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은 음악적 조예가 전혀 없는 '보통 사람'인 저의 100% 개인적 의견과 취향임을 밝힙니다.
제 귀가 '막귀'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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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이라는 전제 조건 하에서 가장 먼저 성공한 인디 밴드는 크라잉 넛이다. 지금까지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때 노래방에서 ‘안 부르면 안 되는‘ 노래가 크라잉 넛의 ‘말 달리자’였고 이 노래를 발판으로 크라잉 넛은 2000년을 전후하여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 이후 또 한 번 대중적으로 성공한 밴드가 노브레인이다. 뇌가 없다는 뜻의 노브레인은 ‘넌 내게 반했어’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언더그라운드의 인디 밴드가 아닌 대중에게 친숙한 밴드가 되었다. 그렇게 노브레인은 ‘크라잉 넛은 운이 좋았을 뿐 인디 밴드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받기는 힘들다’라는 인식을 확실히 깨준 그런 밴드가 되었다.
물론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사이혹은 그 전후에는 롤러코스터나 체리 필터와 같은 인디 밴드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으나 말 그대로 바람같이 ‘잠깐’이었다. 최근에는 인터넷 바람을 타고 ‘장기하와 얼굴들’과 ‘브로콜리 너마저’라는 독특한 밴드들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문득 여기서 그런 생각이 든다.
크라잉 넛, 노브레인, 체리필터, 롤러코스터,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 같은 밴드들을 아직도 인디 밴드라고 불러야 하는가라는 가장 원초적인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전에서 인디 밴드의 정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인디 밴드 (Independent Band, 줄여서 Indie Band)는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자립형 밴드를 뜻한다. 기존의 상업적인 대중 음악과는 달리, 독립된 자본으로 음악을 꾸려나가는 밴드들을 일컫는다. 따라서 주류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한다. (한국어 위키백과)
자신이 원하는 음악만을 만들기 위하여 대형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 그룹이나 밴드. (다음 국어사전)
사전적 의미로 보면 위에 열거한 여섯 개의 밴드는 분명 인디 밴드임이 확실한 것이 어떤 대형 기획사에 소속 되어 있지도 않고 (최소한 내가 알기론 그렇다)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어려운 생활을 해야 하고- 속된 말로 배고파야 하고- 대중적이지 않은 곳-대부분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인디 밴드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 왼쪽부터 롤러코스터, 체리필터, 브로콜리 너마저.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최근의 인디 밴드들이 자기만의 색깔 없이 크게 두 부류로 그냥 나뉘는 듯 하다. 바로 보컬이 여자냐 남자냐 하는 것. 사실 그 차이만 빼면 최근 알려지기 시작한 인디 밴드들의 음악을 소위 말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어느 가수의 노래인지 알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쯤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소위 아이돌 댄스 그룹의 노래들은 구분이 가능하냐고. 물론 그들의 음악도 이름을 가리고 노래만 들려준다면 과연 어느 그룹의 노래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인디 밴드들의 음악을 듣는 이유-최근 나는 가수다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와 어쩌면 일맥 상통하겠지만-가 그렇게 비슷비슷해서 누가 불렀는지 구분이 되지 않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니겠는가라는 이유를 들이대보면 인디 밴드들의 음악이 비슷해진 것은 조금 실망스러운 현상이라고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나의 시선을 끈 네 개의 인디 밴드 10cm, 보드카레인, 가을방학을 주인공으로 얘기를 해볼까 한다.
최근 1집 앨범 발매와 함께 무한도전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한 번에 얻은 10cm을 밴드로 보느냐 마느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더구나 그들이 ‘인디밴드’인가 아닌가에는 더더욱 이견이 있을 듯하지만 밴드가 반드시 보컬+기타+베이스+드럼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조건도 없으며 앞서 살펴본 인디 밴드의 정의에 기반한다면 충분히 인디 밴드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최근 히트곡 ‘아메리카노’에 힘입어 커피 광고까지 촬영한 10cm은 누가 뭐래도 2011년이 낳은 최고의 인디 밴드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10cm을 알게 된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된 밴드가 바로 그 이름도 독특한 보드카 레인 (Vodka Rain)이다. 검색을 해보면 알겠지만 밴드 결성 시점이 2005년이고 첫 앨범이 2007년에 나왔으니 따끈따끈한 신인 밴드가 아니라 이미 어느 정도 관록이 붙은 밴드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좋은 하는 곡은 100퍼센트, 아무래도 좋아, 심야식당, 걷고 싶은 거리 등이다.
그런데 이 두 밴드의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어보면 보드카 레인의 노래를 틀어 놓고 10cm의 노래라고 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얘기해도 사람들이 크게 구분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10cm의 대부분 노래를 알고 있는 나조차도 누군가의 통화연결음으로 들려온 10cm의 죽겠네를 순간 ‘보드카 레인의 노래가 드디어 통화 연결음으로 나왔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 였으니까. (물론 서두에서도 얘기했지만 '막귀'를 가진 음악적 조예가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 들었을 때의 얘기다!)
그리고 최근 알게 된 가을방학은 2009년에 결성된 밴드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는 취미는 연애, 샛노랑과 새 빨강 사이, 인기 있는 남자애 등이다.
이 밴드는 들리는 노래로만 놓고 보면 ‘브로콜리 너마저’와 같은 여성보컬을 가진 밴드와 크게 구별되지 못한다. 노래 자체의 좋고 나쁨을 떠나 우연히 이 밴드의 노래를 듣고 좋게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브로콜리 너마저’나 다른 여성 보컬이 있는 밴드의 노래로 알게 된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러다 며칠 전 lunapark.co.kr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다. 책도 낼 예정이라고 하는 사이트 주인장은 인터넷에서 꽤 유명한 사람인 듯 한데 난 최근에야 우연히 알게 되었고, 꽤 재미있게 사이트 구경을 했더랬다.
그런데 여러 글 중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TV를 봤네’라는 곡을 소개하는 글이 있는데 그 글을 보고는 불현듯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독특한’ 밴드가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들의 노래를 들었다.
사실 대부분의 인디 밴드들이-앞서 얘기한 밴드들 포함- 독특하고 풍자적인 가사를 중심으로 노래를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장기하와 얼굴들은 거기에 자기들만의 독특한 느낌을 더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랩이 됐든, 아주 단조로운 편곡이 됐든. 유명세는 우연히 타게 됐지만 그 유명세를 아직까지 지켜온 것은 그처럼 그들만의 독특한 ‘냄새’가 있어서가 아닐까.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인디 밴드들이 특정 시류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되, 자기만의 색을 가진 밴드가 많았으면 좋겠고, 그런 밴드들과 음악이 많이 나올 때 우리의 귀는 좀더 풍요로워지고 우리의 문화가 좀 더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Leggie...
※ 상기 내용 중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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