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타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 투수에 따라서 왼쪽 타석에도 서고, 오른 쪽 타석에도 서서 타격을 하는 선수를 의미하는데,단순히 양쪽에서 타격을 하는 것보다는 얼마나 좋은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들 아시겠지요.
대표적인 스위치 타자로는 현재 LG의 박종호 선수가 있었습니다.
왼손 투수일 때는 오른 쪽 타석에 들어가고, 오른손 투수일 경우에는 왼쪽 타석에 들어가지요.
그리고 기아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서동욱 선수가 있습니다.
2010년 5월 12일 한화 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렸는데 안영명 투수를 상대로 왼쪽 타석에서, 마일영 선수를 상대로 오른쪽 타석에서 각각 홈런을 쳐냈습니다. 그런데 만약, 투수도 스위치 투수가 있다면 어떨까요?
조규제 선수가 그 주인공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스위치 투수는 아니고요, 원래 오른손 잡이였고, 오른손 투수였던 조규제 선수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 재미 삼아 왼손으로 던져보았는데 구속이 훨씬 빠르게 나오자 각고의 노력으로 왼손으로 전향한 경우입니다.
아마 그날 재미 삼아 왼손으로 던져보지 않았다면 조규제 선수는 수 많은 오른손 투수 중 한 명으로 남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군산상고-연세대를 거쳐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조규제 선수는 국내 프로야구 사상 거의 최초로 전문 마무리 역할을 맡게 됩니다.
172cm의 크지 않은 키지만 150km 가까운 강속구를 뿌려대며 이기고 있는 경기에는 거의 등판하여 경기를 마무리 하게 되는데요, 데뷔 첫 해 성적이 9승 7패 27세이브 평균자책점 1.64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두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선발로는 4경기만 등판하였음에도 총 142.1이닝이나 던졌다는 것입니다. 신인으로써 마운드를 거의 혼자 책임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당시 평균자책점은 0.09차이로 선동렬에 이은 2위였으며 탈삼진 5위, 세이브 1위, 피안타율 1위라는 불세출의 기록으로같은 팀의 김기태를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하였으며 팀이 꼴찌를 하지 않는데 1등 공신이 됩니다.
데뷔 연도의 무리한 등판 때문인지 이듬해 7승 7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3.17로 약간 부진하다가 1995년을 제외하고 1997년까지는 매년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면서 다시 제 역할을 해주게 됩니다.
특히 1996년에는 207경기 28세 9개월 26일만에 100세이브를 달성하면서 당시 김용수 선수가 보유하고 있던최소 경기 (268경기), 최연소 (31세 3개월 8일)이라는 기록을 갈아치우게 됩니다. (현재 최소 경기는 2007년 오승환 선수의 180경기, 최연소 기록은 기아의 정해영 선수로 22세 8개월 1일입니다)
그러다가 1998년 우승에 목말랐던 현대 유니콘스에 현금 4억원에 트레이드 되면서 당시 우승의 1등 공신이 됩니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2000년에는 단 9경기에 출장하는 등 최악의 한 해를 보내게 됩니다.
아무래도 데뷔 때부터 너무 많이 던졌고 나이 또한 우리 나이로 34세가 되었기 때문에 한 물 간 투수가 아니냐는 얘기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01년 시즌 전 IMF로 인해 팀이 해체되고 SK로 흡수, 통합 되면서 경기 개시 후 6타지 연속 탈삼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는 등 화려한 부활을 하게 됩니다.
106.1이닝을 던지며 8승 9패 9세이브를 올리게 됩니다.그리고 이듬해인 2002년 8월 16일에는 김용수, 구대성에 이어 역대 세 번째 150 세이브를 달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3년 SK가 현대로부터 박경완을 영입하면서 보상선수로 다시 현대로 이적한 조규제 선수는 40이닝 동안 3패만을 남기고 2004년 고향 팀인 기아로 이적한 후 2005 시즌 후 은퇴를 하게 됩니다.
통산 15시즌 동안 54승 64패 153세이브, 894.1이닝에 평균 자책점 3.07. 아주 뛰어난 성적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그의 성적이 위대한 이유는 그가 약팀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쌍방울 레이더스의 통산 승률이 4할 대 초반임을 감안한다면, 최소경기 및 최연소 100세이브를 달성한 그의 기록은 실로 엄청난 기록이며, 강팀에 있었다면 진필중-임창용-오승환 선수보다 더 높은 세이브를 기록하고 은퇴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언제나 큰 눈으로 마운드에 우뚝 서서 강속구를 뿌려대던 작은 체구의 좌완 조규제 투수. 그가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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