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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

어느 일요일 이야기

by Robin-Kim 201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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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입니다. 생각보다 따뜻했어요.

11월의 끝자락을 향해가는데 따뜻하다는 것이 조금은 이상하지만

어쨌든 따뜻했어요.

하늘은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요.

 

시장에 가서 장을 봤어요.

콩나물을 사고, 버섯을 사고, 과일도 사고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것을 샀더니 짐이 꽤 많더라고요.

 

집에 와서 가장 먼저 콩나물 국을 끓였어요.

밥 먹을 때마다 국을 좀 먹고 싶었거든요.

국을 끓이는데 당신 생각이 잠깐 났어요.

당신 술 좋아하잖아요.

술 마신 다음 날이면 보기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쓰려서 늘 힘들어 했으니까요.

그래서 잠깐 당신 생각이 났었나 봐요.

 

버섯을 데쳐 양념을 넣고 무쳐 놓고는

어묵을 간장에 조려서 반찬을 만들었어요.

이제 한 2주는 끄떡 없을 거에요.

나 아침은 꼭 먹고 다니는 거 당신도 알잖아요.

그러면서 당신은 꼭 한 마디씩 했더랬죠.

누가될지 모르겠지만 여자 참 힘들 거라고.

 

사실 그 여자가 당신이기를 바랬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으니

새로운 여자가 나타나면 그런 부담 안 주려고요.

혹시라도 그 여자도 당신하고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내가 너무 속상할 테니까요.

 

저녁을 먹고는 머리에 염색을 했어요.

아주 까만 색으로.

그래도 염색을 하고 나면

가장 먼저 알아봐 준 사람이 당신이었는데

그래서 염색을 할 때마다 기대했는데

이제는 그런 기대를 할 필요가 없어졌네요.

그냥 때가 되면 습관적으로 하는 염색이 돼버렸어요.

 

조금 있으면 잠을 자겠죠.

그러면 오늘 하루는, 또 한 번의 일요일은

이렇게 끝이 나는 거겠죠.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이렇게 문득문득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당신을 생각해도 괜찮은 거죠?

 

아니라는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얘기했듯이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데

그것마저 아니라고 하면

너무 슬플 것 같거든요.

 

이런 일요일,

당신은 어떻게 지냈나요?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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