV에서야 대한민국에 셰프 바람을 몰고 온 [파스타]부터 [미스코리아], [골든 타임], [커피 프린스 1호점] 등
인기를 얻었거나 작품성을 인정 받은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얻었지만 영화에서는 [내 아내의 모든 것] 외에는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며
[내 아내의 모든 것] 역시도 TV드라마로 한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로맨틱 코메디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개인적으로는 ‘영화 배우’보다는 ‘탤런트’라는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고,
그래서 [끝까지 간다]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고 했을 때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더구나 영화의 장르가 슬리러물이라니, 이선균이라는 배우와 꽤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이 누적 관객이 3,448,583명이고, 매출액이 26,995,930,900원이며 작품성도 훌륭하다는 것이어서 용기를 내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물론 남들에게 재미있고 괜찮은 영화가 나에게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얼마 전 봤던 [숨바꼭질]처럼 보물을 건질 수도 있으니까.
강력계 경찰이지만 흡사 1990년대를 흔들었던 영화 [투캅스]의 안성기처럼 업자들에게 뒷돈을 받은 비리 경찰 고건수 (이선균).
모친상 중에 그는 동료 경찰에게서 다급한 전화를 받고 상중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서로 부리나케 향한다.
바로 감찰반이 강력반에 떴으며 고건수뿐 아니라 반장을 포함한 강력반 전체가 뒷돈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고건수의 책상 서랍에 바로 그 돈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
야밤에 상복을 입고 급하게 통화를 하며 운전을 하던 고건수는 가로등이 미미한 2차선 도로에서 개를 피하려다 사람을 치어 죽이는 사고를 내고 만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고건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고를 냈다고 전화를 할 것인가 아니면 사체를 유기하여 없었던 것처럼 할 것인가?
인생이란 어쩌면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출근길에 버스와 지하철 중, 점심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중, 짬뽕과 짜장면 중, 썸남 A와 썸남 B중,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중 어떤 것을 고를까를 고민하며 우리는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 우리는 만족해 하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래서 선택이란 어쩌면 100%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닌 덜 후회하는 쪽을 고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는 데,
그 선택에 따라 어떤 일이 자기에게 펼쳐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며 그래서 우리는 늘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을 갖는 것이 아닐까.
보통사람도 순간적으로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할 일인데 경찰 신분에, 그것도 상중이라 음주까지 약간 한 상태에서 그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했던 것일까?
고건수는 사체 유기를 선택했다.
당연히 그래야 했다.
만약 그가 전화를 걸어 사고를 신고했다면 이 영화는 제작되지 않았을 테니까.
문제는 차에 치어 죽은 사람이 경찰 수배가 내려진 사람이지 악질 비리경찰 박창민 (조진웅)과 연루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것.
경찰이면서도 국내는 물론 일본 야쿠자에게까지 마약을 팔아 돈을 끌어 모은 박창민은 수십억 원의 돈을 어느 사설 금고에 보관하고 있었고
그 금고의 열쇠를 고건수의 차에 치어 죽은 수배자가 갖고 있었던 것이다.
요약하면 이 영화는 사체유기를 하려는 비리경찰 고건수와 그 사체의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금고 열쇠를 찾기 위한 박창민의 물고 물리는 관계,
즉 ‘고건수 vs 박청민’의 대립구조를 밀도 있게 그려낸 심리 스릴러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이런 류의 영화는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것이, 이야기의 초반부터 범죄를 저지르고, 그 범죄를 감추는 과정으로
2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을 채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는 고건수가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한 살 떨리는 장면-사체를 돌아가신 어머니의 관에 넣어 함께 무덤에 묻는다 던지,
CCTV에 스치듯이 찍힌 자신의 차량 번호판이 밝혀질까 전전긍긍한다 던지 하는-들의 연속과
그 시체와 연관된 박창민이라는 인물의 등장으로 인해 삼각관계 아닌 삼각관계를 통해 탄탄하게 이야기 구조를 갖춰 끌고 가는 것이 괜찮았다.
그래서인지 [끝까지 간다]는 제67회 칸 영화제 ‘감독 주간’ 섹션에 초청되었다.
‘감독 주간(Director’s Fortnight)’은 기존 칸 영화제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1969년 프랑스 감독 협회에 의해 신설되었으며,
혁신적인 영화들을 발굴하고 비평가와 관객 모두에게 참신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하며
마틴 스콜세지, 조지 루카스, 미카엘 하네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등의 유명한 감독들이 ‘감독 주간’에서 첫 장편 영화를 선보였다고 한다.
오래 전 소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아닌, 이보다 더 운수 나쁜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친상에 교통사고,
거기에 감찰반의 내사까지 겹치며 불운한 하루를 보낸 고건수는 과연 박창민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서 안락한 삶을 찾을 수 있을까?
궁금하신 분은 영화를 꼭 보시기 바란다.
꽤나 볼만한 영화니까.
아울러 탤런트가 아닌 '영화배우 이선균'에 대해서도 앞으로 살짝 기대해 본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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