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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꼭 읽어야 할 책들

7년의 밤- 작가의 현학이 빚은 참극

by Robin-Kim 2013.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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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남들이 아무리 뭐라 해도 내 생각이 옳을 때가 많다.

아니, 적어도 나 자신을 위한 선택에 대해서는 내 자신이 절대로 옳다.

내 의중에 반하는 선택을 했을 때는 여지 없이 실패했으며 생각대로 선택했을 때는 여지없이 괜찮았다. 확률 100%.

 

정유정의 ‘7년의 밤을 놓고 꽤나 고민했다.

서점이나 인터넷에서 책을 볼 때마다 살까 싶다가도 훑어 보고는 아니다 싶어서 포기하기를 꽤 여러 번.

의 띠지와 뒤 표지에 있는 형용할 수 없는 찬사 섞인 추천 글과 좋은 서평에도 이따금 흔들리긴 했지만 내 선택은 변함이 없었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나까지 의무적으로 좋아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다 이 책을 사게 된 것은 얼마 전 서점에 가서 오랜 시간 훑어 보았음에도 읽을만한 책이 눈에 들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행 서적이야 괜히 가슴만 아플 뿐이고, 인문학 쪽은 어려운 책들뿐이었고, 소설은 선택하면 여지없이 실패할 만한 책들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야 했다.

왜냐고 묻는다면 딱히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난 그냥 책을 읽어야 한다.

더구나 긴 연휴를 앞 둔 시점이라 연휴에 읽을 책이 꼭 필요하기도 했었다.

 

이 책은 내가 소설에서 가장 싫어하는 두 가지를 모두 담고 있다.

 

첫 번째로 특정 분야에 너무 전문적이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잠수와 야구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전문 용어까지 섞어가며 너무 많은 설명을 하고 있다.

야구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운동이니까 잘 알지만 싫어하거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 역시도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너무나 많다.

작가가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 지식이 많다는 건 충분히 이해하겠는데 그것을 어려운 용어까지 섞어가며 그렇게 많은 지면을 할애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럴 거면 전문 소설을 쓰던지.

소설은 현학이 아니다.

 

두 번째로 특정 지명에 대해 너무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세령호가 진짜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으나 매 번 어떤 상황이 일어 날 때마다 철문을 안에서 잠그거나 바깥에서 잠그거나

 그 밑에 구멍이 있거나 어딘가에 울타리가 있고 어딘가에 철조망이 있으며 이 쪽으로 가면 울창한 수풀이고 저쪽으로 가면 어디고 하는

설명이 반복되는데 작가야 글을 쓰기 전에 배경이 되는 지역을 직접 그려 놓고 글을 썼을 수도 있겠으나 읽는 사람은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지역에 대해 그렇게나 장황한 설명은 아무 의미도 필요도 없다.

오히려 간결할수록 좋다.

아니 할 말로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목성의 어디에 몇 번 째 분화구에는 뭐가 어떤 식으로 있는데

반대편에서 보면 어떻고 어떤 사건이 생길 때마다 새로운 울타리와 높은 지형이 나온다고 생각해 보면 그게 머리에 그려지겠는가?

 

결국 중간에 읽다가 포기했다. 도저히 그 두꺼운 책을 읽는 의미가 전혀 없었다.

주요 줄거리도 백만 분의 일이나 있을까 말까 한 공감 되지 않는 내용이고, 지루한 설명을 눈꺼풀을 무겁게 만들 뿐이었다.

 

결국 내 선택은 옳기도 했고 틀리기도 했다.

그 동안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었던 것은 옳았으며 아무리 읽을 만한 소설이 없다고 이 책을 고른 것은 틀렸다.

어차피 실패를 예감했던 수 많은 다른 책들과 다를 바 없으므로.

 

개인적으로 돈이 많이 아깝다.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가격인데 말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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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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