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화려한 휴가- 역사는 진실 앞에 당당해졌다.

by Robin-Kim 2012. 1. 31.
728x90
반응형

 

나는 프로야구 팬이다.

AFKN이라는 미군 방송에서 중계하던 NBA붐을 타고

농구가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던 90년대 중반과

외국에 살았기 때문에 한국 사정에 어둘 수 밖에 없었던

90년대 후반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프로 야구를 좋아했다.

그렇다고 그 프로야구의 시작이 전두환 정권의 국민

우민화 (愚民化)의 일환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다 보니 지금은 그냥 당연히 좋아하게 돼 버린

그런 경우라서 굳이 정치적인 부분을 끼워 넣어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 나의 어린 시절, 아버지는 월간 조선또는 신동아를 자주 사 보셨다.

집에는 늘 그 책이 있었고 표지는 언제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도하듯이

굵은 글씨들로 현란하게 장식되어 있어서 나도 이따금 읽곤 했었다. 초등학생 나이에.

지금이야 온 국민이 다 아는 내용이지만 그 당시 소위 좃중동으로 불리는

[친쪽발 매국 전단지 신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언제나 권력을 찬양하기에 앞장섰고,

그런 그들의 행태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그래서 사실은 어릴 때 어떤 교육을 받고 언론을 통해 어떤 소식을 접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한데,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월간 조선에는 광주 민주화 항쟁에 대해

그들 (시민들)은 우리를 향해 총을 쏘아 댔고 전우들은 그 자리에서 죽어갔다.

그런데 어찌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는가또는

그들은 잔인하기 그지 없는 폭도였으며 그 곳은 전쟁터와 다름없었다따위의 내용들이

충격 진실따위의 제목으로 위장되어 보도되었고,

그것을 읽었던 나는 그것만이 진실인양 주변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생 시절에.

 

그 때는 보고 들은 것이 그게 전부라 그것이 사실인 줄 알았던

철 없던 어린 시절의 웃지 못할 이야긴데, 결국 앞에서 얘기한 대로

어릴 때는 어떤 뉴스를 어떤 내용으로 어떤 언론을 통해 접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언제나 깨닫게 되는 개인적인 얘기 거리다.

 

그리고 얼마 전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2007년에 개봉한 영화를 이제서야 보게 됐으니 늦어도 한참 늦긴 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의식적으로 [군사정권-전두환-광주]라는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공식을 기억해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려 했고 이야기의 흐름과 전개방식 같은

영화로써의 재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야 이 영화가 영화로써 가치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래서 김상경의 소탈한 서민 연기에 감탄했고,

생각보다 괜찮았던 이요원의 연기에 놀랐으며,

박철민과 박원상의 재미있는 연기에 웃을 수 있었으며,

내가 어린 시절이었던 1980년의 모습을 보며 추억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영화로써의 화려한 휴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영화에서

맛깔스러운 역할을 하는 가족형제애그리고 사랑과 우정

광주 민주와 항쟁이라는 소재와 잘 융합되어 최고의 맛을 우려 내는,

말 그대로 재미있는 별 다섯 개 중에 다섯 개를 주고 싶은 그런 영화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영화를 보면서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를 영화로만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권력 획득을 위해 멀쩡한 시민을 폭도로 규정하고

무기도 없는 시민들에게 무자비하게 총을 쏴대는 공수부대의 모습에

분하고 원통하기보다는 슬픔에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런 혼란 속에서 광주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던

그리고는 안타깝게 죽음을 맞았던 광주 시민들의 사연 때문이 눈물이 흘렀다.

 

  메인이미지4

 

그러면서 나 역시도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언젠가 방문했었던 광주 518묘지에 대한 기억과 함

[군사정권-전두환-광주]라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그래서 나는 묻고 싶었다.

 

전두환은 이 영화를 봤는지.

아직 못 봤다면 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만약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진다.

 

과거에는 역사는 승자의 것이고, 권력자의 의지대로 기록되었다.

역사가 곧 힘이었으며 그 힘이 곧 권력이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의 역사는

다양해진 미디어와 빠른 전파력으로 인해

진실이 거짓 뒤에 숨어서 꼬리를 내리는 일은 없어졌다.

 

역사가 진실 앞에 당당해졌다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광주 민주화 항쟁 같은 경우

우리 나라의 현대사가 바로 서는 가장 중요한 사건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그런 의미에서 전두환은 다시 한 번 법의 심판대에 서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해 본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제목이 왜 마지막 휴가인지 궁금해진다.

포스터에 나와 있는 것처럼 당시 계엄군의 작전명이 마지막 휴가였던 것일까?

아니면 김지훈 감독의 또 다른 어떤 의중이 숨어 있는 것일까.

 

Leggie...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