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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박희순이라는 배우-세븐데이즈,맨발의 꿈,10억, 의뢰인

by Robin-Kim 201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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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순이라는 배우를 처음 접하게 된 건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영화에서 이보다 더한 스릴러는 나올 수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세븐데이즈]에서였다.

껄렁껄렁하고 욕도 잘하고 담배도 꽤나 많이 피는데 달리기는 또 우사인볼트 못지 않게 잘하는 형사 역을 잘 소화해 낸 그는

그 이후 개그맨 박휘순 씨와 이따금씩 이름이 헷갈리면서 꽤 괜찮은 배우로 기억되었다.

잘나가는 변호사이지 친구인 유지연 (김윤진)의 납치된 딸을 찾기 위해 투캅스, 공공의 적에서 보여준 막무가내식(?)

형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 세븐 데이즈에서 열연중인 김윤진과 박희순

 

맨발의 꿈 포토 보기그 이후 만난 그의 연기는 의외로 세븐데이즈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영화 [맨발의 꿈]이었다.

16세기에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된 후, 1975년까지 무려 4백년의 지배를 받았고 이후 25년간

인도네시아의 식민지였던 동티모르에서 유소년 축구팀 감독을 맡아 히로시마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의 우승으로 이끈 한국인 김신환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박희순은

김신환 감독 역을 맡았다.

 

한 때 촉망 받던 축구선수에서 사기꾼 소리를 듣던 김원광 (박희순)은 커피 장사로 대박을

내기 위해 동티모르로 향했지만 별 소득 없이 귀국길에 오른다. 하지만 공항으로 향하던 중

맨발로 축구를 하던 아이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그들에게 축구화를 독점적으로 판매하려는

아이디어로 귀국을 멈추고 사업을 다시 시작하지만 가난한 아이들에게 축구화는 언감생심

뿐이었다. 그래서 다시 사업을 접었지만 이상하리만치 아이들에게서 연민을 뗄 수 없었던

김원광은 귀국을 하지 않고 남아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지만 오래된 내전으로 이웃이지만 서로 원수의 집안이 된 아이들의

내력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은 일. 하지만 포기를 하지 않고 끈질기게 아이들을 가르친 결과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 대표팀은

2002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을 차지한 것만큼이나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

 

# 맨발의 꿈에서 열연중인 박희순.

 

이 영화에서 박희순은 맡은 역할의 성격은 [세븐 데이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껄렁껄렁한 행동, 내뱉는 듯한 말투 등이 형사냐 전직 축구선수였던 사기꾼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에서 박희순은 주인공임에도 크게 두드러지기 보다는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느낌이었다.

 

10억 포토 보기그의 연기를 세 번째로 만나게 된 것은 영화 [10억]에서였다.

개봉 순으로 하면 [10] [맨발의 꿈]보다 먼저지만 내가 영화를 본 순서가 10억이

나중이니까 어쨌든 난 [10]에서 그를 세 번째로 본 것임에 틀림없다.

호주 어딘가로 자원해서 날아온 8명의 한국 남녀. 서버이벌 게임을 통해 끝까지 생존한

한 사람에게 10억을 주지면 생존하지 못하면, 그러니까 게임을 진행할 때마다 탈락하는

한 사람은 죽음을 당하게 된다는 약간 황당하면서도 이상한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대체 이 서바이벌 게임을 주최한 장 PD (박희순)의 의도가

무엇일까였는데 영화 끝 부분에 밝혀진 그 이유란 것이  조금 황당하다.

자신의 아내가 어느 날 낮에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나오는 길에 괴한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데도 그 주 변에 있던 사람들은 구경만 할 뿐 도와주지 않았고 결국 아내는

그 폭행으로 인해 죽게 된다. 그리고 그 현장에 있던 8명이 자의든 타의든 10억을 목표로

이 서바이벌 게임에 초대 되었으며, PD는 그 때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바이벌 현장 곳곳에 설치해 놓은 CCTV

참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그들을 한 명씩 죽인다는 내용인데, 대체 요즘에 벌건 대낮에 누가 부녀자를 죽을

때까지 폭행할 수 있을까-십중팔구 경찰에 신고될 수박에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던 영화긴 했다.

 

# 10억에서 살인의 광기에 사로잡힌 역을 잘 소화해 낸 박희순

 

이 영화에서 박희순은 살인에 미친 광기 어린 장 PD 역할을 무리 없이 해냈다는 생각이다.

기존 두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독한 눈 빛 연기도 그렇고.

다만 10억이 눈이 멀어 같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까지 죽인 이민기의 연기와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살인의 추억에서처럼 침착한 연기를 보여준 박해일에 비해 도드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안타까운데, 어떻게 보면

이야기의 발단 자체가 위에 언급했듯이 조금 황당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의뢰인 포토 보기그리고 최근에 [의뢰인]이라는 영화를 통해 그의 연기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기존의 여고생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한철민 (장혁)이 이번엔 아내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검찰에 의해 구속 수사된다.

그리고 변호사인 강성희 (하정우)는 한철민을 어떻게든 유죄 판결을 받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검사 안민호 (박희순)에 맞서 한철민을 변호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인데,

대한민국 최초의 법정 스릴러라는 화려한 슬로건처럼 법정이 영화의 주요 무대가 된다.

우리 나라 법은 기본적으로 증거를 우선시 하고 증거가 없을 경우 정황이 사건을 심각하게

왜곡하거나 하지 않으면 정황만으로도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이 영화에서의 대립구도인 하정우 vs 박희순은 증거 우선주의’ vs ‘정황을 통한 판단이라는

대결을 이끌어 간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한 부분은 장혁이라는 배우의 사이코 패스

연기였는데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장혁의 새로운 연기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는 영화라고나 할까, 아무튼 박희순의

연기보다는 장혁의 연기가 더 빛났던 그런 영화였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박희순은 기존에 맡았던 배역들과는 달리 반듯한 이미지가 필수적인 검사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그러고 보니 박희순이란 배우는 네 편의 영화에서 모두 스스로 돋보이게 하기 보다는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소화해냈고

또 어떤 역할을 하던지 그 역할에 이상하리만치 어울리는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세븐 데이즈]에서는 김윤진의 친구인 껄렁한 형사 역을, [맨발의 꿈]에서는 동티모르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코치 역을,

[10]에서는 살인 게임에서 벗어나려는 참가자들을 죽여가는 역할을, [의뢰인]에서는 사이코패스 범인을 유죄로 만들려는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며 영화에 빛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문득 생각해 봤다. 박희순이 [10]에서 이민기나 박해일의 역이나 [의뢰인]에서 장혁의 역을 연기했으면 어떨까 하고.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고개가 쉽게 끄덕여지지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물론 네 편의 영화만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이민기나 박해일, 장혁이 연기를 잘해서겠지만

박희순도 그에 못지 않게 그가 맡은 역할을 강렬하게, 박희순만이 소화해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연기해서가 아닐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박희순은 그런 배우인 것 같다.

연기력이 필요한 배역 하지만 극의 전체를 이끌어가면서 두드러지는 배역보다는 극의 짜임새를 보다 탄탄하게 만드는 배역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배우. 그러면서도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는 배우.

어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껄렁한 형사나 사기꾼 같은 전직 축구선수, 혹은 냉철한 검사나 광기에 찌든

살인마의 역할이 박희순이란 배우를 만나서 더 빛났던 것이 아닐까라는.

 

그래서 꽤나 매력적인 배우가 박희순이 아닐까 싶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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