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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고전명작 다시 보기(1): 아멜리에-치열하게 외로운 등장 인물들의 약간은 즐거운 이야기

by Robin-Kim 2012.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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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찍은 사진도 오늘 보면 촌스럽다고 세상 대부분의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현재 시점에는

어울리지 않게 되는 것이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라고 보통은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 보통은 생각하게 된다는 것은 나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니

나에게 돌을 던질 생각은 마시길!

하지만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고 오래된 것들 중에서도 여전히 감동을 주고 그 시절의 추억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것들도 있는데

특히 영화 장르에서 그런 것들이 종종 눈에 들어 오곤 한다.

이미 20년도 더 전에 보았던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만났던 키팅 선생님이 ‘Oh, Captain, My Captain’이라는 명대사와 함께

얼마 전 케이블 TV를 통해 잊혀졌던 감동을 되살려 준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고전 영화 몇 편을 둘러 보기로 했다.

여기서 '고전'이라는 의미를 언제까지 영화로 보느냐가 관건이긴 하지만 그냥 내 마음대로 예전 흑백 영화부터 시작해서

내 마음대로 결정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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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혼자 사는 사람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고. 누구나 자기 그림자를 이끌고 살아가고 있으며,

자기 그림자를 되돌아보면 다 외롭기 마련]이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외롭기 마련인 듯하다.

류시화 시인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시를 통해서까지 그 외로움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외롭냐고 묻는다면 난 그다지라고 대답할 수 있을 듯하다.

익숙함이란 그런 것 같다.

의식이나 무의식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떠나 원래부터 나에게 맞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움 같은 것.

그만큼 나에겐 외로움이란 단어가 의식 속에 파고들기도 전에 그냥 그 자체가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뭐 이런 영화가 있나 싶었다.

꽤나 지루한 프랑스 영화인데, 우리가 프랑스 영화 하면 의례히 떠오르는 그런, 끄고 다른 영화를 보려고 하면

뭔가 찝찝함이랄까 아쉬움이랄까 아무튼 그런 느낌이 남아 끝까지 다 보게 만든 영화.

그리고 그 마지막에는 지루함이란 단어가 그런대로 유쾌함혹은 괴짜스러움이란 단어로 바뀌게 되는 그런 영화.

 

하지만 그런 긍정적인 단어들 이면에 숨어 있는 이 영화의 또 다른 모습은 철저히 외로움이란 단어로 무장되어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듯 하다.

 

아멜리로 분한 오드리 토투의 귀엽고 앙증맞은 4차원적인 유쾌함 뒤에는

집 안에만 틀어박혀 그림을 그리는 뒤파엘 할아버지,

지능이 조금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시도 때도 없이 주인에게 구박받는 채소가게 종업원 루시엥,

스토킹이란 수단으로 자신의 삐뚤어진 사랑을 표현하는 조셉과 

남편이 죽은 지 수년 만에 그가 살아있을 때 보냈던 편지를 받게 된 아멜리가 사는 건물을 청소하는 아줌마

그리고 아멜리가 어릴 적 사별하면서 혼자 노년을 보내고 있는 아멜리의 아버지까지,

두 시간 가까이 되는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소재를 제공하는 등장인물 대부분은 지독하고도 치열할 정도로 외로운 사람들이

있으며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그토록 외로운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나씩 해 나가는 아멜리이기 때문에

그녀가 더욱 귀엽고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극대비 효과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관점에서 난 이 영화를 단순히 로맨틱 코미디라든지, 4차원 소녀의 엉뚱발랄함이라든지 하는 단어들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3류작가 히폴리토가 얘기한 당신이 없는 오늘의 삶은 어제의 찌꺼기일 뿐이라는

이 영화의 가장 주옥 같은 대사처럼 어떤 이유로든 처절하게 외로운 사람들이 어쩌면 주인공일지도 모르는 영화니까 말이다.

 

이미 10년이 넘은 시간 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델리카트슨]으로 유명한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헐리웃에서 [에어리언 4]를 완성한 후 프랑스로 복귀해서 만든 작품으로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아멜리라는 여성이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일반적이지 않은 카메라 워킹과 독특한 색감으로 무장한, 한 번쯤은 볼만한 영화라고 말해주고 싶다.

특히나 개봉 당시 프랑스에서만 800만 관객을 돌파했을 정도라고 하니.

무엇보다 영화 개봉 이후 파리 곳곳이 명소로 소개되면서 파리아멜리에를 검색하면 다양한 블로그 포스팅이 검색될 정도로

국내에서도 꽤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아멜리가 일했던 레스토랑 '카페 드 물랭'은 파리 여행 중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인식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야기로만 따진다면 어쩌면-내가 프랑스 영화를 모두 다 섭렵한 것은 아니니까

어쩌면이란 단어가 이 상황에서는 잘 어울리는 듯 하다-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무장한 영화가 있을 터인데,

이 영화가 유독 끌리는 이유는 이야기 외에 또 다른 것이 존재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상황 별로 독특한 색감을 만나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

노란 색감의 배경에 붉은 색으로 포인트를 준다든지 초록색이나 갈색 톤 등 상황이나 에피소드에 따라 변하는 배경 색과

때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선명한 색감이 나레이션이라든가 카메라를 보고 연기를 하는 장면들과 함께

꽤 신선한 느낌을 준다.

 

 

 

 

파리.

어릴 때에는 굳이 가보고 싶은 곳이 아니었던 곳이 언젠가부터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변한 파리를 가게 되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멜리에 놀이를 한 번 해봐야겠다.

 

지독한 외로움을 안고서 말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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