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란 존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것보다는 옛 것에 집착을 하는 듯 합니다.
가요 쪽에서 보면 아직도 비틀즈나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등이 전 세계적으로 추앙 받고 있고
영화 쪽으로 보면 제임스 딘이나 오드리 햅번 등이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는 것도 그래서 일 것입니다.
아무래도 오래 전 지나간 시간 속 켠켠이 쌓여 있는 추억을 곱씹으며 하루게 다르게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의 속도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 사람이 혹은 한 집단이 살아온 한 시대는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액션 영화 쪽으로 시선을 좁혀 본다면 1980년대 혜성처럼 등장하며 [람보]의 실버스타 스텔론과 쌍벽을 이룬
[코만도]의 아놀드 슈왈츠 제너거는 이후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정점을 이루고는 알게 모르게 라이벌 관계를 지속해 옵니다.
그리고는 정치를 하기 위해 오랜 시간 영화계를 떠나게 됩니다.
즉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터미네이터의 아놀드’가 어쩌면 가장 마지막 모습이면서도 가장 뚜렷이 각인된 모습일 겁니다.
사실 [터미네이터] 시리즈 이외에는 뚜렷하게 각인될만한 영화를 손에 꼽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만.
아무튼 오랜 시간 헐리우드를 떠났던 그가 화려하게 복귀한 작품은 1980년대 라이벌 관계였던 실버스타 스텔론이 제작한 [익스펜더블 2]였습니다.
1편에서도 얼굴을 드러냈지만 우정출연 정도로 아주 잠깐 얼굴을 비춘 정도라 그의 액션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2편에서는 실버스타 스텔론, 부르스 윌리스와 호흡을 맞추며 코만도 시절처럼 닥치는 대로 총을 쏴대는 액션 (?)을 선보이며
‘노장은 살아 있다’를 보여 주었는데요, 이 영화 역시 주연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오래 전 추억을 떠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헐리우드 복귀 후 주연을 맡은 작품이 바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라스트 스탠드] 인데 한국 감독이 최초로 헐리우드에 진출한 영화라는 내용과 함께 개봉 전 꽤나 화제가 되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뭐랄까, 여러 가지 복잡한 느낌이 교차되었다고 하는 게 맞을 듯 합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머튼이라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대의 어느 한적하고 작은 시골마을의 보안관 레이 오웬즈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는
LA에서 경찰을 하다가 큰 도시에서의 범죄를 다루는 일에 염증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서머튼으로 오게 됩니다.
작은 마을인 만큼 경찰이라고는 레이를 포함해 4명 밖에 없는 한적한 곳에서 유유자적하며 지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FBI가 3대째 범죄 조직을 하고 있는 코르테즈를 라스베가스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송하던 중
코르테즈는 자신의 조직을 이용하여 탈출을 하게 되며 시속 300km가 넘는 수퍼카를 타고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가기 위해
서머튼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고, 코르테즈 전담 FBI 요원인 존 (포레스트 휘태커)이 서머튼의 레이에게 전화를 해서
코르테즈가 서머튼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존의 얘기처럼 코르테즈 및 그의 일당과 서머튼에서 마주친 레이는 엄청난 총격과 함께 맨몸 액션을 선보이며
결국 코르테즈가 붙잡힌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는 액션 영화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요소는 다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수퍼 카를 위시한 차량 추격전도 있고 수 많은 총알이 난사되는 총격 장면도 있으며 아놀드 슈왈츠제너거 특유의 맨 몸 액션도 있습니다.
농담삼아 얘기하자면 없는 것 빼면 다 있는 액션 영화임에도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완전히 후련하다거나 통쾌하다거나 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이런 저런 복잡한 느낌이 들 뿐이었습니다.
우선 이 영화의 갈등 구조가 애매하다면 애매할 수 있습니다.
‘존 vs 코르테즈’ 그러니까 ‘FBI vs 갱단 두목’인지, ‘시골 경찰을 무시하는 FBI vs 탁월한 능력을 가진 시골 경찰’인지
그것도 아니면 ‘코르테즈 vs 레이’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에서의 갈등구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소임에도
이 영화는 그런 갈등 구조를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하게 매치해 놓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 가지 갈등 요소를 정확히 배치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들었다 놨다 하는 것도 아니고
한 가지 갈등구조를 심도 있게 묘사 해 놓은 것도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로 코르테즈의 역할입니다.
갱단의 두목이면서도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수퍼 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만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갱단의 두목은 엄청난 조직원들을 데리고 범죄를 저지르면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든지
아니면 이야기의 전개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보여줘야 하는데 차를 운전하면서 속도를 즐길 뿐입니다.
물론 전화를 통해 조직원들에게 명령도 내리고 하긴 하는데 본인은 차 안에만 있고 전화로 두어 번 지시를 내리는 정도이다 보니
엄청난 범죄 조직의 두목이라는 설정이 허망하게만 느껴집니다.
더불어 FBI 내부에 있던 코르테즈의 첩자 역할을 한 여배우의 존재는 없어도 그만인데 뭐하러 영화 내내 그 좁은 차 안에서
코르테즈와 함께 등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그 여자 캐릭터를 영화 내에서 쏙 빼내어도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인데요, 영화 초반부터 보여진 그의 모습은 이제 할아버지가 다 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1947년생이니까 우리나이로 68세, 영화 개봉 당시에는 67의 나이인 만큼 주름도 많이 졌고 피부도 많이 상해서
딱 보는 순간 액션을 하기엔 너무 나이 들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총격 액션 장면이나 맨몸 액션 장면에서 그의 동작은 굼뜨고 느려서 예전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저로써는
실망감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기에 코믹 요소도 있고, 비장한 감정을 갖게 하는 요소도 있으며 한국 관객들을 의식한 때문인지 다니엘 헨리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내용들과 이런 것들이 이러지리 뒤섞여 짬뽕이 되면서 뭔가 어수선한 느낌이 한 가득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이 영화는 흥행에 참패를 했습니다.
북미에서 개봉했을 때 개봉 첫 주 2,913개 스크린에서 수입이 약 628만불, 2주차 성적이 2914개 스크린에서 약 370만불 등
총 1,205만불을 기록하며 40여일 만에 상영이 종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소문은 국내에도 확산되어 국내 개봉 당시 전국 300개 스크린을 통해 불과 66,698명만이 관람하면서
492,135,000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영화의 공식 제작비가 4,500만불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작사가 파산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흥행에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김지운 감독 인터뷰를 보니 DVD 렌탈 시장과 다운로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어느 정도 손실을 줄였다고는 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오늘날 그를 있게 해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5편에 캐스팅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그 영화가 어떤 내용을 어떤 식으로 다룰 것인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뭐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라스트 스탠드]에서 보여준 느릿느릿하며 뒤뚱뒤뚱 거리는 모습으로는 오히려 그의 대한 좋은 기억마저 날려버릴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마무리 하면서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 영화 [라스트 스탠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시간 때우기 용으로 보기엔 무난한 영화라고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에게 예전 모습을 기대하지 않고 보아야 한다는 점을 꼭 얘기하고 싶습니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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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영화 다음 섹션
# 자료 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yhjmania&logNo=110161814376
http://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437
http://media.daum.net/entertain/culture/newsview?newsid=2013082508080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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