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라는 것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같은 회사에 계시던 CD (Creative Director/제작총괄)께서 말씀 하신 게 있다.
“광고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무슨 뜻이냐고 묻자 다음과 같이 설명을 덧붙여주셨다.
“광고는 사람 이야기다. 그런데 사람 이야기로 장난치면 되겠니.”
광고로 장난친다거나 사람 이야기로 장난친다는 것이 아직도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람 이야기라는 것, 그래서 그것에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나의 ‘개똥’철학이다.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은 Executive Creative Director (ECD), 박웅현에 관한 책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소위 ‘박웅현 영웅 만들기’ 수준의 책이 아닐까, 최근 언론 여기저기에 나오는 사람 하나 잡아 띄워서 책 팔아 먹으려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을 했다. 광고 회사의 CD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사람이 아니기에 띄우기 정말 좋은 소재니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광고 초년생들 혹은 4~5년차들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것이고,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는 않겠다’라는 것이다.
광고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략’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내 브랜드가 처한 상황, 그리고 내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가 갖고 있는 생각들을 바탕으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 가가 먼저 정립되고 나서 거기에 맞는 Creative가 나오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예로 든 대부분의 박웅현이라는 ECD의 광고물들은 그런 전략적인 고민이 ‘상당히’ 생략되어도 좋은 사례들뿐이어서 자칫 광고 초년생들이 광고에 대한 오해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전략이라는 토대 위에 Creative를 만들기보다는 ‘Creative를 위한 Creative’를 고민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물론 Interviewer가 광고업 종사가 아니라서 책 구성이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광고인이 가져야 할 소양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서두에 얘기했지만 광고는 사람이야기라는 것, 그래서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끊임없이 주위를 관찰하고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가슴 깊이 간직해 놓는 것은 나도 늘 후배들에게 하는 얘기니까.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고민하기 위해서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고, 많은 사람과 이야기도 하고, 그럼으로써 그들을 조금 더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니까.
그리고 나도 어디선가 좋은 글귀를 보면 항상 메모를 해 놓는 습관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모든 것 밑 바탕에는 언제나 전략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내 소신이고, 이 책에서도 풀무원 사례가 그것에 적합한 예로 등장하기도 한다.
책을 읽을 때 가장 위험한 습관이 그 책의 얘기에 절대적인 맹신을 보내는 것이다. 특히 특정 산업 분야의 전문가가 쓴 경우 초년생들은 그 내용에 대해 절대작인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난 이 책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광고 서적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하지만 ‘아,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가 있구나’라는 정도에서 받아들여 질 수만 있다면 ‘가장 위험한’ 광고 서적에서 ‘또 다른’ 훌륭한 광고서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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