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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호로비츠를 위하여

by Robin-Kim 2010.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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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를 볼 때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 내 사주는 예술가 사주로 나온다는 것이다.

예술가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예술가 사주라고 하니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국 독후감 경진대회가 있었다.

말 그대로 책을 읽고 감상문을 써 내는 것이었는데 독후감을 제출하고는 선생님꼐 혼이 났었더랬다.

누가 쓴 걸 보고 베낀거냐고.

난 그냥 내 솔직한 느낌을 적어 냈을뿐이라 많이 억울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상을 받았다.

 

아주 어릴 적에는 피아노를 꽤 잘 쳤다.

왜 선생님들이 엄마들한테 애 학원 계속 다니게 하려고 칭찬을 하곤 하는데

내가 먼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됐을 때 우리 엄마에게 얘는 꼭 이걸 해야하는 애라고 하는 걸 들었다.

하긴 7살인가 8살 때 이미 모짜르트 교향곡 같은 어려운 걸 쳤으니까. 

이사를 하고 나서는 이상하게도 피아노를 치기 싫어서 지금은 악보도 제대로 볼 줄은 모르지만.

 

그래서 난 이 영화를 보는데 주저함이 많았다.

아니, 일부러 이 영화를 외면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어릴 때의 기억이,

피아노를 계속치지 못한 아쉬움이,

피아노를 계속 쳤다면 지금은 달라졌을 내 삶의 방식이

내 의식을 지배하는 것이 싫었으니까.

 

그렇게 피하고 피하다

결국은 '운명'처럼 이 영화를 접하게 됐다.

 

사실 영화 그 자체로는 괘 재미없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여러 곳을 '건너 뛰면서' 보더라도 큰 무리가 없는 영화니까.

큰 기승전결 없이 무난하게 전개되는 영화니까.

 

하지만 마지막 30분은

나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그것도 펑펑.

 

울지 말자, 울지 말자 다짐을 했어도 소용 없었다.

그냥 눈물이 흐를 뿐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도 아니고

어쩌면 무의식 저 편에 손톱만큼이라도 남아 있을

미련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눈물이 흐른 것이다.

그냥-

 

영화 마지막에 청년으로 성장한 경민이 연주회에서 독일어로 한 얘기를 어느 분이 번역해 주셨다.

"여태까지 나의 선생님한테 고맙다는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없었다면 지금 전 여기에 있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이 곡을 저의 선생님에게 바칩니다."

 

눈물이 다시 흐른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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