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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고전 명작 다시 보기 (16):라디오스타-진심으로 함께 하는 동반자

by Robin-Kim 2013.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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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의 얘기를 들어주고 나의 생각을 읽어주고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하늘이 주신 축복일지도 모른다. 굳이 가족이 아니더라도.

 

 

왕년의 스타 최곤 (박중훈)은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폭행 시비에 휘말렸을 때도, 할 일이 없어 수입이 없을 때도 심지어 자신이 피는 담배조차도 갖고 다니지 않는 그럼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의 곁에는 항상 박민수 (안성기)라는 매니저가 있었다.

최곤이 쌍팔년도에 가수왕을 할 때도, 이제는 한물간 최곤이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할 때도,

최곤이 폭행 후 합의를 할 때도, 최곤이 할 일이 없어 강원도 영월이라는 시골의 지방 방송국 DJ를 시작할 때도

그는 언제나 최곤의 옆에서 그림자처럼 그릴 지키며 보호해주었다. 딱 한 번만 빼고.

잘 나가는 연예기획사에서 최곤의 재기를 위해 매니저인 박민수를 제외하고 최곤과 직접 계약하고 싶다고 했을 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최곤과 기획사 사이에 자신이 있다면 계약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는 최곤을 떠난다.

최곤을 위해 등한시했던 가정으로.

 

작은 김밥 집마저 장사가 안 돼 문을 닫고 지하철 역에서 김밥을 팔 지경이 된 가족을 둔 박민수였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 보다는 차가운 시선을 아내로부터 받게 된 박민수였지만

단 한 번도 그런 내색 없이 근 20여 년간을 최곤을 위한 그림자로 살아온 박민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최곤을 떠난다.

최곤의 재기를 돕기 위해서.

 

 

진심.

어쩌면 함께한다는 것은 진심이 없다면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이름을 알리고 명성을 얻고 그래서 유명해질 때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인지도가 사라지고 유명세가 그 끝을 다하고

더 이상 아무도 찾지 않는 존재가 되었을 때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로 진심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혼자서는 빛나지 않는 별을 빛나게 하기 위해 보이지 않게 그 누군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것은

믿음과 신뢰를 넘은 진심이 아니면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

비디오라는 문명의 이기가 탄생하면서 그 이전을 상징하는 라디오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게 되었다.

화려함으로 포장된 시각적 문명은 조용함으로 점철된 청각적 문명을 도태시켰다. 그렇게 라디오의 시대는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라디오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 안에 사람이 있기에.

 

 

형형색색의 화려함이 아닌 나의 얘기를 들어주고 나의 고민을 함께 아파해주고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기에

라디오는 다시 비디오 혹은 TV라는 문명의 이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그 사람들의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었기에

최곤의 라디오 방송은 강원도 영월을 넘어 전국적으로 사랑 받는 방송이 된 것이 아닐까.

 

역시 노장은 죽지 않았다.

강원도 영월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진 안성기-박중훈의 연기는 그들이 배우라는 직업으로 보내온 세월만큼이나 진한 감동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감히 생각해보건데 그 둘이 아니면 누가 최곤과 박민수를 연기할 수 있었을까?

노브레인과 김장훈의 깨알 같은 연기, 감독 이준익의 카메오 등장은 색다른 재미를 주기에도 충분했지 않나 싶다.

 

 

진심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진심을 다해 나의 얘기를 들어주고, 진심을 다해 나의 생각을 읽어주고, 진심을 다해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하늘이 주신 축복일지도 모른다.

내가 어느 위치에 있든,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나에겐, 내 주위엔 그런 존재가 있을까.

아니,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마지막 쏟아지는 빗속에서 자신은 온 몸으로 비를 맞으면서도 그 누군가에겐 우산을 씌워주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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