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된 것일까,라고 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시작과 함께 5분 정도 되는 긴 시간 동안
파리 곳곳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몽마르트 언덕도, 세느강의 다리도, 루브르 박물관도 다양한 파리의 모습과 뒤섞여 보인다.
약혼녀 이네즈(레이첼 맥아덤스)와 파리로 여행 온 소설가 길(오웬 윌슨).
비오는 파리가 더 멋있다며 파리의 낭만을 만끽하고픈 자신과는 달리 파리의 화려함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네즈.
그리고 우연히 그들 앞에 등장한, ‘이건 내가 잘 아는데’라며 무한한 자기 자랑을 하는 폴.
그런 폴을 추종해 마지 않는 이네즈에게 실망한 길은 결국 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산책하게 된다.
12시 종이 울리는 순간 홀연히 나타난 클래식 푸조에 올라탄 길이 도착한 곳은 놀랍게도 1920년대 파리.
그 곳에서 그는 평소에 동경하던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 등 전설적 예술가들과 친구가 되어 매일 밤, 꿈 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연인 아드리아나를 만나게 된 길은 예술과 낭만을 사랑하는 매혹적인 그녀에게
빠져들게 되고, 그녀와 함께 1890년대로 또 다시 이동하게 된다.
* 이 푸조 자동차를 타면 1920년대의 파리로 갈 수 있다.
이 영화는 크게 두 가지 요소를 안고 있다.
첫 번째가 언제부턴가 공식적으로 (?) 회자되고 있는 단어인 타임 슬립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2010년의 길 펜더가
12시 종이 울리자 느닷없이 1920년대의 파리에 있게 된다는 것과 그곳에서 아드리아나라는 여인과 또 다시 1890년대의
파리로 이동했다가 시간이 되면 다시 현재의 파리로 돌아온다는 것.
사실 1980년대 대 유행했던 마이클 J. 폭스 주연의 ‘Back to the Future’ 시리즈가 타임 슬립을 대중적으로 알린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면, 이 영화는 이제는 타임머신과 같은 특정 기계 없이 타임슬립을 보여줌으로써 지극히 낭만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두 번째가 예술이다.
개인적으로 예술이라는 장르(?)를 싫어하는데는 좋지 못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이었던가, 전라도 광주에서 비엔날레1가 있었다.
그 때 그 곳에 예술작품이라고 전시 되어 있던 것이 캔버스 절반을 나눠 반은 흰 색 나머지 반은 검은 색으로 칠해 놓은
것이었는데 대체 이게 뭔가 싶었다. 이런 게 예술이라면 나도 할 수 있을 듯 싶었다고나 할까.
못 그렸다고, 낙서 같다고 폄하하던 그림을 피카소가 그렸다고 하면 다시 보게 되는 세상이 바로 예술이라는 세상이기 때문에
외국 여행을 가도 갤러리 따위는 방문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론 시간 낭비라는 생각 때문이다.
* 영화에 등장하는 스캇 피츠 제럴드와 젤다 피츠 제럴드.
그런데 이 영화는 수 없이 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길 펜더가 타임슬립으로 가게 되는 곳이
바로 당시 유럽 문화의 중심이었던 1920년대의 파리이며,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바로 그 예술가들이기 때문이다.
헤밍웨이, 스캇 피츠 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저자)는 물론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해
수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잠깐만 요약을 해 볼까 한다. 왜냐하면 이런 예술가들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꽤 많은 차이가 잇기 때문이다.
# 거트루드 스타인 1874.2.3 ~ 1946.7.27
미국 여류 소설가, 비평가, 미술애호가. 펜실바니아, 피츠버그에서 출생, 파리에서 사망.
1900년경 오빠 레오와 파리로 감.
피카소, 브라크 등 많은 화가와 접촉, 그들의 작품을 사들였다.
피카소가 그린 그녀의 초상화(1906년)는 유명하다.
# 루이스 부뉴엘 1900.2.22 ~ 1983.7.29
에스파냐의 영화감독. 엄격한 상징적 사실문체를 써서 철저하게 객관화하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군더더기를 없앤 영상에는 종전의 영화가 바로 보지 않으려고 했던 인간의 악행과 약점까지
그대로 드러난다.
1930년 반동정치와 종교를 규탄한 전위적 걸작 《황금시대 L’Age d’or》(1930)를 제작했다.
에스파냐에 돌아와서 만든 기록영화 《빵 없는 땅 Terre sans pain》(1932)은 너무 사실적이라
4년 후에야 공개가 허가되었다. 그는 프랑코에게 쫓겨날 때까지 마드리드에서 영화활동을 계속하였으며, 《비리디아나 Viridiana》
(1961, 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 《몰살하는 천사 El ángel exterminador》(1962, 칸 영화제 입상) 《하녀의 일기 Le journal d’une
femme de chambre》(1964) 《사막의 시몽》(1965, 베니스 영화제 입상) 《메꽃 Belle de jour》(1967,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부르주아지의 은밀한 매력 Le Charme Discret de la Bourgeoisie》(1972, 1973년 아카데미상 수상) 등을 발표하였다.
이 작품들은 현대 리얼리즘 영화의 첨단으로 평가된다.
# 만레이 1890.8.27 ~ 1976.11.28
미국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다다이즘 운동을 추진했으나 1924년경부터는 초현실주의 운동에 참가하였다.
