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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영화 뜯어 보기: 버킷리스트-억지 공감에 의해 떨어지는 완성도

by Robin-Kim 2014.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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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너랑 이렇게 얘기하고 집에 가다가 차에 치어 죽을 수도 있지. 정말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몰라.

그런데 그렇게 죽고 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열심히 일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으며 노후를 대비한답시고 모아놓은 돈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 하고 싶은 걸 참고 하지 못하면서 현재를 저당 잡아 미래를 대비하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너무 멋있어서 거짓말인 것 같지만 실제로 이런 얘기를 했었다. 나이 먹고 세계 여행 준비한다고 잔소리하던 친구에게.

원래는 세계 여행이란 생각 자체가 없었다.

28살에 처음 떠난 배낭 여행 첫날부터 유스호스텔에서 빨래를 하면서 나이 들어 무슨 고생이냐고 생각했을 만큼 장기 세계 여행은 꿈도 꾸지 않았었다.

 

그런데 우기의 우유니 사막을, 스위스의 설산을, 실크로드의 낙타를, 세렝게티의 초원을,

그리고 수 없이 많은 세계의 멋진 곳을 보면서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가보고 싶은 곳이 점점 늘어나면서 단기 여행으로는 비행기 값도 못 뽑겠다는 현실적은 생각과

(외국과 한국을) 왔다 갔다 하는 것에 대한 귀차니즘의 융합작용으로 세계 여행이란 꿈이 생겨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은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해서 보게 된 영화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나이가 많은, 그렇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선 죽기 이른 나이로 생각되는 애매한 (?) 나이의

할배 카터 (모건 프리먼)와 에드워드 (잭 니콜슨)은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한 방을 쓰게 된다.

성격을 간단히 얘기하자면 카터는 꼼꼼하고 보수적이며 퀴즈를 좋아하는 상식의 달인이고 직업은 자동차 수리공,

에드워드는 매정하고 단호하며 돈이 되지 않는 일에는 관심 없는 재벌 사업가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쓰게 된 병실은 에드워드가 소유한 병원이다.

 

 

* 죽기엔 애매한 나이의 두 할배

 

문제는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하고 두 사람이 받은 진단은 공통적으로 6개월~1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삶.

그 때부터 두 사람은 자신들이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해보기로 작정한다.

비용은 부자인 에드워드가 대기로 하고. 그들이 작성한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장엄한 광경 보기

2. 낯선 사람 도와주기

3. 눈물 날 때까지 웃기

4. 무스탕 셀비로 카레이싱

5. 최고의 미녀와 키스하기

6. 영구문신 새기기

7. 스카이 다이빙

8. 로마, 홍콩 여행, 피라미드, 타지마할 보기

9. 오토바이로 만리장성 질주

10. 세렝게티에서 호랑이 사냥

그리고, 화장한 재를 인스턴트 커피깡통에 담아 전망 좋은 곳에 두기

 

 

 

그리고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8, 9, 10번이었다.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들을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담아 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현실로 나타나 그 곳들에 가보지 않고 죽게 된다면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이 영화는 잘 담아 내었다.

그래, 죽기 전에 저 곳들에는 꼭 한 번 가보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 세렝게티, 만리장성, 이집트, 홍콩 (좌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너무도 멋있게 담아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이 영화는 꽤나 지루하다.

한 지점을 향해 시종일관 달려가다가 빵 터지고 갈등이 해소되어 결말에 도달하는 그런 구조의 영화가 아니라

시종일관 무난하게 진행되는 딱히 두드러지는 갈등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등장인물 간의, 혹은 등장하는 어떤 단체간의 갈등구조가 아니라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애매하게 늙은 (?) 두 노인의 소원성취 프로젝트를 다룬 영화라

딱히 갈등 구조가 있을 이유도 없기 때문에 지루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세계 여행을 하며 담아 낸 멋진 풍경이 아니었다면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비해 이야기 전개가 꽤나 지루해 질 수도 있었을 정도니까.

 

그렇다고 전혀 갈등이 없는 건 아니다. 아주 작은 갈등이 있기는 하다.

첫 번째가 카터와 그의 아내 사이의 갈등인데, 평생을 간호사로 보낸 카터의 아내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쪽이고 카터는 그것보다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쪽이어서 살짝 갈등이 있긴 하지만

그다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 미약하나마 이 영화에의 갈등 구조를 이루고 있는 인물들

 

그리고 카터와 에드워드의 사이의 갈등도 있다.

오랜 시간 딸과 헤어져 연락조차 하지 않고 살던 에드워드를 위해 카터는 만남의 자리를 주선하지만

에드워드는 쓸데 없이 남의 인생에 끼어들었다며 카터에게 화를 낸다.

참견하지 말라고. 그리고 내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친해지면 희한하게도 상대방의 인생에 간섭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인데 굳이 상대방의 인생에 끼어들어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긴데

이 영화를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만 그런 것은 아닌가 보다.

카터는 너무 빨리 진도를 뺐다.

죽는 시간을 받아 놓고 함께 여행을 한 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상대방의 인생에 관여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쓸데없이 에드워드의 삶에 끼어들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부분은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 가족이 있으면 더 행복할 수도 있지만 가족이 없다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너무 억지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런 억지가 정점에서 등장한다.

 

세계 여행에서 돌아온 후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카터와 에드워드.

카터는 아내와 자식, 그리고 손주들이라는 가족과 함께 식사도 하고 대화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그려지는데

가족이 없는 에드워드는 혼자서 가공 식품을 먹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너무도 외롭게 그리고 처절하게 그려 냈다.

결국 이 영화의 감독 롭 라이너는 가족의 위대함이랄까 가족의 소중함이 사람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고

그래서 카터로 하여금 에드워드의 인생에 끼어들어 가족이라는 것을 만들어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의 버킷 리스트 중 ‘5. 최고의 미녀와 키스하기는 에드워드가 그의 손녀에게 키스하며 이루어 진 것으로 이 영화는 그리고 있다.

 

 

* 손녀와 키스

 

문제는 이 부분이 너무 인위적이고 억지스럽다는 데 있다.

가족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모르는 바는 아는데 그걸 전달하기 위해 가족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고 혼자 사는 사람은 (늙을수록) 불행하다라는

말도 안 되는 극대비를 통해 전달하려고 해서 공감이 되질 않았다는 얘기다.

행복이라는 것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의 유무만으로 행복과 불행을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완성도가 꽤 떨어진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야기 흐름과 전개도 단순하고,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을 통해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고.

그러니까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 멋있는 곳을 그토록 멋지게 담아내지 않았다면 별 하나 정도 받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

오늘을 담보로 내일을 준비하고, 현재를 저당 잡아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

그런 것들에 관해 충분히 생각해 볼 여지를 던져 준 영화라는 것.

그것 만은 확실하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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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섹션

 - http://hntservice.tistory.com/319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wanghi&logNo=120197758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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