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조선 개국의 핵심 주역으로서 고려 말기의 사회모순을 해결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새로운 왕조를 개창했다. 각종 제도의 개혁과 정비를 통해 조선왕조 500년의 기틀을 다져놓았다. 본관은 봉화(奉化). 자는 종지(宗之), 호는 삼봉(三峰).
- 브리태니커 백과 사전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왕’이란 존재는 국민들이 경외 시 하면서 존경해 마지 않는,
그러니까 언제나 국민 위에 군림하는 그런 존재였다. 그렇게 왕들은 백성들 위에 군림하면서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지며,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을 수 있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물론 이런 왕들의 행위들은 국민들이 먹고 사는데 큰 불편이 없고 생업에 종사하는데
불만이 없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고로 왕 (임금)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국민들에게 의식주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동양에서는 아주 오래 전 중국의 요와 순 임금 시절을
(사실은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지만) 소위 말하는 ‘태평성대’라고 부르면서
최고의 지도자로 꼽고 있는데, 몇 천년이나 지난 현재까지 그들이 최고의 지도자로
꼽힌다는 것은 현실이 어떠한가를 역설적으로 얘기하는 아니러니한 상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국민들이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생기면 그 나라의 왕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는데 대부분이 내부에서의 (위로부터의)
개혁보다는 외부에서의 (아래로부터의) 혁명으로 인한 위협들로, 왕의 주변에 모여있는 기득권 층은 자신의 권력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왕의 눈과 귀를 가리고 더욱 가혹하게 국민을 몰아 세우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이는 동학혁명이 그랬고 멀리서는 루이 16세 집권 시절 발생한 프랑스 혁명이 그랬다.
그만큼 왕, 그러니까 지도자는 스스로도 현명해야 하지만 어떤 사람을 주변에 두는가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 같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은 성공하면 혁명이지만 실패하면 역적이 되고 쿠데타가 되기 때문에 그 실행이 상당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동학혁명이나 프랑스 혁명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그 가치가 오랜 기간 동안 존중 받아오고 있는데,
사실 그보다 몇 배나 더 어려운 것은 모든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으로부터 이겨내야 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을 받았던 것도 결국 기득권 세력의 불만 때문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기로 거의 유일무이하게 위로부터의 개혁, 그것도 왕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백성 (국민)이
중심이 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개혁을 주장했고 실행에 옮긴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조선의 기틀을 닦았다고 전해지며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의 근간이 되는 [조선 경국전]을 집필한 정도전이다.
고려시대 말기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정도전은 당시 유행처럼 번진 귀족들의 농지 착취로 인해 농부들이
먹고 살기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성장한 배경으로 인해 백성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만들기를 원했고
그런 그의 철학은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 (관리)은 다음이고, 군주는 가장 가볍다’ 라는 말을 언제나 되뇌이며 실행한
농지 개혁에서도 잘 나타난다.
사실 정도전이 이런 혁명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한 나라의 기초를 다지는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파트너가 이성계라는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라는 말로 유명한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최영 장군은 그 성격의
강직함과 검소함에도 불구하고 왕의 장인이라는 최고 권력의 정점에 있었기 때문에
정도전식 개혁의 파트너로는 어울리지 않았던 반면 이성계는 신흥 세력으로써 정도전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에 주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 건국 이후 왕이 중심이 되는 국가를 원했던 이방원과의 세력 다툼에서 밀려
결국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그가 내세웠던 백성이 주인이 되는 조선은 사라지고
그냥 예전처럼 왕의 모든 권력과 권위를 다 갖게 되는 나라가 되어 버렸는데,
그런 관점에서 엄밀하게 보면 정도전은 조선 왕조의 기틀을 닦은 사람이 아니지 않을까.
그의 철학은 말 그대로 철학으로 남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어찌됐든 정도전이란 인물은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되새겨 볼만한 인물이란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대선 때만 되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국민들을 위해서 너무나 많은 것을 해줄 것처럼 얘기하지만 정작 국민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은 극히 적기 때문이다.
낮은 자세에서 국민을 올려다보며 정말로 국민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지 상당히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해서 한 가지만 얘기하고 마무리 하려 한다.
[단언한다. 이수광은 작가 인생에서 지금, 정점에 올라섰다. 모두가 역사의 조연으로 감추어 두었던
조선 사내 정도전을 이토록 역동적이고, 땀내 물씬 나게 부활시킬 수 있는 작가는 내가 아는 한
이수광뿐이다.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라는 김종학 감독의 추천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아마도 고려 말 신돈에 관한 이야기도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르며, 아마도 조선 건국을 정당화하고
정도전이란 인물을 부각시키기 위해 승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역사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그를
철저히 나쁜 인물로 포장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승 이색과 동문수학한 정몽주 등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 과정자체도
너무나 어색하기 짝이 없다.
이수광이란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어 봤는데 오래 전 읽었던 [나는 조선의 국모다]라는 책을 제외하고는 딱히 밀도 있고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이 책의 단점이라면 바로 그것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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