이 때부터 사진에 의한 빛의 조형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 레이요그래프(rayograph)를 창시했다
# 콜 포터
도시적 세련미와 가장 미국적인 감각을 가진 미국의 작곡가로 대표작에
《Night and Day》 《Begin the Beguine》《I love Paris》 등이 있다.
# 달리
스페인 출신의 화가로 파리에서 활동을 하며 피카소를 비롯한 예술인들과의 친분을
쌓은 초현실주의파 화가. 초현실주의란 무의식이나 꿈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그림뿐 아니라 그 자신이 굉장히 특이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천재임을 확신했으며, 자신이 태아였을 때도 기억한다고 말하고, 은행에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갔을 때도 은행원이 자신의 수표를 먹어치울거라고 생각해 은행원에게 수표를 내주지 않으려고 했다고 한다.
대표작으로는 [기억의 고집]있다.
# 드가
에드가 드가(Edgar Degas, 1834년 7월 19일 ~ 1917년 9월 29일)는 프랑스의 유명한 화가이자
조각가이다. 인상주의의 창시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주로 발레 무용수와 경주마를 작품 소재로 삼았다.
주로 인상주의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그의 작품들 중에는 고전주의와 사실주의 색채를 띠고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들도 있다.
# 툴루즈 로트렉 (1864.11.24 ~ 1901.9.9)
프랑스의 화가, 석판화가. 알비의 툴루즈 백작가에서 태어나, 말로메의 성관에서 사망. 14세부터 15세에 걸쳐 두 번의 사고로 양다리골절로 하반신을 못쓰게 됐다. 어릴때부터 데생에 능해, 1882년 파리에 가서 보나, 고르몬에게 그림을 배웠다. 1885년경 몽마르트르에 정주. 『물랭루즈』등 카바레와 카페, 사창가에 출입하면서 『물랭루즈에서의 춤』(1890, 필라델피아, 개인장)등, 파리의 풍속, 애환을 민첩하고 정확하게 그렸다. 또 석판화도 잘하여 석판에 의한 포스터(1891이후)도 주목됨. 드가와 인상파, 풍속판화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독특한 경지를 개척했으나, 술 때문에 건강을 해쳐 1899년 입원하였으나 1901년 재발, 남프랑스의 모친에게로 돌아가 짧은 생애를 마쳤다. 1922년 모친 백작부인은 아틀리에에 있던 전작품을 알비 시립미술관에 기증하고 그해 일반에게 공개했다
이 외에도 이름으로만 등장하는 포크너와 장 콕토,
브라크와 모딜리아니니까지.이처럼 수 많은 예술가들을 등장시키면서 우디 앨런 감독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사실 대중성을 가진 영화로는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영화감독인 우디 앨런은 이 많은 예술가들을 통해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영화의 도입부와 마지막 부분을 보면 그의 의도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듯 하다.
- 영화 도입부에서 주인공 길 펜더는 이미 1920년대의 파리를 상상하면서 행복해 했다.
그 당시 파리의 낭만을 꿈꿔왔다는 것일 게다.
- 1920년대에 만난 아드리아나는 1890년대의 파리에서 1920년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했다.
1890년대의 파리가 가장 완벽한 모습의 파리라며 그 곳에 계속 머물고 싶어했다.
- 그리고 1890년대에 만난 로트렉, 드가, 고갱은 르네상스 시대를 동경해 하며 그 시대에 살기를 원한다.
결국 사람이란 그런 것 같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자기가 경험해 보지 못한, 하지만 보고 듣고 배워서 알고 있는 시절에 대한 동경을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동경은 곧 낭만이 된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그런 것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동경과 낭만은 거기서 끝나야 한다. 그러한 동경과 낭만 때문에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시간 속에서 살 수는 없는 것이다.
현실의 약혼녀 이네즈와 파혼하고 상상 속의 1920년 대 여자인 아드리아나와 연애를 한다고 한들 지금의 길 펜더가 달라지는
것은 없듯이 결국 현재, 지금의 나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우디 앨런이라는 감독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 1920년대의 여인 아드리아나와 연애중인 2010년대의 남자 길 펜더.
과거 코카콜라 CEO가 신년 취임사에서 했던 유명한 얘기 역시 현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s a mystery; today is a gif. That is why it is called the PRESENT"
오늘은 어제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내일은 오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결국 오늘의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내일의 나와 사회 그리고 국가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면 아주 작아 보이는 선택일지라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토록 소중한 진실을 말하고 있음에도 이 영화가 지루하고 졸립다는 것 또한 사실임을 밝혀둔다.
Leggie...
* 영화 속의 매력적인 아드리아나.
- 비엔날레(biennale)는 '2년마다'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로 2년마다 열리는 국제적인 미술전람회를 가리킨다 [본문으로]
'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웃 사람-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하는 영화 (0) | 2013.01.07 |
---|---|
고전명작 다시 보기 (6) The Fan-집착과 광기에 관한 최고의 영화 (0) | 2013.01.01 |
영화 vs 영화 (5): 써니 vs 클루리스-그 시절 우리는 하나였다! (0) | 2012.12.22 |
고전명작 다시 보기 (5) 래리플린트-표현의 자유, 그 진실은? (0) | 2012.12.09 |
영화 vs 영화 (4): 법원 vs 검찰- 부러진 화살 vs 부당거래 (0) | 2012.12.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