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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고전명작 다시보기 (32):갱스 오브 뉴욕-억지가 가득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영화

by Robin-Kim 2015.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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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인터넷에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명작이라고 추천했다는 것.

 

3시간 가까운 길이의 영화라는 몰랐다는 것.

 

뉴욕을 근거지로 한 갱 집단들의 총격 액션 영화인 줄 알았다는 것.

 

이런 것들이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내가 갖고 있었던 혹은 몰랐던 이 영화에 대한 단편적인 사실들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아무리 세상 모든 사람들이 추천을 하는 영화라도 3시간 가까이나 되는 줄 알았다면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이며, 갱스터들의 총격 액션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역시나 보지 않았을 것이다.

 

누차 얘기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명작이 나에게도 100% 명작이 될 가능성이 적은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재미없음’을 밑바탕에 깔고 간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오히려 1860년대의 뉴욕이라는 도시가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었는지, 그 때 뉴욕에서 일어났던 대폭동은 어떤 이유에서인지에 대해 다루고자 한 이른바 다큐멘터리적인 속성을 가진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뉴욕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도 해야 한다.

 

1847년 영국 북부에 위치한 아일랜드에 대기근이 들자 수 많은 아일랜드 인들이 뉴욕으로 물밀듯이 이주해 오며 그들만의 세력을 확장해 간다.

 

그런데 마침 ‘노예 해방’을 부르짖는 북쪽과 노예 해방에 반대하는 남쪽의 이른바 남북 전쟁이 발발했는데 군사가 부족해졌다.

 

그래서 지속적인 징집을 시도하려는 정부와 이른바 토착민 세력들은 아일랜드 이주민들을 일차적인 징집대상으로 삼고 무차별적으로 군대에 입대 시키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부의 차별적 정책에 반대하는 이주민들이 대규모 폭동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 것이 그 유명한 뉴욕 대폭동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핵심 소재로 하고 있다는 특성 상 이 영화의 대립구조는 대립 구조는 크게 보면 토작민 vs 이주민의 구조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아버지를 죽인 원수 윌리엄 커팅 (다니엘 데이 루이스) vs 복수를 하려는 암스테르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대립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한가지 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영화나 만화 혹은 드라마와 같은 컨텐츠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주입시키려는 그들을 위한 사고방식이며 어린 시절부터 우리가 알게 모르게 길들여져 온 미국식 선악구조 (가치관)인데, 바로 미국인은 착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를 테면 [플래툰] 같은 영화를 통해 베트남전의 희생자들은 오히려 자신들이라고 주장하고, [진주만] 같은 영화를 통해서 자신들은 2차 세계대전의 피해자일 뿐이라고 항변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 토착민 세력으로 나오는 집단들도 따지고 보면 토착민이 아닌 중세시대에 유럽에서 건너온 자들로 진짜 토착민이라고 한다면 그들에 의해 ‘인디오’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자신들도 유럽에서 건너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면서 아일랜드에서 이주해 온 이주민들을 배척하기 위해 애국심을 내세우며 병역을 강요한다.

 

하지만 그 병역을 거부하기 위해 폭동을 일으키자 그들을 폭도에 관점에서 바라본다.

 

마치 1992년 LA에서 일어났던 대폭동처럼, 거리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하고 남의 집에 침입하여 재산을 탈취하고, 더구나 뜬금없이 흑인들에게까지 칼을 겨누어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에서 아일랜드 이주민들을 ‘악 ()’으로 묘사한 것이다.

 

그러니까 진짜 토착민이 아니면서 자신들이 미국이라는 땅의 진짜 주인이며 토착민인 것으로 세뇌시키기 위해 아일랜드 계 이주민들을 악용하면서 그 효과를 극대화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똑똑했다.

 

강력한 공포심을 조장하여 당시 실질적인 뉴욕 파이브 포인츠 지역의 지배자였던 윌리엄 커팅을 토착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로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16년 만에 아일랜드에서 다시 뉴욕으로 돌아 온 암스테르담을 이주민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로 내세워 앞서 언급했던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미국식 사고방식을 희석시킨 것이다.

 

사람이란 기본적으로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 선() 이라고 교육되어 왔다.

 

그래서 잔인하고 무자비한 인물로 표현되는 윌리엄 커팅보다 그에게 아버지를 잃고 복수를 위해 찾아왔지만 또 다시 그에게 무너지는 약자로 표현된 암스테르담에게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동정표를 던지게 될 테니까.

 

원래 이 영화는 1928년에 나온 허버트 애스버리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이 원작을 보지 못해서 거기서도 선과 악의 구조로 미국식 가치관을 녹여 냈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저런 얘기를 했지만 그래서 결론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억지스럽게 미국식 가치관에 따른 선악구조를 전달하려다 보니 재미없고 지루한, 시간만 긴 영화가 되었다는 점이 이 영화 [갱스 오브 뉴욕]을 보고 난 후의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곁에서 보좌하면서 언제든 그를 죽일 수 있었지만 죽이지 않은 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의 정체를 알고 역시 그를 죽일 기회가 있었지만 죽이지 않고 오히려 나중에 자신에게 대항할 세력으로 키울 수 있는 시간을 준 윌리엄 커팅, 그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10년이 넘게 칼을 갈아 온 복수를 할 수 있는 수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접근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죽이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를 관객에게 공감도 이해도 구하지 않고 전개되는 이야기 때문에 억지스럼만 가득히 느낄 뿐이었다.

 

물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 중 한 명이 일찍 죽으면 이야기 전개가 안 되니까 그렇게 했겠지만 그래도 억지스러움이 너무도 짙다고 얘기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마지막으로 별 것 아닌 것 같은 사족을 붙이자면, 2003년도에 이미 화장으로 가리지 않으면 할머니처럼 보이게 된 카메론 디아즈가 왜 암스테르담의 연인으로 캐스팅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연기를 위해서 일부러 역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꽃다운 미모를 다 잃고도 모자라 오히려 더 내준 것만 같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안쓰러웠다. 

 

카메론 디아즈는 그저 [메리에게 생긴 일] 같은 영화의 주인공으로 어울릴 뿐이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다행히 어린 시절 꽃 미모를 잃은 덕에 오히려 연기의 폭이 넓어진 듯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안쓰럽긴 했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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