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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고전 명작 다시 보기 (11): 행복을 찾아서-허무하고 허탈한 영화

by Robin-Kim 2013.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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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9층에서 내려다 보는 늦은 밤 동네 거리의 모습은 애잔하다.

아주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득시글거리는 것도 아닌, 어쩌면 그 한복판을 지키고 있지 않으면 세포의 감각으로 느끼지 못할 만큼,

딱 그만큼의 사람들만 있어 보인다. 그리고는 어둠과 간판 불빛들. 그런 것들을 내려다 보면서 혹은 잠자리에 누워서

이따금씩-사실은 종종이지만- 생각해본다.

 

어떻게 살면 행복할까?’

 

지금 현재 행복한 사람을 살고 있는가 보다는 어떻게 살면 내일이 그리고 미래가 더 행복할까라는 그런 고민.

 

 

  

 

영화를 보는 내내 반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반전이 있을 거야란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나의 믿음은 배신 당했고 영화는 반전 없이 그렇게 막을 내렸다.

 

행복을 찾아서. 원제로는 [The Pursuit of Happyness].

원래 행복하다라는 뜻의 형용사 Happy의 명사는 ‘Happiness’. y가 아닌 i. 그런데 왜 y로 썼을까?

영화의 주인공 크리스 가드너 (윌 스미스)의 아들로 나오는 크리스토퍼 (제이든 스미스)가 다니는 허름한 동네의 중국인 어린이 집 담벼락에

누군가 철자를 틀리게 낙서를 해 놓았다. Happyness크리스 가드너는 어린이 집 원장에게 철자가 틀렸음을 알려주지만

아무도 그것을 고치지 않고 방치한다. 낙서니까. 낙서는 틀려도 상관없으니까.

 

실제 부자 관계인 윌 스미스-제이든 스미스가 출연하여 유명해진 이 영화는 안 되는 놈은 뭘 해도 안 된다는 속설을 입증하려는 듯

정말 뭘 해도 안 되는 크리스 가드너라는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거금을 들여서 구매한 수십 대의 골밀도 스캐너 영업은 뜻대로 되지 않아

수입이 없어 아파트를 쫓겨나고, 아내는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뉴욕으로 떠났으며, 골밀도 스캐너는 시시 때때로 도둑맞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에서 하루 하루를 버텨나가게 되는 크리스 가드너.

그러다 운명처럼 찾아 온 월급 없는증권사 인턴 쉽 과정을 힘겹게 마치고는 높은 경쟁율을 뚫고 유일하게 정직원이 되어

인생이 풀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에 자신의 회사를 세워 수억 달러에 매각하면서 큰 돈을 벌게 된다는 이야기다.

 

 

* 계속 되는 실패로 아내와의 불화가 증폭되는 크리스 가드너.

 

이쯤에서 눈치채셨는가? 내가 왜 이 영화에 반전이 없다고 했는지.

우리 말 제목 [행복을 찾아서]든 직역하면 행복의 추구쯤 되는 원 제목 [The Pursuit of Happyness]는

이 영화는 행복이란 것이 결국은 또는 안정된 직장이라는 얘기를 런닝 타임 내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의 내용과 제목만 놓고 본다면 예전 [힐링 캠프] 차인표 씨 편에 나오셨던 김정하 목사님

-루게릭 병에 걸린 몸으로 허름한 교회에서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고 계셨던 분-같은 분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일 게다.

 

물론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갖은 고생을 하다가 돈을 많이 번 사람의 감동 이야기라는데에는 이의가 없다.

가난과 역경을 딛고 마침내 백만장자가 된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를 뭉클하게 해주니까.

그래서 이 영화를 본 대다수 사람들의 후기도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라는 류의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물어보자.

=행복일까? 그러니까 돈은 행복의 절대적인 필요 조건일까?

 

 

* 교인이 아닌 나조차도 존경심을 갖게 된 김정하 목사님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비우고 나누는데 있습니다. 부자도 나누지 못하면 거지고, 가난한 자도 나누면 부자입니다.

내가 만약 죽어서 수 많은 어린이들이 결연을 맺고 살 수 있다면 나는 열 번이라도 죽겠습니다.”

아까 얘기했던 김정하 목사님이 하신 얘기다.

 

성공 혹은 행복이라는 것은 누가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만족에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돈이 1억이 있어도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욕심을 낸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것도 아니요 행복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100만원 밖에 없어도 만족하고 분수에 맞게 열심히 산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것일테고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남의 시선과 남의 평가에 너무나 익숙한 현대 사회의 우리들은 나의 기준이 아닌 남의 기준에 의해 성공과 행복의 기준과 가치를 결정하고

그것에 다다르지 못하면 실패하고 어두운 인생으로 스스로를 비관하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 실제 부자 관계인 윌 스미스와 제이든 스미스.

 

왜 이 영화의 제목을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yness)]로 지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저 한 사람의 반전 인생 이야기와 같은 류의 제목으로 했다면 윌 스미스 부자의 뛰어난 연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맞물려 최고의 평가를 줄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결국 영화가 끝나는 시점에서 이 영화의 내용과 제목으로 미루어 짐작 해 본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생각하면 씁쓸하기가 그지 없다.

 

내가 바라는 행복은 다름 아니다.

그저 생의 마지막 숨을 들이쉬는 순간에 , 이것만은 꼭 해볼 걸이라고 후회하지 않는 것.

그냥 그런 것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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