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執着,執著,執捉]
어떤 일이나 사물에 마음을 쏟아, 버리지 못하고 매달림, 마음이 쏠려 버리지 못하고 매달리게 되다
(다음 어학사전 검색)
아버지가 시작한 칼 제조업, 하지만 지금은 시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회사의 영업 담당 길.
어린 시절 야구선수였던 그는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마감하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대표하는 야구 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광적인 팬이다.
그리고 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4,000만불의 대박 계약을 성사시킨 등 번호 11번 바비 레이먼드가
아틀랜타로부터 이적을 해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원래 자이언츠에서 11번을 달던 프리모가 양보를 하지 않아 33번을 달고 경기에 나선 바비 레이먼드는
개막식에서 수비를 하다 프리모와 부딪혀 부상을 입지만 경기 전 어린이 암 환자 ‘숀’과의 약속대로 홈런을 기록한다.
하지만 부상의 여파로 컨디션이 급락, 전년도 3할 1푼 2리의 타율을 기록했던 선수가 시즌 내내 1할 8푼대의
타율을 보이며 자이언츠 팬들로부터 비아냥 섞인 야유를 받는다. 단 한 사람, 길을 제외하고서.
원래부터 광적으로 야구에 집착하는 성격을 보였던 길은 개막전을 보기 위해 중요한 클라이언트와의 약속을 놓쳐
회사로부터 해고되고, 그의 광적인 집착을 무서워한 전 아내로부터 아이에게 100미터 접근 금지 명령을 받기까지 한다.
그의 그런 야구에 대한 집착은 자이언츠에게, 그리고 바비 레이먼드에게로 확산되는 미치광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그 여파로 레이번드에게 11번을 돌려주기 위해 사우나에서 휴식 중인 프리모를 살해하고는 그의 어깨 (맨 살)에 새겨진
‘11’이런 숫자를 도려낸다.
우연인지 가장 잘나가던 타자인 프리모가 죽자 바비 레이먼드의 타격 감이 급격히 살아나지만
팬들은 프리모의 죽음에 바비가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며 야유를 보낸다. 단 한 사람, 길을 제외하고.
어느 날 바닷가에 위치한 바비의 별장 근처에서 그를 주시하던 길은 바비의 아들 ‘숀’이 서핑을 하던 중
바다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하자 그대로 달려가 구해주고는 바비의 감사를 받는다.
하지만 그가 바비에게 물은 ‘최근 타격감이 살아 난 비결’에 대한 대답이 자신이 원하는 ‘프리모가 없어져서’가 아니라
‘마음을 비워서’라는 사실에 격분하여 숀을 납치하고는 어린 시절 함께 배터리를 이뤘던 쿱에게로 간다.
쿱은 길이 제정신이 아니란 것을 알아채고 숀을 탈출 시키는 과정에서 숀에게 방망이로 얻어 맞아 사망하고,
길은 바비에게 다음에 열리는 경기에서 자신을 위한 홈런을 치고는 전광판에 길의 사진을 띄우며
‘이 홈런은 진정한 팬인 길을 위한 홈런’이다라는 얘기를 관중들에게 해줄 것을 요구한다.
다음 날 경기에서 8회 마지막 타석에 나선 바비. 전 타석까지 홈런이 없었던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홈런을 쳐야 되는 상황임에도 상대편 배터리는 고의 사구로 그를 거르려 하고, 또 하늘에서는 폭우가 쏟아져
경기가 취소될 뻔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바비가 친 공이 간발의 차로 홈런이 되지 못하고
펜스를 맞고 굴러 나오지만 바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홈으로 달려들어 그라운드 홈런을 만들려 하지만
태그 아웃이 선언되고 만다.
이에 분노한 바비는 심판에게 세이프라고 따지려다가 그 심판이 길임을 알게 되고는 아들을 돌려달라고 요청을 하지만
그의 요청은 듣지도 않은 길은 마운드에서 자신이 투수였던 과거를 상상하며 칼을 바비에게 던지려 하고,
그 순간 경찰들의 총격으로 길은 사망한다.
그리고 길이 어릴 때 운동했던 경기장인 ‘Stadium In the Sky’의 창고에 숨겨졌던 바비의 아들 숀은 무사히 발견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로버트 드니로의 ‘잡착’에 대한 연기다.
별 다른 미사여구가 필요 없이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연기에 빨려 들게 하는 힘은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어쩌면, 그러니까 정말 만약이라고 가정을 했을 때, 그가 많이 젊었다면 향수에 집착하는 미치광이를 다룬 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주인공 ‘그루누이’역을 했어도 어울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시 말하지만 그만큼 집착에 대한 연기가 훌륭하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프로야구를 꽤 좋아하기 때문에 중계 방송뿐 아니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기회가 되면 보게 되는데,
그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프로야구는 팬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라는 얘기다.
팬이 있어서 선수와 팀을 응원하고, 야구장 입장권을 사서 경기를 관람하고,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사고,
핫도그와 치킨을 사먹는 행위가 결국은 선수의 연봉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야구뿐 아니라 모든 프로 스포츠의 절대적인 존재 이유인 ‘팬’에 대해 트니 스캇 감독은
1996년에 이미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해석을 내 놓는다.
팬이 프로 스포츠의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그 중심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감독은 영화에서 바비의 얘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팬은 여자와 같다. 잘 치면 환호하지만 못 치면 침이나 뱉는다. 잘 치든 못 치든 똑 같은 사람이란 걸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 경기를 해야 하는 거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바비의 대척점에 서서 집착의 광기를 보여주는 길을 통해 팬이 하는 것은 모두 옳다라는 것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와 팀을 위해 경쟁 선수를 살해하고 아이를 납치하는 것은 용서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도 포스트 시즌만 되면 투수나 감독, 심판의 얼굴 쪽으로 라이트 빔을 쏘는 경우를 최근까지 볼 수 있는데,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선수 당사자는 실명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니 이 또한 길처럼
삐뚤어진 팬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집착은 위험한 것이다.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집착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그 집착의 대상이 아주 사소한 것일 때도 이따금씩 있어서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 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라고 생각되는 집착도 있다.
물론 집착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기고자 하는 승부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느 정도의 집착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삐뚤어지거나 도를 지나치게 될 경우 항상 문제가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집착해 봐야 나에게 돌아오는 건 스트레스 밖에 없었으니까.
집착이란, 그런 것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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